아침시평- 테르미즈에서 쇠락 그리고 경제

@허탁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입력 2019.01.14. 00:00

허탁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비행기에서 내려 들어온 공항의 기관총을 맨 군인의 살벌한 눈빛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맞닿은 국경도시의 위험함이 전달됐다. 공항 밖은 작열하는 태양이 만들어 낸 50℃를 넘긴 날씨에 눈을 뜨기도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 같은 우즈베키스탄의 국경도시 '테르미즈'는 그리스어로 '더운 곳'을 뜻하는데 이는 알렉산더 대왕이 이 곳을 정복하면서 붙여진 이름만큼 무더웠다.

마중 나온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임진강변과 같이 강을 따라 철책선이 놓여졌다. "아, 아무다리야강!"하고 탄식이 나왔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서 발원해, 힌두쿠시 산맥을 빠져서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으로 기능하며 북서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얼마 전까지 연장 2400㎞를 흘러서 아랄해로 들어갔지만, 면화 재배를 목적으로 한 과도한 관개로 인한 사막화로 현재는 사막 쪽에서 사라지고 1450㎞만 흐른다.

강변에서 떨어진 황무지 사막에 불교 초기의 유적 '파야즈테파'를 찾았다. 역사적인 불교 유적지는 지키는 사람이 없이 쓸쓸하고 황량했다. 어렵게 관리인을 찾아 흙으로 만든 탑 안으로 들어가니 심하게 훼손되고 더위를 피해 들어 온 뱀 한 마리가 그늘에서 바삐 몸을 숨겼다.

다른 불교 유적지들도 흙 탑인지 사막의 작은 언덕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망가졌다.

여기 '테르미즈'에서 아무다리야강과 불교는 쇠락했다. 아무다리야강의 쇠락은 과거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 아랄해로 유입되는 강물이 줄어들고 따라서 호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호수가 줄어들면서 염도가 올라가 어떤 생물도 살 수 없게 됐다. 물이 마른 땅은 이 곳의 고온건조한 기후로 사막화를 가속시켰다. 지구 최악의 환경재앙 '아랄해의 비극'은 이렇게 초래됐다.

아랄해가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구소련이 아무다리야강 주변으로 이주정책을 펴면서 발단이 되었다. 이주민들을 중심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 면화를 재배하며 강물을 끌어들였고 아랄해는 메말라갔다.

실크로드의 한 지류였던 테르미즈는 불교사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는 여기 테르미즈를 거치고 천산산맥을 넘어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파됐다. 초기에 불교를 받아들인 테르미즈는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으로 간다라미술이 나타났고 쿠샨 왕조 때에는 불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현장·혜초와 같은 승려들이 서역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얻고자 지나간 곳이다.

현장은 '대당서역기'에서 테르미즈의 많은 불교 사찰과 주민의 불심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였다. 그러나 7세기 이후부터 아랍 세력이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면서 이슬람교의 중심지가 된다.

이제는 테르미즈에서 불교 신자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렇게 쉽게 불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하였는지 하는 궁금증은 2015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한 171명의 외국의 역사학자 중에서 Keith A. Leitich의 저서 'The Rise and Decline of Buddhism in Central Asia'에서 찾을 수 있다.

Leitich교수는 아랍세력이 이슬람교로 개종한 지역주민에게 인두세를 감면해 주고 당시 실크로드의 상업을 지배하던 아랍대상들과 거래에도 여러모로 유리하여 중앙아시아 주민들은 불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하였다고 분석하였다.

테르미즈에서 보여준 아무다리야강의 쇠락으로 초래한 '아랄해의 비극'이나 불교의 쇠락은 결국 사람들의 먹고 사는 '경제'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당장 눈앞의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한 결과 아무다리야강의 쇠락을 초래했다. 불교는 상업과 세금의 위력 하에 중앙아시아에서 쇠락했다.

요즘 만나는 거의 모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장사가 안 되고 세금이 많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경제지표가 그리 나쁘지 않고 곧 회복될 거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이외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장사가 안 되고 세금이 많다고 힘들어 하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너무 눈앞의 문제만 해결 하려는 정책은 테르미즈에서 보여준 아무다리야강과 불교의 쇠락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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