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많이도 닮았다
이남옥 지음/북하우스 출판사/1만4천원
내 앞에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 하지만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사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관계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치유의 힘을 가지는 사회적 관계는 바로 가족이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족이지만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받고, 잊기 힘든 상실감과 좌절감 역시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에게서 경험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관계와 잘 지낼 수 있는 심리적 지름길을 알아야 한다.
부부가족상담치료 분야에서 가장 신뢰감 있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남옥 교수는 30년간 3만 회 이상의 부부가족 상담을 통해 가족 상담의 핵심은 원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면의 욕구를 깊이 있게 직면하는 것으로 봤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다. 나를 건드리는 가장 큰 슬픔이 무엇인지, 나에게 중요한 삶의 동력은 무엇인지, 내 존재의 이유를 어디에서 찾는지, 나의 무의식에 깃든 진짜 나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이다.
저자가 발견해낸 부부문제, 가족문제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일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가장 간절한 욕구는 '존재의 받아들임'이었다. 저자는 특유의 공감 능력과 섬세하고 따뜻한 통찰을 통해 눈과 마음을 열어 내담자의 내면에 고여 있는 아픔을 들여다보고 슬픔을 다독여주면서 많은 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공감하고 치유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부부싸움으로 갈등의 평행선을 달리는 부부, 자녀와 자신의 인생을 분리시키지 못하는 엄마, 대를 이어 불행까지도 닮은 가족, 낮은 자존감에 전염된 사람들….
부부문제와 가족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큰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 작은 변화에 집중함으로써 삶의 질적인 만족을 높일 수 있다. 우리는 나에게 찾아온 불행 요소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일상의 행복에 둔감하지만 주변의 수많은 행복 요소에 더 귀 기울이면 삶의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가까우니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되고, 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깝기에 더 노력해야 하고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관계의 거리와 깊이를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나와의 쉼 없는 대화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고 관계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성장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지치고 힘든 영혼들이 상담실의 문을 열고 아득한 아픔 속으로 걸어 들어가 끝내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가까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시 건강한 삶으로 회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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