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에세이- 관객 뿐 아니라 스태프도 행복한 광주여성영화제를 꿈꾸며

@이영주 입력 2018.12.13. 00:00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9회 광주여성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영화제 공간에 한번이라도 왔다 간 사람들은 준비하는 스태프들이나 자원활동가들이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단지 영화만 보고 영화의 감흥만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제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손품과 발품을 팔아 직접 안내부스, 관객카페, 포토존, 기획전시 등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거짓말처럼 며칠을 고생해서 만들어낸 공간을 보고 나 역시도 감동을 받았다. 하나하나 그리고 자르고 붙이고 하는 그 시간과 노고를 알기에 영화제가 끝난 다음에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사무실 한 편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행사장을 장식했던 캐릭터 친구들을 가끔 보며 감동의 순간들을 기억하는 중이다.

여성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이 눈에 띄게 젊어지고 있다. 올해는 교복을 입은 10대 여성 청소년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학내에서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한 여성청소년은 개막작 <얼굴, 그 맞은 편>을 보고 나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실생활에서 누구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불법동영상 근절을 위한 활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1회부터 쭉 지켜봤던 선배가 "광주여성영화제가 나이를 먹을수록 외려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영영페미니스트들의 최고의 문화 공간" 이라 명명하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만의 축제는 결코 아니다.

올해 주제이기도 했던 토크콘서트 "이제 우리가 말한다!" 시간에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예정된 시간인 2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질의와 응답이 끊이지 않았다. 미투와 위드유 운동의 현재를 되짚어보고 이후에 대해 고민해보는 그 자리, 객석의 앞쪽은 주로 10~20대 여성들이었고 뒷쪽은 40~50대 여성들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발언을 할 때마다 뒤에 계신 중년의 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그 특유의 넉넉한 미소를 머금고 공감을 해주던 모습을 사회를 보느라 앞에서 지켜봤다. 올해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세대 공감 여성영화제" 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성평등에 공감하는 남성관객들도 많이 늘고 있다.

30대 여성들이 시작했고 그들이 공감했던 영화제가 모든 계층과 세대, 다양한 성별을 위한 영화제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은 스태프들과 자원활동가들이 대부분 20대의 여성청년들이다. 청년들이 영화를 배우고 싶어서, 페미니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여성영화제의 문을 두드린다.

매년 40~50여명의 여성청년들이 광주여성영화제를 통해 일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그런 스태프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객들이 행복한 공간이 되기 전에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적정한 보상이 되는 행복한 일터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 내년 10주년을 앞두고 예산을 확대해가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9회 영화제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벌써 9년인가요? 내년에는 10주년 준비하셔야겠네요.' 였다. 더 많이 후원하시고 참여하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했다. 10주년을 준비한다는 것이 10살이 됐다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위한 여성영화제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고 한 단계 또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9회 영화제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우리가 함께 보던 영화와 함께 나눈 그 수많은 말들은 결국 세상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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