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도 아닌데 임의로 판단" 항의…"착오 시정하겠다"
전남지역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 특성을 감안, 전남경찰청에서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노인 배회감지기 보급 사업'이 현장에서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치매환자 및 치매 의심·우려 되는 경우에 한해 배회감지기 보급이 이뤄져야 하지만, 치매와 관련없는 노인들에게 강제하거나 임의로 착용 대상자로 분류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일 화순군 보건소와 화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치매노인 실종 제로(ZERO)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최근 4천6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배회감지기 611대를 보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배회감지기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손목형 단말기로, 스마트폰 앱과 연동돼 지정된 보호자가 치매환자의 위치 확인 등이 가능하며, 지정된 일정지역을 벗어날 경우 자동으로 가족과 보호자에게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10월말까지 203대를 지역 대상 노인들에게 배부해왔지만 일부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마을별로 거주하는 노인들을 모아놓고 임의로 대상자를 분류하는가 하면 "이번 기회가 아니면 비싼 기계를 장만할 수 없다"면서 신청을 강요, 해당 가족들이 항의에 나섰다.
항의에 나선 가족들은 "우리 부모가 치매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신은 기계를 차야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것도 의료진이 판단하는 것도 아니고 파출소직원들이 동네 이장들과 함께 임의로 분류를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화순경찰서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해당 마을들의 사정을 잘 아는 이장들에게 '치매진단은 안받았지만 연세도 있고, 치매 증상이 농후한 분들에게도 배부를 해보자'고 설명을 했는데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이장이 아닌 경찰관들이 순찰을 돌면서 직접 설명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꿨다"며 "당시 해당지역에서 13~14개 정도 신청을 받았는데 현재 확인절차를 다시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남경찰의 배회감지기 사업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치매노인 실종 예방을 위해서 지자체, 공공기관 등과 협업으로 진행중이다.
전남지역의 치매 의심 환자가 4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들 전원에게 배회감지기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93대 보급에 이어 올해 116대를 배부했다.
전남지역 치매노인 실종 사건은 2015년 248명,2016년 263명, 지난해 304명, 그리고 올해 10월 현재 281명 등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도철원기자 repo333@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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