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혐오, 개 혹은 벌레

@김영태 입력 2018.12.03. 00:00

'혐오(嫌惡)'라는 감정은 우리 사회에서 쉬 교화되지 않을 듯 하다. 어떤 대상, 혹은 사람을 증오하거나 싫어하고 기피하는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혐오감은 비교적 강한 감정이다. 그것이 재산이나 신분의 차이, 인종과 이념 등 정체성 다름에서 발원할 경우 더욱 강고하게 고착된다.

혐오감은 보통 특정 물건이나 음식, 동물 등을 대상으로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생래적으로 그런 감정이 형성되는가 하면, 어떤 특정한 계기에 받은 상처로 인하여 또는 트라우마가 원인이 되어 발현하기도 한다.

이른바 '한남충', '맘충', '틀딱충', '똥×충'등은 대표적인 혐오 단어들이다. 그런가 하면 직접적인 혐오 단어들은 아니지만 혐오감이 앞서 상대를 무시하며 "개망신을 시키겠다", "개×랄 하네" 등 증오의 감정을 곁들인 비하성 관용구를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 혐오 대상과 맞닥뜨리거나 그와 감정적으로 부딪칠 때 터져 나오는 혐오성 발언들이다. "개피곤 하다"거나 "개황당 하다"는 표현 등도 광의의 혐오감을 드러내는 유사 표현이라 할 만 하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혐오 문제'해결이 인권위의 가장 큰 과제다"고 밝혔다. 최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에 적극 대처할 방침이다"고 했다. 사회 전분야에 걸친 차별적 구조에서 비롯된 혐오 문제를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굉장한 대가를 치를거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개황당'이나 '개망신', '개무시'등의 단어에서 접두어 '개'가 말 그대로 '개'(犬)임은 누구나 안다. 또 '한남충', '맘충'의 '충'은 '벌레'(蟲)를 가리킨다. 나름의 인격체인 인간을 '개'와 결부시켜 무시하고, 차별하며 배제하는 것도 모자라 '벌레'로 만들어 버리는 사례가 다반사다.

여성과 남성 간 성의 대립구도 속에 여성이 남성을 혐오(남혐)하고, 남성이 여성을 혐오(여혐)하면서다. 성소수자와 난민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도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세대간 갈등에서 형성되는 혐오 역시 이미 위험 수준을 넘었다. 세대간 혐오는 특히 고령화가 진척될 수록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 사이 다름의 간격을 더욱 벌어지게 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지는 오래됐다.

개인 혹은 집단이나 세대, 성별, 인종 간 혐오감은 자유의지를 부여받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최악의 감정상태다. 이해와 타산에 찌든 인간의 오염된 감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감정은 자신 뿐 아니라 사회를 좀먹는다. 무리지어 살아가야 하는 인류가 공들여 조성한 공동체를 붕괴시킨다.

덧붙이자면 인간들에게 조건없이 무한 충성을 다 하는 '개'와 '우화등선(羽化登仙)'을 통해 나비가 되는 우아한'(애)벌레'만도 못한 인간의 수치스러운 감정에 다름없다.

김영태주필 kytmd86617@srb.co.kr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