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오너 리스크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1.30. 00:00

'오너 리스크(Oner risk)'란 기업이나 조직의 우두머리, 즉 오너(총수)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불법행위를 저질러 기업이나 조직에 피해를 입히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나 조직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오너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오너 일가의 어린 자식이 사고를 치거나 광역 단체장까지 지낸 높으신 분의 예기치 못한 실수로 기업이나 조직에 큰 누를 끼치기도 한다.

최근 시중의 화제는 10살짜리 '갑질 신동',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4억5천만원 사기 피해사건이었다. 화제의 갑질 신동은 TV조선 방정오 전무이사의 딸 초등학교 3학년 A양이다. 갑질 신동은 50대 운전기사를 '너'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아이는 일단 나이를 초월해 누구 한테나 '너'라는 명칭으로 하대했다. 할아버지뻘 기사에게 '너'라는 반말을 쓸 정도니 어리지만 보통내기가 아니다. 어리다고 무시 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네 엄마 아빠가 널 교육을 잘못 시켰다"고 하면서 가정 교육에 대해 점잖게 훈수 할 정도니 아이의 갑질 전망이 밝다.

A양은 한술 더 떠 근로 기준법을 거론했다. "아저씨는 해고야. 진짜 미쳤나봐!" 라고 했다니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믿기나 하겠는가. 윽박 지르고 욕으로 제압하는 영악함에서는 대한항공 조현아, 조현민 자매보다 한수 위다.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뻘 어른을 '교육'시키고 "해고하겠다"며 협박할 정도면 앞으로 '갑질 지존'자리를 꿰찰게 분명하다. 대단한 신동 출현이다.

A양에 비해 윤 전 시장은 너무 순진해서 탈이났다. "권양숙입니다. 비즈니스가 어려워서 그러니…5억원만 빌려주세요"라는 문자에 사재 4억 5천만원을 털어 영부인 돕기에 나섰으니 하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부인 명의로 보낸 여럿 문자 메시지에 선뜻 돕겠다고 나선 이는 윤 전 시장 한사람 뿐이었다. "참 야박한 세상이다. 대통령 부인이 얼마나 어려우면 문자까지 보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영부인 돕기에 나섰을 그의 인간미에 존경스러움이 인다.

누구나 지위가 높다고 불우 이웃을 돕지 않는다. 측은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어떻게 저런 순진한 사람이 시장을 했을까"라는게 주류다. 하지만 영부인의 어려운 처지를 그냥 지나치지 않은 윤 전 시장의 인간미만큼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고 했다. 세인의 눈과 귀를 모은 갑질 사건의 주인공 A양은 어린 나이에 너무 영악해서, 윤 전 시장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순진해서 탈이났다. 영악함과 순진함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윤 전 시장이 갑질 신동처럼 누구든 무시하고 보는 태도를 보였다면 이번 같은 낭패는 면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오너 리스크라 해석하면 지나친 것인지 모르겠다. 나윤수 컬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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