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민 중심 지방분권, 洞행정 혁신부터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1.29. 00:00

김석 순천 YMCA 사무총장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올 9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으로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10월에는 행정안전부가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구현을 목표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반갑고 환영할 일인데 남의 옷을 입은 것 같이 익숙하지가 않다. 아마도 제대로 된 주민자치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정책이 성공하려면 주민자치 원리와 마을 민주주의가 현장에서 작동되어야 한다.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 즉 읍·면·동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 군사정권 시절 말단 행정조직이었던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명칭을 바꾸고 변신했지만 책임은 공무원이 맡고 있다. 근무기간은 길어야 1년~2년이다.

주민자치나 마을 공동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을 받지도 않는다. 시장 군수가 인사명령으로 임명한다. 동장이 바뀌면 추진되던 정책도 바뀌고 일관성도 잃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주민참여를 앞세우지만 주민들은 동원되는 경험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읍·면·동 행정 구조를 바꾸지 않고 지속 가능한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읍·면·동장을 직접 주민이 뽑던가 아니면 공모제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행정혁신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위원회 또는 주민자치회에 확실한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 행정이 간섭하지 않고 지원하면 주민들은 마을의 특성을 바탕으로 주민주도 마을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마을 총회를 열어 지역을 대안적으로 바꾸려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순천시의 경우 주민자치센터의 활동이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골목과 동네로 확산되면서 절미 쌀로 이웃을 돕는 동네 복지가 만들어지고, 으슥하고 더러운 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에 한 평 정원이 조성되었다. 주민들이 마을과 지역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면 순천시가 예산을 지원하도록 조례가 만들어졌고 예산을 편성했다.

곳곳에 주민자치의 소중한 경험들이 축적되고 있다. 홍매화를 자원삼아, 철도 관사를 자원삼아, 구도심의 위기를 자원삼아 특색 있는 마을 만들기로 이어졌고 도시 재생과 기적의 놀이터 조성 등 대안적 활동이 이어졌다.

주민주도 주민자치의 경험은 1년~2년에 쌓이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주민 중심 지방분권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철저하게 준비하여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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