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선생님, 다음 수능 때도 감독을 해주시렵니까?

@김현주 입력 2018.11.27. 00:00

김현주 광주인성고 교사

지난 15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수능날이면 새벽 네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시험 본부 관리요원에 해당하는 교사들은 시험장으로 출근하여 담당 경찰관과 교육청 파견관 입회 아래 수능 시험지 인수 인계를 진행한다. 시험지 상자 개수를 확인하고 상자 안에든 시험지 봉투가 봉인되어 있는지 봉투의 개수가 시험실의 수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시험지를 보안 장치가 잘 된 곳으로 옮긴다. 오전 일곱 시 반이 되면 감독관들은 회의실에 또 한번 모여 유의 사항과 매뉴얼을 다시 확인한다. 회의가 끝나면 감독관들은 오전 여덟 시 방송 안내와 함께 시험 본부에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관리요원으로부터 인수하여 각 시험실로 향한다. 제1 감독관은 주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교사로 배치한다. 학교에서 각종 전국연합학력평가나 모의 수능 시험을 감독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근무지에서 치러진 시험에 대한 감독 경험에 비하면 수능 감독이 주는 부담감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1교시 시험이 끝나면 감독관들은 시험지와 답안지를 모두 걷어 와서 시험 본부에 인계한다. 관리요원들은 답안지와 시험지의 매수를 확인한다. 2교시가 시작되기 전 관리요원들은 2교시에 해당하는 시험지를 가져다 놓고 감독관들을 기다린다. 다시 방송에 따라 감독관들은 시험 본부로 와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인수하여 각 시험실로 향한다.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특히 점심 시간 이후 영어 듣기 평가로 시작되는 3교시는 감독관이나 시험 본부의 긴장감이 가장 고조되는 시간이다. 평소 잘 나오던 방송이 영어 듣기가 진행되는 동안 끊기기라도 하면 어쩌나, 잡음이나 소음이 발생하여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데 방해가 되면 어쩌나하는 조바심이 극에 이르기 때문이다. 감독관은 시험실에서 대개 움직임이 없는 자세로 서 있게 된다. 수험생들이 수정 테이프나 답안지 교체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감독관들은 시험실의 앞과 뒤에서 거의 부동 자세로 감독을 하게 된다. 그 시간이 5교시 제2 외국어를 치르지 않을 경우 최소 300분 정도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시험 본부의 관리 요원들은 수험생들의 답안지를 일일이 확인하여 필적 확인은 작성하였는지 수험번호 이름을 정확히 기입하였는지 짝수형 홀수형 시험지의 유형은 옳게 표기했는지 최소 세 번은 확인한다. 답안지 작성의 책임은 수험생들에게 있지만 최소한 수험생들이 수험번호나 문제의 홀짝 유형 기입에 대한 실수로 불이익이나 억울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만약 검토 과정에서 발견된 사항이 있을 때는 해당 시험실의 감독관이 확인하는 가운데 수험생이 시험 본부로 와서 수정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답안지는 운송용 상자에 담긴다. 마지막 시험이 모두 끝나도 수험생들과 한 명의 감독관은 시험실에서 일단 대기한다. 왜냐면 시험 본부에서 수험생들의 마지막 교시 답안지를 검토하는 과정이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퇴실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면 비로소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감독관들은 시험실을 나온다. 그리고 시험장을 운영한 학교나 감독관들은 수험생들의 민원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한동안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이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그 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수능 감독을 하는 것은 지시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시험보는 데 우리가 좀 고생스럽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도의와 자발성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수능 감독에 임하는 감독 교사의 이 마음만큼 감독 환경과 조건은 그에 부합하여 개선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현장 교사들에게서 수능 감독 환경과 조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부처는 그 동안 수능 감독 교사의 처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길 요청한다. 시험실에 감독관을 위한 키높이 의자를 두자는 의견이나 현재 3교시를 감독하는 방식에서 2교시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의견들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궁극적으로야 대입제도와 수능에 대한 개선이 우리가 풀어가야 할 교육적 과제지만 당장 현실적으로는 수험생에 대한 배려와 감독관에 대한 배려가 함께 고려되는 수능 시험장 운영을 생각해본다. 수능 감독이라는 일보다 그 일을 하는 교사 존재 자체에 좀더 집중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요청하기 바란다. 선생님, 다음 수능 때도 감독을 해주시렵니까?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