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여성총파업' 女 경제기여 인식 변화
오랜 합의 통해 세계 최초 '동일임금법' 시행
여전한 격차·조직 내 부조리 없애는 역할 기대
아이슬란드는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선정하는 '성격차가 가장 적은 국가'로 지난 2009년부터 9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40여년 넘게 싸워온 노력과 투쟁의 결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란드는 성평등을 향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단한 노력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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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총파업, 역사를 바꾸다
세계가 주목하는 아이슬란드의 성평등 역사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40여년 넘게 목소리를 높이며 노력해 얻어낸 결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75년 10월24일 이뤄진 '여성 총파업'(Women's Day Off)이다.
이 날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동시에 일손을 놓는 강력한 파업을 단행했다.
수도인 레이캬비크 스퀘어에서 열린 총파업에는 2만5천여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당시 아이슬란드 전체 여성의 90%에 달하는 규모였다고 한다.
이날 하루 직장인은 출근을, 가정주부는 육아와 가사를 전면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대부분의 교사가 여성이었던 보육원, 초·중학교가 휴교했고 마트와 수산물 공장이 대거 휴업했다. 전화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신문발행도 중단됐다. 여배우들의 출연 거부로 공연은 물론 여승무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항공기 운행이 취소됐다. 은행에서는 임원들이 나와서 창구업무를 해야 했다.
반면 아버지들은 직장을 쉬거나 애들을 데리고 출근할 수 밖에 없었다. 라디오 뉴스 보도 중 뒤에서 애들이 떠들고 있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고 한다. 퇴근 후에는 아빠들이 애들 씻기고 밥 먹이고 재워야 했으며. 아이들이 잘 먹고 요리하기 쉬운 소시지가 곳곳에서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총파업은 그 날 밤 자정까지였고, 남자들은 힘겨웠던 그 날을 '길었던 금요일(long Friday)'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아이슬란드 경제와 사회에 여성이 기여하는 영향력에 대해 남성들을 체감시키며 인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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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동일임금'법 시행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나라가 바뀌기 시작했다. 총파업 이듬해진 1976년 남녀 고용평등법이 의회를 통과했고 1980년에는 유럽 최초로 여성 대통령(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이 탄생했다.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세계 첫 여성 대통령이었다. 핀보가도티르 대통령은 1996년까지 16년 동안 대통령 자리를 지켰다.
당원 모두가 여성인 정당도 생겨났고 지금은 절반 가량이 여성 의원들로 채워졌다.
2000년에는 남성 유급 육아휴직이 도입됐고 2010년 아이슬란드 최초 여성 총리이자 세계 최초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총리도 탄생했다.
올 1월1일부터 세계 최초로 시행한 '동일노동 동일임금법'도 그 중 하나다.
남며 임금차별을 없애는 것이 취지다. 회사는 임금격차에 '성별 요인'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며 동일한 업무를 하는 남녀에게 같은 임금을 주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이 법안이 시행되기까지는 긴 세월이 소요됐다.
아이슬란드에서 동일임금 법안에 대한 논의는 1911년 시작됐다. 1961년 성별로 인한 임금차별 금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권고에 그쳤다. 2008년에는 '남녀평등지위권익법'이 제정됐지만 근로자 자신이 성별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허점이 있었다.
2010년 상정된 '동일노동동일임금법'도 시행되기까지 다시 8년이 걸렸다. 적용 기준을 정하고 사회적 동의를 얻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동일임금을 직접 증명하고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법안이라는 데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행 첫 해인 올해는 250인 이상 기업이 대상으로 1천180여개 기업에 14만7천여명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19년은 150인 이상, 2020년 90인 이상, 2021년 2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해 2022년에는 25인 이상 모든 기업이나 기관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을 잘 이행하는 기업이나 기관에는 동일임금 인증서가 발급된다.
아이슬란드 복지부 수석고문 마그네아 마리노스도티르는 "아이슬란드는 85%의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보다 14~18%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동일임금은 성차별은 물론 조직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조리한 것들을 없애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주들도 인식이 크게 바뀌어서 기업이미지를 위해서도 성평등한 제도를 잘 이행하고 있다"며 "이제는 여성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되며 정부 역시 임금차별을 없애려 노력해 왔고 앞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이윤주기자 storyboard@hanmail.net
-브룬힐두르 헤이달 아이슬란드 여성권리협회 사무총장
"아이슬란드 발전의 원동력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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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위치에 작고 척박한 환경의 아이슬란드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성평등' 때문이었습니다."
브룬힐두르 헤이달 아이슬란드 여성권리협회 사무총장은 성평등이 품은 가치를 이렇게 전했다.
헤이달 사무총장은 "아이슬란드는 20세기 초반까지 가난한 나라였지만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성평등 때문이다"며 "모든이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그는 "만약 한국에 성평등이 퍼지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상상해보라"며 "그 점을 반드시 기억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이슬란드 여성권리협회는 1907년 출발한 110년 역사를 지닌 단체다. 비영리단체이지만 여성의 인권, 정책참여권을 비롯해 여성들이 고통받는 부분을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활동해왔다.
특히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여성총파업'을 이끌며 여성들의 역할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환점을 남겼다.
헤이달 "비영리단체이지만 정부가 성평등 법안을 만든다고 할때마다 집회, 시위 등을 통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여론을 주도해왔다"며 "아이슬란드는 성평등에 대해 대중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기반이 있어 특별히 힘든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교육과정 커리큘럼에 성평등을 필수과목으로 만들어 지속가능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며 "성평등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젊은 층을 활동적이고 민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민으로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투(#me too)운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에 대해 헤이달 사무총장은 "아이슬란드도 미투 사건이 지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1주년 행사도 있었다"며 "여러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인터넷에 직장내 성차별이나 성추행에 대해 글을 올려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너무 적어서 구체적으로 특정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구조적인 변화를 꾀한다"고 덧붙였다.
헤이달 사무총장은 아이슬란드 여성권리협회의 최종 목표를 묻자 "평등(equality)"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해야 한다는 것이 단체가 활동하는 가장 근본적인 목표"라며 "다른 단체나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요하지 않고 그들 나름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성평등을 이뤄낼 수 있게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성평등 관련 정책이나 의견을 모아 꾸준히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이윤주기자 storyboard@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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