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정치학적 해법으로 광주형 일자리 문제를 풀자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8.11.26. 00:00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요즘 국내외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실 소득주도 성장론은 복지주도와 무슨 차이인지?

재분배와 성장의 우선순위는 어디인지에 대한 설왕설래에 문재인정부는 속이 타고 있다. OECD는 2020년까지 한국경제는 2%대 저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양극화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이 살아나려면 안보가 막힌 상황에서 경제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현재 비핵화를 향한 남북공조가 유엔제재와 미중간의 패권경쟁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데 경제마저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면 젊은 세대들에게 아무런 희망과 비전을 남겨줄 수 없을 것이다. 자! 칠흑의 바다를 항해하는 한국호를 구출할 희미한 등대불이 꺼질 듯 말 듯 손짓하고 있다. 바로 광주형 일자리 문제이다.

친환경자동차 클러스터링 사업을 노사정 파트너십으로 실행하는 광주모델이 과연 '새로운 사회통합형 성장론'으로 대두될지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광주모델은 근래 심각한 내외상에 시달리고 있어 미래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즉 적정임금, 근로시간, 노사공동책임제 등의 대원칙 하에 설정된 광주모델이 실제 지방정부, 기업과 노조 간의 협상과정에서 전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각종 현안의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은 광주모델이 실패할 시 다른 지역으로 옮겨 중앙정부의 지원을 타겠노라는 정치적 선전과 흥정도 오가는 실정이다. 과연 시급한 광주형 모델의 급치료(quick-fix)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우선 광주형 모델은 다른 어떤 지역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지닌 지역발전론임을 인정하자. 근로자에게는 평균보다 적은 임금을 제공하되, 지방과 중앙정부는 각종 복지로 보전하겠다는 광주형 모델의 전신인 독일의 성공조건은 첫째, 강력한 지방정부의 자율성(기업과 노조에 대한), 둘째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지역문화, 셋째 노조와 시민사회에 대한 지방정부의 강력한 주민통제력(popular control)로 구성돼있다. 친환경자동차 클러스터링 사업은 대도시 주변에 위치해 각종 편의를 제공받아야 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는 글로벌 도시-지역 네트워크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된다. 광주는 국내적 및 국제적 성공조건에 부합하는 최적의 장소(place) 이점을 지녔기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오직 광주에서만 가능한 사업이다.

그런데 위 이상론은 필연적으로 정치학적 시각을 원용하여 실제 협상에 임해야 됐음에도 오직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는 통에 파트너간에 이견과 감정이 쌓여 자칫 좌초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약점은 바로 시청의 자율성 부족과 주민통제력 상실 때문이다. 시청과 현대차간의 협상에서 '투자분위기(mood to invest)'를 내세우는 기업의 논리에 지배돼 기업이 표방하는 경제적 논리를 뒤엎을 카드를 활용하지 못했기에 현대차에 질질 끌려다닌 것은 아닐지.

지방정부가 기업의 경제적 논리를 통제할 여러 방식을 정치경제학은 제공하고 있다. 우선 이해(interest)와 목표(goal)를 구분한다면 시청과 현대차간에 최소공배수를 찾을 수 있다. 즉 세수확대라는 지방정부의 이해와 이익창출을 꾀하는 기업의 이해는 그린카 클러스터링의 성공이라는 목표를 통해 상호 접합할 수 있다.

또 다른 협상축인 시청-노조(시민사회)의 갈등은 5·18정신과 평등주의가 널리 퍼져있는 지역문화에 비춰 의외이다. 지역문화는 지역역량의 구축에 있어 지역이 지닌 자연환경과 인적자원, 제도 그리고 거버넌스 구조와 상호작용함으로서 지역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공헌할 수 있다. 평등과 인권도시라는 지역문화를 십분 활용해 주민통제력을 상승시켜 협상에 임했다면 시청과 노조의 협상은 훨씬 용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경제논리에 함몰되고 말았다. 만일 지방정부가 지역주민들의 개발에 대한 선호도를 통제할 수 있는 주민통제력을 구비하였다면 지방정부의 대외신인도 즉 협상력은 비약적으로 확대됐을 것이다. 지역발전과 연계된 자본투자과정에서 시청은 반드시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을 정규화 및 제도화해야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광주시는 정치학적 해법을 살려 기업과 노조에 대한 차별적인 대응을 통해 신인도를 제고하기 바란다. 즉 광주형 합의경제체제(Negotiated Economy)의 재정립을 통한 문제해결을 제안한다. 만일 최악의 상황 즉 금번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좌초하더라도 합의경제체제는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역특화의 선택에서 첨단산업을 포기하고 대신 경기를 타지 않은 중저가 기술산업을 유치하는 덴마크 모델을 대안으로 취할 수 있다. 우리 지역의 고유한 지역문화와 규범인 5·18정신과 평등정신이 깃든 비공식적인 거버넌스에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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