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유정애 옮김)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 경험한 이 책은 가톨릭 학교인 파르크 콜레주를 배경으로 열여섯 살 소년 알방과 두살 후배인 세르주의 특별한 우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다. 오래전 기억을 섬세하게 더듬는 작가의 향수와 회한의 글쓰기 속에서 십대 시절의 풋풋하지만 진지했던 열정은 그 후 경험하는 어떤 사랑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사랑으로 승화한다. 국내 최초로 번역·소개돼 프랑스 현대문학을 심도있게 이해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문학동네. 48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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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조선희 지음)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장편소설이다. 고등학교 시절, '나'(박태이)는 친구 '재호'가 학교의 불량 서클인 '이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나는 어느 날, 할아버지 서재에서 우연히 읽게 된 기록에서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강력한 존재를 불러내는 놀이를 알게 된다. 친구의 복수를 위해 이 놀이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아홉 개의 소리나무를 두드려 '그것'을 불러낸다. 네오픽션. 368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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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녀의 일기(송현섭 지음)
◆제6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작이다. 시인은 동시 바깥의 구석에 내몰렸던 현실의 아이들을 동시의 중심에 세움으로써 누구도 귀담아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이 세상을 무서워하고 그 무서운 마음에 보고 배운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세 보이려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우리가 얼마나 좁은 의미의 '동심'만을 그려왔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문학동네. 104쪽. 1만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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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들강 편지(김황흠 지음)
◆김황흠 시인의 시화집이다. 드들강은 전남 화순군 계당산에서 발원해 나주시를 가로질러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영산강의 제1지류다. 여기서 나고 자란 시인은 드들강의 옛 모습을 생애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탈속적인 직관의 언어가 세상의 날선 논리의 언어에 부딪칠 때 강과의 오랜 교신을 통해 보고 들을 수 있게 된 자연의 육성이 무엇인지를 시집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학들. 15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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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123(밤코 지음)
◆출산과 가족의 완성을 독자적으로 그려낸 콜라주 숫자 그림책이다. 엄마와 아빠는 왜 엄마고 아빠인지, 나는 왜 엄마 아빠가 아니라 아기인건지 묻고 또 물으며 서서히 가족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기의 자리를 찾아간다. 특히 궁금증과 깨달음의 과정을 아이들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숫자라는 매개체로 풀어낸다. 바둑이 아이 자람. 36쪽. 1만2천원.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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