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행복하기
일감 지음/문학의문학/1만4천500원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스스로 물어봤어요. 왜 내가 행복할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돈 걱정 별로 안 해도 되고, 직장도 괜찮고, 가정도 있고…. 그런데 실제로 저한테는 큰 도전도 없고, 편안하게 주말되면 TV 보는 그런 식의 생활만 계속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오히려 불행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그런 시절을 '고통스러운 행복'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나 운동을 하면 그 고통들은 '행복한 고통'이었어요. 고통 속에서 행복을 느끼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행복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고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인 일감 스님이 사회 각계각층 사람들을 만나 삶과 행복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내놨다.
책에서는 불교TV '내비둬 콘서트'의 진행자였던 저자와 출연자들의 대담을 바탕으로 방송에서 전하지 못한 내용과 근황 등을 소개한다.
등장 인물들로 사이클리스트, 화가, 피아니스트, 수의사, 애니메이션 감독, 시골 보건소장, 여검객, 산악인, 목사, 농부 시인 등 나이와 직업 등이 모두 다양하다.
일감스님이 내비둬 콘서트를 통해서 만나본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존재의 의미와 열정을 지니고 성실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생의 구도자들이었다.
대담집을 읽다보면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두어도 저절로 완전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빛나는 삶을 견성하는 기쁨을 같이 누릴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지금 바로 행복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언제나 여여하게 밝게 빛나고 있는 본래 면목을 바로 보고, 날아가 버린 파랑새를 뒤쫓듯이 행복을 찾아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서 멀리멀리 헤매지 않아도 된다. 각계의 인물들이 독존의 자리에서 찾은 있는 그대로의 행복한 삶의 말씀들은 영혼을 울리는 종소리처럼 깊고 그윽하다.
일감 스님은 책에서 "세상의 모든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위에 있는 것 같고 사람만이 최고의 생명인 것처럼 우리는 착각하기 쉽다. 만약에 우리 주변에 자연이 없고 사람 외에 다른 생명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온 우주 법계가 한 점의 가치라도 온전하게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이 바로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고 또 그런 것이 부처님과 역대 성인들이 말씀하시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며 "우리 주변에 작은 동물들, 식물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들까지도 다 한생명이다 이런 생각 가지시고 따뜻한 눈길로 동물들을, 자연들을, 식물들을 바라보는 그런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비둬!"라는 일감 스님의 화두와 더불어 이들의 이야기가 행복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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