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광주 미술, 글로벌 스탠다드로

@조덕진 입력 2018.10.30. 00:00

늦었지만 반갑고, 반갑지만 아쉽다.

최근 광주시가 미술작품 기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술작품 수집(기증) 심의위원회'를 보강하고 처음으로 기증자에 대한 예우기준도 마련했다. 또 기증정보를 미술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 어떤 이가 어떤 작품을 기증했는지를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광주시의 이번 발표는 지난 91년 개관이후 기증에 대한 객관적 기준도 갖추지 못했고 관리도 부실했다는 자기 고백에 다름아니다.

그간 크고 작은 기증이 있었지만 기증에 관한 객관적 절차나 체계화된 원칙이 없었다. 기증을 하고 나면 이후 미술관과 인연이 끊어지다시피했다. 지난 연말 기증자를 소개하는 '미술관과 함께하는 사람들' 코너가 미술관에 마련된 것이 그나마다. 뒤늦게 마련된 이 코너는 일반 방문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미술관 3층 벽에 마련돼 있다. 일반인이 잘 가지도 않는, 표를 구입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알림코너를 배치해놓다니. 메세나 정신을 알리고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라는데, 아무리 봐도 의례적이다.

해외미술관과의 교류, 해외전시 등을 통해 수많은 외국 사례를 봐 왔을 미술관 처사로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뉴욕의 뉴무지엄을 비롯한 많은 미술관들이 1층 로비,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미술관건립이나 기증에 도움준 이들을 알리고 있다. 굳이 전시를 감상하지 않아도, 미술관 방문자라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미술작품 수집(기증) 심의위원회' 보완이 '기증'에 국한된 점이다.

'작품수집', 미술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사항은 빠졌다.

시립미술관의 가장 큰 과제, 문제 중 하나가 컬렉션이다. 미술관 작품구입비는 연 5억원에 불과하다. 예산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구입 절차도 논란이다. 각 7명으로 구성된 '가격심의원회'와 '수집위원회' 위원들은 지역 미술대학 교수와 지역작가, 미술관 연구원 등이다. 일부 외부 미술관 관계자를 제외하면 이해당사자들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당사자들이 가격과 구입 작품을 정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의심받는 이유다. 지역 문화계의 해묵은 지적이지만 소리만 크고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했다. 미술계는 미술계대로 , 미술관은 지역미술인들을 지원한다는 명분아래 줄세우기, '관리'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관계가 예술적인가. 예술도시, 미술도시와 어울리는 그림인가.

그러다보니 미술관 소장품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지역작가작품이이어서가 아니다. 작품구입을 사실상 당사자들이 결정하는 구조이다보니 객관성과 공정성에서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작품성 논란까지 제기된다.

또 하나, 매회 2억원에 달하는 광주아트페어 작품구입도 논란이다. 전국에서 시민세금으로 페어작품을 구입하는 경우는 광주시가 유일무이하다. 심지어 예산도 미술관의 연 작품구입비의 40%에 달한다.

비엔날레에 세계적인 작가들이 작품이 선보이지만 예산을 이유로 광주에 단 한작품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하나 구입하지 못하면서 '지역미술인을 위해' 아트페어라는 미술'시장'에서 세금으로 구입하다니. 문화계는 물론이고 미술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트페어 작품구입은 연원이 미술인과의 관계설정을 위한 전형적인 포풀리즘정책이라는 점에서 반 예술적이기도 하다.

광주시가 미술문화행정의 틀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는 계기로 삼아달라는 문화계의 고언이 이어지는 이유다. 시는 미술관장에 연고나 학맥 인맥을 타파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뜻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선언이 아니라 과정으로 보여줘야 한다. 해묵은 관습(적폐)을 벗어나는 일은 단순히 책무를 너머 내부 경쟁력이고 후세들의 미래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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