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남도 음식은 참 맛있다

@선정태 입력 2018.10.19. 00:00

선정태 정치부 차장

외지에서 지인이 오면 늘 '어떤 음식을 대접해야 할까'하는 고민에 쌓인다. 전주하면 비빔밥, 제주도하면 흑돼지 삼겹살이 떠오른다거나 강원도하면 메밀전병, 춘천 막국수, 대구 육개장, 부산의 밀면·돼지국밥이 연상되지만, 광주를 비롯한 남도하면 바로 연상되는 음식을 찾기 쉽지 않다. 다른 지역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은 까닭이다.

얼마 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염에도 광주와 목포, 여수, 순천 등 전남도를 일주하기 위해 광주를 처음으로 찾은 지인과 식사를 했다. 그리고 주말을 맞아 목포와 여수를 동행했다. 지인과 여행하면서 "전남에 오면 어떤 음식을 대접해야할지 모르겠다. 한정식을 둘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단품 음식은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며 나름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그 분은 "무슨 소리냐. 뭘 먹어도 다 맛있다. 처음 느끼는 맛이다"며 "재료가 좋은 것인지, 요리를 잘하는 분들이 많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 맛있다"며 발끈했다.

목포와 해남, 강진에서는 "반찬 가지 수가 많아 상 앞에 서는 순간부터 압도당했다"며 "모든 반찬이 맛있어 자꾸 먹게 된다"고 흥분에 찬 어조로 극찬했다.

지인이 남도 음식에 대한 환상을 갖게된건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면서라고 했다. 그는 "글로 묘사된 음식을 상상해도, TV 화면으로 본 음식을 봐도 잘 몰랐다"며 "왜 '남도 음식, 남도 음식' 하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와서 먹어보니 바로 알 수 있게 됐다. 너는 참 복받은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듣게 됐다.

직접 만든 음식이 아님에도 남도 음식에 대한 극찬을 듣고 있으려니 송구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그러다 1년 전 유명했던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의 한 출연자 발언이 떠올랐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한 음식평론가는 "전라도 음식은 맛있는 게 아니라 맛있다고 인식돼는 것이다"고 발언했다.

전라도 음식은 진짜 맛있다기보다, 정치사회적 이유가 겹쳐 맛있다고 오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맛없는데 맛있게 포장됐다는 말이다. 남도 음식에 대한 심각한 폄하라고 느꼈다. 이 칼럼리스트의 발언 한 번에 지인을 포함한 수도권에 사는, 그래서 남도를 찾기 쉽지않은 사람들은 '남도 음식이 그렇게 맛있는건 아닌가 보구나'라는 편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지인은 음식을 먹어보고 그 맛 칼럼리스트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고 나도 맞장구쳤다.

많은 관광객이 지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파악한 전남 지자체들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한 지역을 찾는 이유 중 큰 부분이 '그 곳에 가면 경험해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다. 인지도가 높은 칼럼리스트의 편견에서 비롯된 발언이 남도를 찾을 계획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악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란다.

남도 음식 참 맛있다 . 직접 와서 맛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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