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세계사
윤선해 옮김/ 황소자리/1만5천원
한 잔의 커피에는 향기 가득한 로망으로 넘치는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까만 액체를 입에 머금는 순간 (의식을 하든 안 하든) 우리는 그 '이야기'까지 함께 마시는 셈이다. 커피의 역사를 아는 것은 곧 커피의 이야기를 알아간다는 의미다.
일본의 '커피 오타쿠' ?베 유키히로가 펴낸 '커피 세계사'는 우리 삶에서 떼놓기 어려운 일부가 된 커피가 역사적으로 짧은 시간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을 찾는다.
이 책은 15세기 예멘에서 태동한 상업용 커피의 기원에서부터 오스만 제국으로의 전파, 유럽의 커피 하우스 시대, 커피나무의 세계적 확산, 산업적 발전,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커피 문화 부흥에 이르기까지 커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책 곳곳에 흥미로운 일화를 배치해 눈길을 끈다.
책은 "당시 커피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여자 출입금지였다. 게다가 커피하우스에 심취한 남편들이 밖으로만 나돌자 성난 부인들이 '커피는 출생률을 떨어뜨린다'라는 팸플릿을 발행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또 커피하우스 내에서 이루어지는 시민토론을 탐탁지 않아 하던 국왕 찰스 2세가 여성들의 불만에 편승해 커피하우스 폐쇄령을 발표했지만 시민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10일 만에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풀어낸다.
또 "영국과의 대립은 북아메리카 사람들의 음료가 차에서 커피로 대체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커피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보스턴 차 사건 전후 단기간에 커피 소비량이 7배나 늘었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보스턴에서는 홍차를 대신해 옅은 커피가 보급되었고, 미국 내에서도 특히 보스턴은 '약배전'을 대표하는 지역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커피를 생활의례로 본 에티오피아 서남부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었다.
이들은 커피를 오래 전부터 이용하며 단순한 식용을 넘어 독특한 사용법을 통해 커피의 특별한 '힘'을 생활속에 반영하기도 한 모습을 드러낸다.
미국은 중남미에서 '제2의 쿠바'가 생기지 않도록 냉전시대 서방국가의 리더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커피 생산국의 경제와 정세를 안정화해 공산주의와 반미 게릴라 세력이 대두하는 걸 막기 위해 세계 규모의 커피 경제동맹체를 만들기도 했다.
전세계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에 대한 설명도 풀어내고 있다.
책은 지난 1999년, 스타벅스가 한국 1호점을 낸 이후 일본보다 더 열광적인 카페와 레귤러커피 붐이 일기 시작한 사실을 드러낸다.
또 여기에 영어 구사능력이 높은 한국인들이 적극적으로 미국의 커피 정보를 배우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큐그레이더(커피를 감별해 등급을 매기는 커피 감정사)를 취득한 나라가 되는 등 스페셜티 커피 소비국으로 급성장한 사실을 다룬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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