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의 창

무등일보·아시아문화원 공동기획 아시아문화의 창 <8>확장하는 아시아의 도서관들

입력 2018.08.13. 00:00
독창적 디자인과 통합마케팅, 단지 도서관만은 아니다
빈하이도서관 내부사진

'장미의 이름'은 이탈리아 대표 석학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로서 한 수도원 도서관 속 비밀의 서책을 지키는 늙은 수도사를 둘러싼 추리소설이다. 왜 이 추리소설의 배경은 수도원의 도서관이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중세까지의 유럽 도서관은 교회와 수도원의 울타리 안에서 종교적 색채가 짙은 필사본의 열람과 대출 기능만을 가진 게 대부분이었다. 이후 15세기 르네상스의 사상의 다양화는 도서 분야의 확장을 가져왔고, 도서관의 황금기인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전문공간화를 이뤄내며 점차 사회·문화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아시아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불교, 유교, 도교, 자이나교 등의 종교 및 철학 사상의 보급을 통해 책과 도서관 발전의 토대를 다졌다. 유럽을 비롯한 서양보다 앞선 중국과 한국의 인쇄 및 제책술은 동아시아 책 문화의 번성을 일찍이 가져왔다. 특히, 종교 단체들이 그들의 사상 활동을 위한 인쇄, 출판, 수집에 대한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섰기 때문에 종교시설 내에 자리 잡은 아시아 초기형태의 도서관들이 많이 설립될 수 있었다.

미얀마 아나우라타(Anawrahta) 왕의 지원으로 설립된 왕실 도서관 피타카타익(Pitakataik)은 당시 다뉴브 강부터 중국까지 포함해 가장 많은 불교 서적을 보관한 곳으로 유명했다. 태국에는 해충을 대비하기 위한 필로티 형태의 호트레이(Ho Trai)라는 사원 도서관이 전국에 걸쳐 설립되었다.

근대 이후의 아시아는 인쇄, 종이제작, 편집 등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콘텐츠의 수직적 다변화로 인하여 서적 종수 및 출판량의 현저한 증가를 경험하였고, 하나의 방이나 하나의 공간에 불과했던 도서관은 점차 하나의 큰 건물로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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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확장된 도서관 공간과 콘텐츠 관리를 위한 문헌정보학의 보급을 통해 단순 도서 소장이 아닌 도서목록의 체계화, 이용자 서비스 강화, 디지털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적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갔다.

최근 아시아의 도서관들은 정형적인 열람 공간 구성과 일반적인 서비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특히 공간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다른 문화공간과의 통합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복합 문화 시설로 발전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 송산문창원구(Song Shan Cultural Park, 松山文創園區)에는 특별한 디자인 전문도서관 '단지 도서관 만은 아닌 도서관(Not Just Library, 不只是圖書館)'이 있다. 대만에서 처음 생긴 전문도서관인 이 곳은 전 세계의 약 30,000여 종의 디자인 서적과 잡지 100종을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 속 9평방미터의 작은 전시 공간에서는 대만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소개되고, 도서관 안 카페에서는 이용자가 커피와 함께 책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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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디자이너 애론 융첸 니(Aaron Yung-Chen Nieh)가 고안한 도서관 로고와 건축가 야오정중(Yao-Cheng-Chung)이 송산문창원구의 오래된 건물의 창을 살려 만든 빛으로 가득한 열람 공간 속 도서 안내, 사서 명함, 상품에 모두 디자인의 충실한 모습을 보이며 이 곳이 단지 도서관이 아니라 '디자인'과 '도서관'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기본으로 하는 통합 문화 공간임을 이용자에게 각인 시켜주고 있다.

중국 톈진(Tianjin, 天津) 빈하이문화중심(Binhai Cultural Center)에서, 지난 2017년 10월 1일 빈하이도서관(Tianjin Binhai Library)이 개관했다. 빈하이문화중심은 톈진빈하이신구 10대 민생공정 사업 중 하나로써, 빈하이탐구관, 빈하이미술관, 빈하이공연센터, 빈하이시민센터 그리고 빈하이도서관의 5개 시설이 종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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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특히 빈하이도서관의 경우 네덜란드 건축가그룹 MVRD의 기획으로 디자인된 공간의 아름다움과 그 규모로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행정적인 문제로 실물도서가 아닌 도서 사진을 이용하게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으나 '빈하이의 눈', '책으로 된 산에는 길이 있다'라는 모티브를 통해 구현된 공간 디자인과 남녀노소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아동열람실, 어르신열람실 등은 시민들의 많은 환영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확장하는 현재 도서관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디지털에서 다시 인프라의 경계가 없는 하이브리드 디지털로 변화해가는 모든 콘텐츠의 형식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의 작금의 지식과 생각은 인터넷을 통해 더 광범위하게, 무형태로 자유롭게 생성되고 공유되고 있다. 누군가는 그 무한함과 무형태를 맹목적으로 좇기도 하고, 누군가는 더 이상 물리적 의미로서의 책은 가치가 없다는 낭설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책이라는 고정적 형태에 담긴 지적·감정적 콘텐츠 그리고 이 콘텐츠를 담은 도서관은 인간이 긴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고 활용하였던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학교였다.

지금도 도서관은 책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인류와 문화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상징적 공간이자 실질적인 배움의 공간이며, 어떤 지식을 열망하는 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공간인 것이다. 또한 인식하고 배움으로써 세상의 숨겨진 진실과 이치를 깨닫게 하는 책, 그리고 그 혜택을 받은 이가 창조의 과정을 통해 다시 새로운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앞에서 언급한 소설 '장미의 이름' 속 수도사 호르헤가 도서관에 숨어 금지된 서책을 지키며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진실은 바로 '즐거움' 이었다. 수도사 호르헤가 도서관을 지키던 그때와 달리, 지금의 우리는 언제든 원하면 어떤 진실을 파헤칠 수 있고 그 진실을 통해 새로운 발견과 창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 행위와 감정은 책 그리고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인 도서관을 통해 무한히 반복되고 증폭된다. 세상의 모든 진실이 담긴 책이 숨겨져 있는 곳, 누구든지 원하면 그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곳, 도서관은 바로 당신 가까이에 있다.

오늘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에는 약 40,000권의 책이 보관된 전문도서관이 있다.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콘텐츠 창·제작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 및 교양 도서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도서대출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범 운영하여 대중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오는 8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5·18민주광장 및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서 펼쳐지는 2018 아시아북페스티벌이 첫 개최되어, 라이브러리파크 도서를 활용한 아시아테마전, 작가와의 만남 등 책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책과 도서관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예정이다. (주최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관 : 한국도서관협회) #그림4왼쪽#

이지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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