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국민 눈높이와 다른 누진제 언제까지

@도철원 입력 2018.08.03. 00:00
도철원 사회부 차장

24일째 폭염특보.

이제는 무덥다는 말도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해가 진 이후에도 도로에서 올라오는 지열 탓에 선선함 대신 후텁지근한 기분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막상 집에만 있어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덥지만 정작 거실 또는 방 한켠에 놓여있는 에어컨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틀면 그나마 더위가 가시는 느낌이지만 앞으로 나올 고지서 생각만 하면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그나마 2년전 누진제 변경으로 최대 11배에 달하는 요금폭탄은 안맞아도 되지만 3배에 달하는 요금단가가 주는 체감무게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1.8㎾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30분 이용시 월 전기요금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때보다 6만2천780원, 10시간 이용때는 17만7천320원이 각각 늘어난다.

아침부터 계속되는 무더위에 하루 10시간 이상 에어컨을 트는 집도 부지기수라는 점에서 다음달 요금폭탄은 이미 예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누진제를 바라보는 정부와 시민들의 시각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누진제'개편에 대해 '전력 과소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전기 사용량에서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13%에 불과하다.

산업용이 50%, 상업용이 20%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부담은 가정에서만 지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직장인들도 하루종일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사무실이 "집보다 시원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산업용, 상업용은 '부담없이'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 무조건 전력 아끼기 책임을 가정에만 둘러대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누진제 관련 청원이 수백여개에 이르고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옆나라 일본에서 똑같은 누진제를 적용하면서도 1.5배 차이에 불과한데다 온열질환 예방대책으로 정부에서 에어컨을 많이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최대 온열질환자가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국민건강에 비상이 걸렸지만 너무나도 다른 일본과 우리의 상황을 보면 그저 한숨이 나온다.

정부도 이같은 불만이 계속되자 누진제 일시 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국회도 그동안 계류됐던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서두르겠다며 분주한 모습이다.

폭염으로 인해 온나라가 들썩인지도 한달여 가까이돼 가고 있지만 이제야 움직임을 보이는 정부나 국민의 대변인이라는 국회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일반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게 그렇게 힘든건지 그저 묻고 싶다. 언제까지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바라만 볼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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