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시립예술단의 배반, 광주시의 배반

@조덕진 입력 2018.07.31. 00:00

이 정도일 줄이야.

문화수도, 자타가 공인하는 예술도시 광주 시립예술단의 현주소는 심각하다 못해 참담하다.

시립예술단은 지난 76년 관현악단을 비롯해 6개의 상설 예술단으로 출발했다. 40년 역사의 시립예술단은 전국 광역시 최다(8개)를 자랑한다. 이는 인구나, 시 재정규모, 경제규모 등에 있어서 월등히 앞서는 인천시나 부산시를 앞도한다. 그러나 내실은 울산이나 대구 등 타 광역시에 비해서도 별반 다르지 않거나 떨어진다.<본보 30일자>

면면은 아쉽다 못해 배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적 수준이나 대내외적 역량 등은 차치하자. 대표작품 논란도 제쳐두자.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은 거둬들이기 쉽지않다.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이 되도록 단 한차례의 추모음악제 한번 열지 않았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2010년 구자범 지휘자가 30주년 기념추모음악제를 연 것이 최초다. 이후에는 다시 형식적으로 간간이 전개됐다. 민간에서는 문학, 미술, 공연, 대중영화를 막론하고 광주시민들을 위로하고 진실을 알리려 작품을 선보이며 감옥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눈물겹고 가슴시린, 하여 따듯한 시간 속에서도 '시립' 예술단은 '위대한 30년의 침묵'의 역사를 수립했다. 이들은 추모공연만 하지 않았을 뿐 상설공연과 특별공연 등 '다양한 공연'은 계속 해왔다.

사태가 이 지경이면 수억원을 들인 해외공연 무대가 시골 이름없는 교회라는 것도 그리 놀랍지도 않다. 합창단은 1억6800만원을 들여 지난 5월, 10일 동안 뉴욕한인회초청으로 해외공연에 나섰다, 허나 무대는 뉴저지(이해를 돕자면 뉴욕이 서울이라면 뉴저지는 경기도같은 곳이다) 시골의 이름없는 교회였다. 소년소녀합창단은 지난 2016년 LA한인단체 합창단과 교류를 위해 예산 1억1천만원의 쏟아부었다. 교향악단은 10일 일정의 유럽투어에 3억3400여만원(2017년)의 예산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이름도 알수 없는 해외공연에 수억원을 자유롭게 쓰는 예술단이지만 그렇다고 내놓을만한 작품 하나 없다.

그러다보니 2011년 브랜드 공연을 광주문화재단이 추진하기에 이른다. '자스민 광주'다. 이후 시립예술단으로 이관됐으나 이마저도 살리지 못하고 폐지됐다. 이후에도 자체 공연에 대한 고민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놀라움은 이어진다. 노조의 배반.

문화계 내외부에서 누적된 지적을 배경으로 5대 광역시의 시립예술단 현황을 점검하고 최종적으로 노조의 견해를 물었다. 예술단에는 3개의 노조가 있다.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제도적 보완 등 다양한 제안도 이어졌을 것으로 짐작했다.현 시립예술단 혁신에 필요한 최우선 과제를 물었다. 최대 노조를 이끄는 위원장의 답은 '단원 급여'였다.

기습을 당한 느낌이었다. 시스템에 관한 질문을 뒤로한 채 단원 급여를 이야기하는 노조에 알수 없는 배반감이 밀려왔다.

이게 어찌 예술단만의 문제인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광주시는 무엇을 했는가.

지난시절 시는 문화정책실장(2급) 자리를 신설했으나 문화관련 보직은 최단 5개월에서 채 2년을 넘어서지 못했고 문예회관장은 퇴직 공무원들의 휴식처로 전락했다.언필칭, 예술도시 문화수도라고 이름인들 불러나 볼 수 있겠는가.

문화경제부시장 시대를 천명한 민선 7기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

브랜드 공연, 상설공연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의 파트너십 등등 현안도 중요하다. 다만, 구체적 사안과 함께 기반을 다지고 큰 그림을 그리는 큰 걸음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전국 최초의 문화경제부시장 이름이 무색케 되서는 안된다.

문화체육부장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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