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토끼까지 놓친다

@박석호 입력 2018.07.26. 00:00
박석호 경제부장

'산토끼냐, 집토끼냐'우리나라에서 선거 때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딜레마이다. 전통적인 지지층을 굳세게 다지는데 초점을 맞추는 '집토끼론'과 기존의 지지층은 도망가지 않는다고 보고 가능성 있는 비우호층 등 외연을 넓히는 '산토끼론'간의 충돌이다. '집도끼'와 '산토끼'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칠 수도 있다. '무소불비 즉무소불과'(無所不備 則無所不寡)라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 '허실' 편에는 나오는 말로 '모든 곳을 지키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세상 살면서 모든 것을 다 얻는 것은 힘들다는 말로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지칭하는 말로 해석된다.

이달 출범한 민선 7기 광주시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는 어디에서 나올까?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민간기업에서 만들어진다. 기업이 부족하면 일자리도 부족하고 우리의 삶은 힘들어 진다. 일자리는 바로 우리의 삶, 그 자체다. 그래서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수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외지 기업 유치를 약속한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다른 지자체들과 파격적인 인센티브 경쟁까지 벌이지만 임기 4년이 다 되도 기업 유치는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9월30일까지 146개 기업과 1조1천274억원 투자, 7천148명을 고용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하지만 MOU 체결 대비 실투자 비율은 47.2%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계획 대비 실제 고용률은 14.8%에 불과했다. 그 만큼 기업 유치가 어렵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그리 높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임에도 수십년 동안 '진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지탱해 온 '집토끼'인 향토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너무나도 인색하다. 수 많은 향토기업들이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안방을 내주고 사라졌다. 최근에는 제조업의 뿌리인 뿌리기업들이 경기불황에 환경문제까지 겹치면서 고향을 등지거나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화천기공의 영광 이전 결정에 이어 기아자동차 주조공장의 '탈광주' 움직임까지 있으면서 대규모 일자리 감소 등에 따른 지역경제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향토기업의 위기는 급변하는 시대 변화와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집토끼'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광주는 향토기업을 다 잡은 '집토끼'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고향에서 찬밥신세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집토끼들이 다 떠난 광주를 생각해 보세요. 잡기 힘든 산토끼를 찾지 말고 집토끼 부터 잘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만난 한 향토기업인의 하소연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예나 지금이나 광주경제 이야기를 하면 한숨이 앞선다. 우리는 기업이 부족해 자식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 등 외지로 떠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동아줄은 우리 가까이 있다. 지자체와 지역민들이 '집토끼'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사랑을 배풀어주면 좋을 일자리는 많이 만들어지고 우리 아들과 딸들은 고향에 터전을 잡을 것이다. 안정된 직장을 가지면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하고 인구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광주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해결책은 일자리이고, 일자리는 향토기업이 만든다. 그동안 우리들은 향토기업의 소중함을 잊은 채 '서자'(庶子) 취급하며 소홀히 대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향토기업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할 이유다. 향토기업들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다 보면 '산토끼'인 외지기업들도 따라 오고, 자의반 타의반 떠난 향토기업들도 귀환한다. 내 자식부터 잘 키우자.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토끼까지 놓친다'는 경구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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