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의 시·정·만·담(市井漫談)

@김영태 입력 2018.06.21. 00:00
만족을 모르면 욕(辱 )되고 위태로워진다

보수의 몰락은 일찍부터 예견돼 왔다. 철지난 색깔, 안보논리에 기대 질기디 질긴 뒤틀린 기득권에 집착해온 그들의 정서가 이미 시사했던 바다. 평균인의 시각을 지닌 시정의 갑남을녀들과 달리 그들만 새까맣게 몰랐던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시점까지는 그들의 그와 같은 수 낮고 저급한 전술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진영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보다 그들의 처참하고 바닥 보이지 않는 나락이 항간의 화제가 될 정도다. '속이 다 시원하다'는 국민적 내뱉음까지 터져 나온다.

괴멸상태의 보수 야권, 아직 멀었다

그들의 몰락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첫째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 지난해 촛불을 든 시민들이 광장으로, 거리로 몰려 나왔을 때 마음에 담았던 속내는 "더 이상 부패와 타락, 거짓말과 호도를 용납해서는 안된다"였다. 국정농단의 주범과 부역·협력자, 그 주변에 빌 붙은 온갖 얼치기 세력들까지 1천만개가 넘는 촛불의 열기에 녹아 내렸다.

그리고 정권교체와 적폐 청산의 시작. 기득권을 놓지않으려는 일그러진 집착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탄핵과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맞받아 치기 일쑤였다. 심지어 '권력은 유한(有限)하다'는 경고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죄질이 분명하고 엄중한데도 이를 '정치보복','두고 보자'는 식으로 비틀었으니 세상 물정 몰라도 한참 모른 한심한 작태에 다름없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기류를 바라보는 지극히 편향된 시각도 마찬가지다. 낡은 안보관에 사로 잡혀 '위장 평화쇼'라며 막말로 일관한 그들의 속셈은 분단과 냉전 체제에서 조직되고 그 크기를 키워온 기득권을 놓지않으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 했다. 시작부터 그러더니 선거 결과 처참한 몰락을 체험하고도 '나라를 통째로 넘겼다'는 발언으로 구제불능의 성격을 드러냈다.

이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쓴 커다란 펼침막 아래 무릎을 꿇고(한국당)서도 정작 다음에 할 일로 '당권경쟁'에 뛰어든 것과 맞물린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다는 건지 구체적 설명없이 고개만 숙이고 본 그들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달리게 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곧 입으로만 처절한 반성이고, 정작 행동으로는 눈 앞에 다가온 '그들만의 떡(선거 결과에 무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 사퇴함으로써 생겨난 새로운 당권)'챙기기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괴멸 상태에 빠진 보수 야당의 대표라 할 한국당은 당의 진로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지도부의 무능했던 처사에 초선의원들이 이미 반발한 바 있다. 그 초선의원들이 과연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별론이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내놓은 '중앙당 해체 선언'을 두고서는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비상의원 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갈피를 못잡고 분란 상태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그들이 중앙당 해체 선언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혹시 한국당이 해체한다는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당의 대주주였던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딸의 졸업행사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나 버렸다. 그의 측근으로 국민의당 최고위원이었던 장진영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역사 전쟁에서 패장이 패배한 부하들을 놔두고 가족을 만나러 외국으로 가버린 사례가 있느냐"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안 후보의 처신으로 선거비 보전도 못받을 수많은 후보들이 줄줄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말도 덧 붙였다.

민주당의 국정 책무 더욱 무거워져

보수 야권의 몰락에 반해 민주당은 유례없는 최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대구와 경북 지역을 뺀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당색(黨色)인 파란색 물결로 뒤 덮였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은 물론 서울 강남과 보수의 본향인 구미시 마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대대로 보수 편향이던 강원도 상당수 지역에서도 역시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해 괄목상대(刮目相對)할 이변이 일어났다.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역대급 회초리로 부패하고 무능한 짝퉁 보수들을 일거에 떡실신시켜버렸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이라고 쾌재를 부를 일은 아니다. 그들이 결코 잘해서 이같은 사상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든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보수의 무능과 무책임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여당 승리에 대해 "등에 식은 땀이 나는 두려움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졌음을 강조하는 언급이다.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면 언제든 가차없는 회초리를 들거라는 아주 강한 어조의 경고음이기도 하다.

도가(道家)의 말에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아니하고(지족불욕·知足不辱 ), 멈출 줄 알면 위태하지 아니하다(지지불태·知止不殆)"고 했다(노자의 도덕경). 민주당이든 보수 야당이든 그 처한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고 모든 권력의 주체인 국민을 두려워 해야 한다. 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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