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무등일보·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 공동기획 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Ⅰ부. 광주 도시재생의 진단과 방향 (8)2018 도시재생뉴딜사업 선정현황과 광주시의 도시재생전략

입력 2018.04.18. 00:00
삶의 질 업그레이딩 시민행복플랜 녹아들어가야
'잃어버린 지갑'을 걱정하지 않아도
'분실물 센터'에 가면 찾을 수 있는
행복한 마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가꾸어 놓은 꽃과 나무들의 정원에
벌과 나비들이 찾아드는 마을.
아이들과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도시재생뉴딜을 통해 연 5조씩 5년 임기 내에 50조를 투자하겠다고 한다. 도시재생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주관 하에 있지만, 속성상 중앙부처(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협업사업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광주광역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어찌 대응해야 할까? 지역적으로는 다른 지역과 경쟁해야하고 내부적으로는 도시전체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이며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한다. 즉흥적인 일회성 이벤트나 성과위주의 밀어붙이기 관주도 사업이나 신문방송 등 매스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서 주민을 혹해서도 안 된다. 6회에 걸친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서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 동명동, 양림동, 양동, 그리고 광주송정역을 함께 살펴보았다.

도시재생사업은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가버린 파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양동발산에는 SNS 컨텐츠로 대박을 내고 있는 '데블스'도 있고, 광주송정역의 '또와식빵'도 있다.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바람을 만나 순풍에 닻을 올린 청년기업도 있다. 청년창업으로 거친 바다에서 블루오션을 만나 우뚝 자리잡은 청년기업도 있다. 이제까지 도시재생사업은 성공한 기업을 확대재생산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들은 도시재생이 아니었어도 성공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도시재생사업지역을 도약대로 삼아 웅비의 둥지를 마련했을 뿐이다.

광야와 같이 쇠락하고 피폐한 도시재생사업지역에 열정 하나로 게릴라처럼 들어와 몸부림 쳤으나 실패했던 청년들을 뜨겁게 잡아주어야 한다. 그들은 집주인도 마다하고 떠난 지역에 들어와 집을 고치고 마을을 가꾸며 그들의 꿈을 펼쳤다. 시간을 죽이면서 소비하는 pc방이나 환락이 유혹하는 번화가를 뒤로하고 도전한 젊은이들이 아니던가? 그들을 보호하고, 감싸주고, 안아주어야 한다. 임대료 1천여만원이 아니라 더 큰 것이라도 우리가 제공해야한다. 그들이 도시재생현장에서 멀리 떠나게 해서는 안된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법과 제도는 그것을 따르지 못한다. 공무원들의 행태도 그와 마찬가지다. 법치행정이니 말이다. 재생은 현실이고 체감이고, 바로 오늘이고 미래이다. 재생의 현장에는 도전과 모험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위로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

도시재생의 체계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먼저 광주광역시 단위의 최상위계획인 도시재생전략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지난 정부의 뚜렷한 공간적 기준과 근거가 없이 경제기반형, 근린재생형이라는 단순한 도시재생유형이 현 정부에서는 대폭 바뀌었다.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이라는 다섯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단순한 유형에서 '10분동네, 200m반경'을 기초단위로 하는 근린주구(neighborhood unit)가 기준이 되고 있다. 도시의 생활권계획에 통합되는 재생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시기본계획상의 도시 공간구조와 기능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하여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도심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구역이 이러한 틀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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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뉴딜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현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역역량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동명동에서 광주송정역에 이르기까지 지역역량강화가 지속적이며, 확대 재생산적인 체제는 찾을 수가 없다. 주민과 지역전문가가 마을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학습하고 토론해 나가면서 마을의 뿌리 깊은 자원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 주민들에게 실제적으로 필요한 수요를 발굴하여 사업계획 수립하고 해결해나가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중앙정부가 직접 나섰다. 예산과의 매칭이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도시재생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으나 방향에 있어서는 바람직하다. 주민과 함께 지역자원을 조사하고 주민역량을 강화하고 전문가가 함께 토론하여 마련한 사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양동발산의 동네 빵집 '플롱'과 같이 마을 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청년창업자가 있다면, 어린아이들의 간식을 걱정하는 농성초등학교 운영위원회나 학부모협의회가 함께 식자재를 구입하고, 빵을 굽고, 초등학생들에게 공급함으로써 마을경제, 골목경제, 단골경제를 만들어간다면 정부가 나서 직접 이들을 지원하고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을단위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청년창업자의 수익구조도 마련해 나감으로써 아름다운 도전을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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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 어답터'(early adapter)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빨리 적응하여 활용을 잘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에는 특정조직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선진적으로 '얼리 어답터'가 되면, 그를 뛰어 넘을 수가 없다. 기술의 속도가 빠를 뿐 만 아니라 융복합적인 인접기술이나 관련기술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진화되어 신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재생의 선두주자인 전주시와 창원시가 각각 정부의 재원이 투자되는 실증단지(test-bed)로 선정되었었다. 주민의 역량이 강화되고, 행정이 변신하고, 전문가가 함께 함으로써 도시혁신과 융복합적인 도시생태계가 선행적으로 만들어졌다. 도시재생 기술도 지속적으로 진화되고 발전되어 단순한 도시재생으로써는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가 없다. 주민역량강화는 물론 주민과 공공의 협의체의 운영에 있어서도 그들은 정부정책을 선도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들은 도시재생사업지역에서 얻은 노하우(know how)를 토대로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인 나주와 목포에까지 잠재력 있는 건축물과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도시재생부동산 정책을 유도하고 있기까지 하다.

국토교통부는 스마트시티 실증도시를 선정할 계획이다. 2018 스마트시티 시범도시(테스트 베드)가 행정수도인 세종시와 물류수도인 부산시가 선정되지 않았는가? 우리가 합류해야만 한다. 속된 표현으로 영남권을 대표하는 부산과 충청권을 대표하는 세종시가 선정되었다면, 균형개발을 강조하는 현 정부라면, 부족하더라도 호남권의 중추도시 광주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 정치권이 논리를 세워 대응해야할 부문이다.

여기에 마을공동체 기반의 커뮤니티 비즈니즈(community business)를 발굴 확대하고, 광주에서 시작된 광주형 공동체주택(일명 마을정비형 행복주택사업)이 광주에서 더 진화된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도시재생은 과거와의 공존이자 미래의 현존이다. 단순하게 건물을 현대적인 재료와 기술로 복원하는 박제화된 도시공간의 연출이 아니다.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미래적 삶의 공간과 도시재생이 체계적이면서, 경제적으로 매칭되어야 한다. 미래산업의 전략적 유치와 이를 위한 도시적 차원의 기반구축과 시민들의 역량강화 자연스럽게 통합되어야 한다. 미래의 일거리와 먹거리의 설계에서부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딩 할 수 있는 시민행복플랜이 도시재생에 녹아들어가야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할머니의 사랑이 묻어난 토닥거림이 마을에서 결합되어야 한다. 마을이 육아공동체나 복지공동체, 교육공동체로 거듭난다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잃어버린 지갑'을 걱정하지 않아도 '분실물 센터'에 가면 찾을 수 있는 행복한 마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가꾸어 놓은 꽃과 나무들의 정원에 벌과 나비들이 찾아드는 마을. 아이들과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골목길에서 울려 퍼지는 마을이 우리 도시재생의 미래가 아닐까? 류영국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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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국은

전남대 건축과 박사출신으로 10년 동안 광주시 도시계획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일상과 건축, 도시 관광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 관한 학문적 실천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지오시티'는 첨단지리정보(GIS)를 활용한 과학적인 도시계획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도시설계학회 창립,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광주·전남 지회장, 광주시 양동도시재생사업 총괄코디 등을 역임하며 도시설계와 관련 정책입안과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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