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의 창

무등일보·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공동기획- 아시아문화의 창 <2>미얀마 소수민족 할머니 얼굴에 문신이 새겨진 까닭은?

입력 2018.03.12. 00:00
종족·부족을 구분하는 '문화적 표지’로 사용
현대에는 예술적 표현 등 표현의 수단인 문신은 기원전 3천년 경부터 세계 여러 지역과 민족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신에는 각 집단 고유의 종교적 세계관, 신화와 민담, 역사적 사실 등 다양한 사상적 배경과 이야기가 녹아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 미얀마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종족만 135개에 이를 정도로 매우 다양한 종족, 다양한 문화로 이루어진 국가이다.

미얀마에 거주하는 여러 종족들 사이에서는 예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문신(文身) 습속이 행해졌는데, 문신의 부위, 형태, 문양 등의 요소가 각 종족과 부족들을 구별하는 문화적 표지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미얀마 지역의 문신 풍습은 인근 국가인 중국의 옛 문헌들은 물론 조선시대 사료에도 서술되어 있다.

'승정원일기' 고종 12년 11월 29일 기사를 보면 고종이 청나라에 다녀온 회환사 일행에게 미얀마[緬甸] 사람들의 모양과 복장을 묻자 "단발에 문신을 하였다"고 답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미얀마 여러 종족들의 문신 중에서도 가장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친(Chin)'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문신이다. 미얀마 서부, 인도 북동부와 방글라데시 동부 끝자락에 주로 분포하여 살고 있는 친족은 여성의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풍습으로 유명하다. 친족의 얼굴 문신이 서구 세계에 알려진 것은 18세기 말~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5년, 당시 인도 총독 존 쇼어(John Shore)의 명으로 오늘날 미얀마 일대를 답사한 마이클 사임스(Michael Symes)는 친족 여성을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그러나 가장 이목을 끌만한 부분은 대부분 원형의 선으로 뒤덮인 얼굴 문신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여성은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위에 문신을 하는데, 까잉(Kayn, 친족) 사람들에게 이 의식은 전적으로 여성의 얼굴에만 하는 것으로, 이러한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아주 기이한 모습이다."

이곳 사람들이 문신을 하기 시작한 유래와 연유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배층이나 외부의 적으로부터 여성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문신을 했다는 설이다. 종족마다, 마을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오래전 여러 명의 친족 여성을 부인으로 삼으려 했던 라카인(Rakhine) 왕에게, 혹은 #그림#그림1중앙#

이들을 통치했던 버마족 고위관료나 마을을 습격한 적들에게 여성이 잡혀가는 것을 막고자 얼굴에 문신을 하여 일부러 흉하게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는, 종족 내 여성이 외부 다른 종족 남성과 혼인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종족 별로 고유의 문양을 여성 얼굴에 문신으로 새겨 감출 수 없는 표식을 남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 기원이 어찌되었든 오래전부터 친족 여성들은 주로 사춘기 이후 얼굴에 문신을 새겼고, 문신을 완성하고 나서야만 혼인할 자격을 갖춘 것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문신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또래 집단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지는 필수조건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부정적 동인과 달리 일부 친 사람들은 문신을 한 여성이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문신을 하면 죽고 나서 조상들이 알아볼 수 있거나 '천당'에 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미얀마 정부가 얼굴 문신을 금지하면서 이 전통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당시 일부 문신사들은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얼굴에 문신을 한 사람들, 특히 어린 소녀들은 깊은 숲속으로 도망쳐 숨어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더 이상 전통 관습으로서 문신을 하는 광경을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 금지령 이전에 문신을 받았던 나이든 여성들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얼굴에 문신을 한 극소수의 젊은 여성들을 통해서 오랜 문화의 흔적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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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연구소는 아시아 문화의 가치를 탐구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및 학술교류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히 주변화되고 소멸되어 가고 있는 아시아 각 지역의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생태계가 그러하듯 '문화'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다양성'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가 아시아 문신에 대한 연구와 아카이브이다. 본래 문신은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공동체 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였으나 식민 지배와 근대화 과정 이후 많은 지역에서 '미개하고 비문명적인 것,' '범죄와 관련되거나 위험한 것' 등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억압받고 금지당하면서 사라져왔다.

필자를 비롯한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원들은 태국, 필리핀, 일본 등지에서 직접 현지조사를 하고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이 가운데 일부를 '아시아의 타투' 기획전을 통해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아시아의 타투'는 올해 6월 24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아시아문화연구소는 문신 이외에도 소수민족, 무형문화유산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아시아의 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가공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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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환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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