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재의 세계문화기행

민경재의 세계문화기행- 바르셀로나 몬세라트와 가우디

입력 2018.02.22. 18:58
성스러운 산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 코스타 브라바
몬세라트 매력 4가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라는, 코스타 브라바 해변의 아름다운 마을 '토사 델 마르'의 야경.

광주에는 무등산이 있고 바르셀로나에는 '톱으로 자른 산'이라는 뜻의 성산(聖山) 몬세라트(Montserrat)가 있다. 몬세라트는 가우디가 성 가족성당을 건축할 때 영감을 받은 곳이라고도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차를 몰고 몬세라트를 가는데 '프랑스'가 쓰여진 이정표가 보인다. 4시간만 더 가면 프랑스다. 해외를 가려면 비행기나 배가 아니고서는 갈 수 없는, 애처로운 섬 아닌 섬에 사는 '반도의 노마드'에게는 감동이고 슬픔이다. 언젠가는 광주에서 차를 몰고, 평양을 경유하여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유럽을 경유하여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까지 가고 싶다.

바르셀로나를 떠나 50분여의 이동 끝에 도착한 몬세라트와 그 곳에 있는 수도원은 자연과 인간의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몬세라트가 영험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기묘한 봉우리들이 끝없이 늘어선 독특한 풍경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험준한 바위산 중턱에 무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수도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산타 코바에서 발견된 '검은 성모상(라 모레네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검은 성모상에 소원을 이야기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기에 사람들은 수고를 무릅쓰면서도 몬세라트를 찾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해수관음보살상에 기도를 가는 것처럼.

그러나 무신론자인 필자가 몬세라트를 찾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림1왼쪽#

그것은 바로 세계 3대 소년 합창단이라고 불리는 에스콜라니아(Escolania)의 공연을 수도원에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끌벅적한 관광객을 뚫고 일찍 자리를 잡고서, 기다림 끝에 접하는 수도원 의 아름다운 내부와 합창. 적막한 수도원에 순백의 옷을 입은 소년들이 부르는 성가는 정말 말 그대로 성스럽다.

공연 후 감동을 안고서 수도원에서 나와 쉬고 있으려니 일단의 스페인 꼬마아이들이 나를 보고 "안녕!"이라고 소리쳐 인사를 해준다.

아!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인사말을 이렇게 접하다니, 우리나라의 위상이 정말 커지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몬세라트에서 가벼운 점심을 한 후 다시 차를 몰고 스페인에서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코스타 브라바(Costa Brava)'로 떠난다. 이곳은 프랑스 남부 해안에서부터 스페인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해안선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곳이다.

사실은 근처에 피게레스 달리 극장 미술관(Figueres Teatre-Museu Dali)이 있어 그곳을 방문하려 하였으나 입장권이 매진되어 들어갈 수 없었고, 동행한 아들이 물놀이를 너무나 좋아하여 10월의 바다이지만 어쨌든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물놀이를 경험케 해주고자 선택한 곳이었다.

코스타 브라바 해변 마을 중 하나인 토사 데 마르(Tossa de Mar)는 독특한 형태의 절벽들과 해변에 위치한 중세 시대의 성곽 요새와 등대, 그리고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멋진 곳이다. #그림2왼쪽#

바닷가 길을 천천히 산책하다 마주친, 성곽의 안쪽에 자리잡은 빌라 벨라의 아름다운 집과 골목길은 영화 속에서 접하는 전형적인 유럽 시골마을의 풍경이다.

한참을 여유롭게 산책하다 어스름해질 무렵 어촌 지구에서 맛보는 레드와 독특한 엘로우 상그리아, 그리고 파에야는 환상적이다. 거기에 코스타 브라바의 낭만적인 밤풍경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준다.

◆불세출의 가우디, 그리고 그의 작품들

바르셀로나를 예술혼의 자양분으로 삼은 예술가는 많다. 음악계에는 첼리스트로 유명한 파블로 카잘스와 세기의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가 있고, 미술계에는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가 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바르셀로나를 빛나게 하는 예술가가 있으니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이다.

그의 건축물을 보고 온 사람은 건축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어떻게 이런 건축물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며 찬탄에 마지않는다.

대표작을 보자면, 멀리서 보더라도 여러 색깔의 타일로 아름답게 장식된 건물 전면과 독특한 해골모양의 발코니 장식이 인상적인 '카사 바트요(Casa Batllo)'가 있으며, 옥상의 독특한 굴뚝과 물결 모양의 건물 측면 곡선이 아름다운 '라 페드레라(La Pedrera, 일명 '카사 밀라')',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도마뱀이 있고, 바르셀로나의 풍경을 넉넉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구엘공원(Guel Park)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우디 또는 바르셀로나와 일체가 된 건축물이 있으니 '성 가족 성당'이라 불리는, 아직도 짓고 있는 그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La Sagrada Familia)'이다. #그림3중앙#

그가 만든 건축물들은 직선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통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이 만들어낸 불완전한 선이고, 곡선이야말로 신이 만들어낸 완전한 선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그의 건축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데 자연에서 접하는 작은 것들도 그에게는 소중한 영감의 원천이었으며, 그에게는 자연이 가장 위대한 스승이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철학은 특히 카사 바트요나 라 페드레라에서 본 곡선 모양의 난간들과 손잡이, 그리고 가구들에서 아주 세세히 발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위대한 작품들을 관람하는 내내 감동을 받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심정도 든다. #그림4중앙#

백년 이상이 지나는 시간 동안 건축에 대한 학습은 엄청 이루어졌을 터인데,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천편일률적이고 삭막한 건물들로 가득한 것일까? 설계자들의 능력 부족인가? 건물주들의 인식 부족인가?

아마도 이는 건축에 있어 극도의 효율성을 따졌거나 미에 대한 안목이 부족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5왼쪽#

광주에서 건설업자와 건축주에게 예술적 안목을 기대해 보는 것은 지나친가? 진정으로 토목과 건축에 예술이 결합되길 희망해본다. 그래서 올해의 건축상을 받을 만한 건물이 광주에도 하나씩 생겨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기술문화법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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