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현 정부 뿐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국가주도로 추진되는 도시재생은 90년대 초 유럽의 문화도시정책과 맞닿아 있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추진되고 있는 광주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5년 간 총 50조 원을 투입해 도시의 낡음에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무등일보는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센터장 류영국박사)와 함께 국내외적 추세에 부응해 광주와 세계 수범적 도시재생 사례를 통해 광주만의 도시재생 모델을 찾아가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도시설계와 건축 분야 전문가들이 광주 도시재생에 대한 탐색의 여정을 선보인다. 편집자 주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
광주 도시의 속내를 한번 살펴보자. 도시성장의 중요한 기준인 인구가 2014년 149만 3천명을 정점으로 매년 줄고 있다. 건축허가건수도 2015년 4천494동을 정점으로 하락추세다. 도심 사무실의 공실률은 높아 가고 주택가의 빈집과 폐가도 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고 대책은 있는 것인가? 도시쇠퇴를 경험한 선험적인 도시들은 어떻게 극복하였고, 극복해 나가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매년 10조원씩, 5년동안 50조원을 도시재생사업에 쏟아 붓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여기저기서 도시재생의 성공사례가 소개되면서 80년대 이후의 택지개발사업처럼 판에 박힌 도시재생이 속출하지나 않을까? 염려가 들 정도이다. 도시재생을 근원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우리의 실상과 현주소를 알아낸 다음 나아가야할 도시재생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고집해 왔던 길이나 실패한 사업을 뒤로하고 새로운 길로 가는 것, 또는 죽을 고비를 넘겨 새 삶을 살아가는 경우 우리는 재생(再生)의 삶을 산다고들 한다.
도시재생도 마찬가지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한 유럽의 도시들은 철강과 조선, 그리고 섬유산업 등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해 나갔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리며 세계로 판매망을 넓히며 성장을 구가하였다. 이들은 신흥 공업국인 우리나라 등의 도전을 받고 20세기 후반부터 도시성장이 정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도시의 성장동력과 경쟁력이 상실됨으로 급속한 도시쇠퇴가 진행되었다.
영화 '폴몬티(The Full Monty)'는 산업도시 쉐필드가 도시쇠퇴를 겪으면서 해직된 노동자들의 애환을 담아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영화로 유명하게 될 정도였다.
도시성장이 정체되고, 여기저기 공·폐가와 노후·불량한 주택이 밀집된 지역이 늘어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한 두 집도 아니고 여러 집이 집단을 이루고, 확대되어가는 현상을 도시경제학에서는 외부경제효과(external economy)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로 해석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면, 나 혼자 집을 고쳐지으면 주변의 노후하고 불량한 주택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로 눈치만 보다 한 집 두 집 늘어나게 되고 집단을 이룬다는 얘기다.
이러한 악순환은 도시성장을 뒷걸음치게 하고, 세수가 감소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쇠퇴(都市衰退, Urban Deprivation)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공공은 재정을 투입해 악순환을 끊고 불량주택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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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과 주거환경개선사업
대한주택토지공사(LH) 등이 추진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50:50으로 재원을 확보하여 열악한 주거지에 소방도로를 뚫고, 주차장 등 편익시설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아울러 저리융자를 통하여 주택개량을 유도하는 사업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개설된 도로변에 원룸촌을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하였다.
개설된 도로는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바로 한 블럭뒤는 '헌집 줄께 새집달라'는 주민의식과 아파트 업자의 유혹이 공존하는 소유자들과 오랫동안 살아온 주거지에서 죽을 때까지 친구들과 함께 포기하고 살라니까 귀찮게 하지 마라는 '귀차니즘'이 지배를 하고 있다.
정부는 1990년대 말 최저주거기준을 기반으로 한 주거복지정책을 전개하여 왔다. 하지만 LH 등 공기업은 민영화가 논의되면서 공공재원을 투자하는 복지적 측면의 주택개량사업 대신에 적절한 타협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변형하여 시행하였다.
주민이 직접 저리의 자금을 융자받아 낡은 주택을 증축하거나 신축하는 현지개량방식과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정비기반시설을 건설하여 주민들에게 재분양하는 공공주택건설방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LH 등은 민영화의 파고를 넘어가면서 실타래처럼 엮인 현지개량은 뒤로하고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과 같이 공동주택건설에 매진하였다.
사실상 주거복지차원에서 이루어진 주거환경사업은 서너가지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다. 첫째는 재정착율로 대변되는 현 거주자를 쫓아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불량·노후한 주택이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삶의 기반이고, 소득에 비해서 저렴한 주택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 말이다. 즉,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을 내모는 문제를 공공재정을 투입해서 일으킨다는 문제이다
둘째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도시계획도로(6~10m)와 주차장 등 교통접근성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은 일반적으로 경사지이거나 적은 규모의 주택들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계획도로가 개설되면 기존의 보행동선을 단절시키거나 단차 등에 의한 보행환경을 악화시키고 나대지성 소규모 필지가 난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반세기 이상 살아오면서 직장 출·퇴근, 아이들의 교육 및 육아, 병원과 약국, 마트와 세탁소, 복지서비스 시설 등 마을(또는 근린)단위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생활해 왔는데 일거에 이동해서 살아야 하는 생활권 보호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명쾌했던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새뜰마을사업, 취약지개선사업,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되어왔다.
최근 문재인 정부들어 이들 사업은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통합되면서 다섯가지 유형으로 재분류된다.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 지원형, 근린재생형, 중심지 재생형, 그리고 경제기반형이 그것이다.
지면을 통해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끝점인 거점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의 현장인 동명동과 양림동에서부터 연재를 시작할 계획이다. 주거환경개선사업과 도시재생의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모듬살이의 전형이다. 공유와 공감의 시대의 도시는 새로운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것이 도시를 살리는 길이요, 도시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도시재생은 한편으로는 도시의 신진대사(新陳代謝, Metabolism)의 한 모습이다. 쇠퇴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도시의 성장동력을 재점검하고, 버려야할 헌 것과 대체할 새 것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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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심장을 우리는 도심(都心)이라고 한다. 광주는 2도심을 갖고 있다. 전라남도 도청이 이전한 부지에 세워진 국립 아시아문화전당(ACC, Asaian Culture Complex)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이 있다. 광주광역시청과 한국은행 등 광주의 중추관리기능이 밀집한 상무지구를 기반으로 한 상무신도심도 있다. 광주광역시의 도시공간구조와 성장동력의 연계를 통한 도시전체적인 틀거리도 도시재생이라는 측면에서 재점검하여야 한다.
이 모든 문제를 다 다룰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알렉산더처럼 골디우스 매듭을 단칼에 베듯 시원한 답도 없다. 국내 최고 권위자들의 선진사례와 경험을 통해서 하나하나 되짚어 봄으로써 좀 더 나은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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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국은
전남대 건축과 박사출신으로 10년 동안 광주시 도시계획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일상과 건축, 도시 관광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 관한 학문적 실천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지오시티'는 첨단지리정보(GIS)를 활용한 과학적인 도시계획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도시설계학회 창립,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광주·전남 지회장, 광주시 양동도시재생사업 총괄코디 등을 역임하며 도시설계와 관련 정책입안과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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