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채 박사의 신 육상 실크로드

문병채 박사의 신 육상실크로드 <16>실크로드의 거점 '호라즘'2

입력 2017.11.29. 00:00 도철 기자
사나운 모래바람 속 안식처 오아시스 도시 '히바'
히바는 중앙아시아의 역사도시로
중세 이슬람문화 거점 역할도 했다
160여개의 사원과 신학교가 있었다
대상들이 페르시아로 가기 전
마지막휴식을 취하던 곳이다
오아시스는 평균 13.4℃로 적합하다
이찬칼라성

◆ 호라즘 지역의 중심지 '히바'

광활한 사막 길을 달린다. 나귀가 끄는 마차들이 많이 보인다. 히바로 차를 달렸다. 호라즘은 아무다리야 강 하류의 비옥한 저지대를 가리키는 지명이다.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 쌓여 있어 독립적인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곳은 속칭 배화교인 조로아스터(Zoroaster)교 발상지다.

고대에 호라즘의 중심지는 '코네우르겐치'였다. 아무다리야 강 유역에 있다. 가장 큰 도시였다. 또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BC 559년 발생한 '아케메네스 제국' 시절부터 있었다. 12~13세기에는 황금시대였다. 그러나 1221년, 징기스칸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인류역사에 유례없는 대학살 이었다. 칭기즈칸 학살 이후 잠시 부흥하기도 하였지만, 아무다리야 강 흐름이 갑자기 북쪽으로 바뀌고, 1370년대에는 티무르에 의해 다시 파괴되면서 영원히 사람이 살지 않는 땅으로 변했다. 신(新)우르겐치는 남동쪽에 개발되었고, 현재는 우즈베키스탄 지역에 있다. 1929년부터 유적발굴과 복구정책이 이루어졌다. 이 지역엔 지천에 우리나라보다 많은 무궁화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코네우르겐치'가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후, 히바가 그 기능을 담당했다. 7~13세기까지는 호레즘 왕국의 수도로서, 16~20세기까지는 히바왕국의 수도로서 번영을 누렸다. 중세 이후, 동서교역의 중계지로서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당시의 성곽인 "이찬칼라"가 보존이 잘 돼 지금껏 남아 있다. 최근 성곽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아침 일찍 히바 구경에 나섰다. 히바는 부하라와 더불어 중앙아시아의 역사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중세에는 이슬람문화의 거점역할도 했다. 한 때 100여개의 사원과 60여개의 신학교가 있을 정도였다. 대상(隊商)들이 사막을 건너 페르시아(이란)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하던 곳이다. 호라즘 오아시스는 평균기온 13.4℃로 살기에 적합한 기온이다.

히바는 호라즘 주의 중세 성곽도시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약 743.43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가지 전체가 시간이 멈춘 듯 중세시대 모습 그대로 잔존해 있다. 근교에는 20여 개의 고성(古城)이 있다.

#그림1중앙#

◆ 잃어버린 문명 '이찬칼라 성'

히바 여행은 곧 이찬칼라(Itchan Kala) 성(城)을 둘러보는 것이다. 이찬칼라는 내성이며, 디찬칼라는 외성이다. 내성 안은 왕과 귀족의 거주지고, 내성과 외성 사이는 구시가지, 외성 밖은 신시가지다. 내성인 이찬칼라 안에는 10세기에 건축되었던 둠마 모스크에서부터 50여 개의 역사적 건축물과 250개가 넘는 고택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출입구 동문은 '힘센 자의 문'(폴본 다르보자), 서문은 '아버지의 문'(오타 다르보자), 남문은 '돌로 된 문'(토슈 다르보자), 북문은 '공원으로 난 문'(보그차 다르보자)이다.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촬영도 정문에서 촬영권을 사야 했다. 한번 구입하면 두루 촬영할 수 있다. 휴대폰 카메라는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덩치 좀 있는 카메라의 경우에만 비용을 내라고 한다.

성 가운데 큰 길이 나 있고 좌·우로 건물이 나누어져 있는 형태다. 그 많은 곳을 전부 들어가 보기는 힘들었다. 한국어 현지가이드가 있었다. 보통 4시간 돌아보지만, 우리는 전문 답사팀답게 요구사항이 많아 8시간을 계약했다.

입장권 들어가는 곳마다 체크를 한다. 유적지는 순서대로 볼 수 있도록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아니, 사람들이 워낙 많이 다녀 길이 다듬어졌다 해야 할 것 같다. 건물들 외부는 흙이지만 내부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되어 있다. 겉은 세월의 풍상을 견디지 못해 여기저기 허물어진 데가 있다.

이찬칼라는 호라즘(Khorezm)의 잃어버린 문명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눈여겨 볼 역사적인 건축물이 많다. 예를 들면, 마드라사 같은 건축물이 대표적이다. 웅장하지만 디자인은 단순한 중앙아시아 특유의 이슬람 건축물이다. 또한 주택건축은 그 설계와 건축 방식이 매우 특이해서 흥미롭다.

성 내부 북서쪽 끝에 왕궁인 "쿠냐아르크(Kunya Ark)"가 위치해 있다. 매우 호화로운 궁전이다. 화려한 보석장식의 벽, 방 바닦에 실개천이 흘러 몸을 싯을 수 있게 된 왕비들의 방, 위엄 있고 웅장한 보루와 연회장, 기둥의 세밀한 조각과 지진을 대비한 설계, 화려하고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각종 공간, 왕의 침실에서 어느 여인(왕비)에게 갔는지 모르게 다녀오게 설계된 비밀통로, 그리고 많은 그림, 다양한 볼거리 등 돌아보는 것이 지루하지가 않았다. 화려함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거대한 토성이다. 현재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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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에도 있는 우리 음식 '김치'

어딜 가나 노점상이 참 많다. 다양한 물건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부른다. 대부분 실크나 골동품들이다. 길거리 가게의 형형색색이 여행객의 눈을 뺏어간다. 가격은 싸지만 조잡한 것들이 많다. 일행 중 몇 사람이 실크스카프 몇 점을 사려고 하니 가이드가 와서 말렸다. 다른 가게에 가서 똑 같은 제품을 1/3가격에 사줬다. 무조건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흥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전 동안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가이드가 알려준 레스토랑으로 갔다. 무더위에 구경 후 가장 사랑받는 것은 역시 시원한 맥주다. 엄청 크고 긴 꼬치구이를 곁들여 먹었다. 과거 사막을 가로지르던 대상들이 쉬어가던 곳 이었다. 음식엔 샐러드류가 많았다. 당근, 호박류, 토마토, 감자, 고추가루 등이 음식의 주 재료였고, 빵과 스프를 곁들여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여기도'김치'가 있었다. 발음도 똑 같았다. 다만 우리와 같이 배추나 무우로 만든 것이 아니고, 당근채와 같은 것을 고추가루에 버물려 만든 것이다. 맛은 우리 김치와 비슷하다. 만일 배추를 재료로 썼다면 우리 김치와 같은 맛이 날 듯 하였다. 어떻든 이억 말리 떨어진 곳에서 '김치'가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오후에는 오전에 가보지 않은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슬람 사원과 함께 신학교 등이 있었다. 큰 규모에 압도당했지만 그 화려함에 더 놀라웠다. 부하라를 살피는 높은 첨탑이 그러했다. 모스크는 어딜 가나 중심이고 크다. 그리고 기도드리는 사람보다 관광객이 몇 배나 더 많다. 모스크 주변엔 꼭 우물이 있는데, 들어가보니 지금도 물이 나와 우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좀 더 가니 귀족(관료)들이 살던 주거와 생활 시설이 나온다. 가옥의 내부, 색다른 생활도구 등이 볼만했다. 건물 밖으로 나올 때면, 우리 모습이 특이해서 인지, 한류의 영향인지 같이 사진 찍자고 다가온 사람이 많이 있었다. 모든 건물 안은 비어 있었고, 기념품 가게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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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멈춘 '구시가지'

성 밖으로 나오니 바로 바자르(야외시장)으로 이어졌다. 성 안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정돈되지 않는 혼잡하고 지저분함이 극에 달했다. 사람과 상품, 운반 차량이 시끄러운 소리와 얽혀 혼잡함이 극에 달했다. 잘 정돈된 성안이 삭막하게 생각되었다. 일행의 몇몇 분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며, 성안 구경보다 이 곳에 오래 머물고 싶다고 했다.

히바는 이전 도시들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도시 전체가 옛날 고대국가 모습 그대로다. 시간이 멈춰있는 도시였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 채색되지 않은 흙벽돌, 길게 늘어선 황토색 성벽, 그 너머 보이는 높은 첨탑 등이 그렇다. 완전히 과거 세계로 온 느낌이다.

바자르를 지나 '마을투어'(구시가지)에 나섰다. 이 골목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오고 저쪽으로 갔다가 다시 오는 등 알 수가 없다. 구굴지도를 믿고 계속 갔으나, 지도도 오류가 많았다. 이곳인가? 하면 아니고 저곳인가? 하면 또 아니다. 정말 알 수 없는 골목길이다. '미로'는 이곳 도시들의 특징이다.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든다고 책에서 배웠다. 실제로 겪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마을을 벗어나니, 다시 이찬칼리 성곽이 나온다. 우리를 태울 차가 대기하고 있다. 어느 덧 해가 저물고 있다. 황혼을 보자며 성곽을 따라서 걸었다. 둘레가 약 2.5km인데 대단한 성이다. 석양에 황토색의 성벽이 다양한 모습으로 보인다. 성 너머로 히바의 저녁 해가 기울고 있다. 첨탑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저녁햇살에 도시가 노랗게 물든다. 모래바람을 뚫고 길 없는 사막을 건너온 대상의 행렬이 쉬어가던 곳도 어둠에 묻혀든다. 날이 어두어 질 때까지 오래도록 성벽을 거닐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히바다.  아시아문화지리연구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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