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공군 조종사 증언 등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발포명령자 찾아 다시 법정 세워 죄값 치르게 해야
37년간의 눈물을 머금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은 점점 전두환을 향해 가고 있다.
보수 정수 9년간 5·18은 해묵은 이념갈등의 싸움터에 끌려나온 희생양이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인터넷상에서 5·18을 폭동으로, 전라도를 '홍어'로 표현하며 매우 저속한 여론조작에 앞장섰다. 자신들의 정권이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도청 앞 집단발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민주정부 10년간 5·18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과오도 돌아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이명박 정부때 추진된 아시아문화전당도 원형 보존 여론을 제대로 담지 못해 현재까지 지역사회의 갈등 요소로 남은 것처럼 말이다. 또 80년 5월 거리로 나왔던 이들의 이제는 늙은 손을 대신해 광주가 횃불을 넘겨받을 준비가 되었는지는 스스로가 증명해야 한다.
◆제2의 5·18 엄혹했지만 광주는 버텼다
지난 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7년간 불리지 못한 설움을 깨고 힘찬 제창 속에 울려퍼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8주년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떠듬떠듬 따라 불렀지만 행사 직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북한의 노래'로 치부하는 보수단체들의 딴지가 걸렸다.
보수단체들은 5·18기념식에 보수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을 보훈처에 끊임없이 시빗거리로 삼았다.
2009년부터 정부는 5·18과 선긋기에 나섰고 한 술 더 떠 보수 결집의 노리개로 삼았다.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이 등장했고 국정원은 심리전단을 가동하며 인터넷 상에서 5·18과 호남을 비하하는 여론 조성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광주 내부적으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제도 악화돼며 5월단체의 결속력도 약해졌다. 2008년 6월 10일 기공식 이후 5월 단체는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을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5월 3단체 중 구속부상자회가 이듬해 2월 농성을 푸는 등 철수하며 원형 보전의 목소리는 힘을 잃었고 2010년 12월 29일 정치인들로 구성된 10인 대책위원회는 세부 사항을 계속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일부 철거를 수용했다.
이러는 동안 왜곡과 폄훼는 도를 넘어섰다. 2013년 5월에는 일베 회원 양모씨가 5·18로 희생된 가족의 관을 붙잡고 오열하는 가족의 사진을 올리며 이를 '택배'로 희화하는 일명 '홍어택배'사건이 발생한다. 여기에 보수인사 지만원씨는 근거도 없이 5·18 당시 광주 시민을 북한군으로 지목했다.
참지 못한 5월단체들은 2015년 당시 사진 속 시민들을 찾아 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승소했다.
◆옛 도청 지킨 외로운 외침, 촛불 만나다
5·18의 최후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은 아시아문화전당 조성 과정에서 원형 훼손 논란 속에서 표류했다.
그간 아시아문화전당측에 대해 옛 전남도청 복원 문제를 타진하던 5월단체는 전당측이 아무런 답변도 없이 행사를 추진했다며 끝내 분노를 터트리며 지난해 9월7일 8년만에 다시 천막농성에 돌입, 옛 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에는 윤장현 광주시장도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선후보들은 광주 이슈로 급부상한 옛 전남도청 복원 문제에 대해 저마다 공약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열린 37주년 5·18민중항쟁 전야제는 '촛불로 잇는 오월, 다시 타오르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열려 촛불집회의 정신과 5월 정신이 상통함을 나타냈다.
#그림1중앙#
◆국민들은 그날이 알고 싶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 이후 10년간 멈춰섰던 5·18진상규명은 이제 봇물터지듯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37주년 5·18기념식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진상규명을 약속하면서 국방부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 9월부터 전일빌딩 총탄흔적을 조사하는 작업을 벌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헬기 사격으로 유력시된다는 대답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5월 18일 이후 광주를 향해 공군이 전투기에 공대지폭탄을 장착하고 대기했다는 전투기 조종사의 증언이 나왔고 미군이 폭격을 저지했다는 미국인들의 증언, 당시 투입된 계엄군의 증언도 속속 나왔다.
여기에 고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의 활약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1천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택시운전사'는 그간 뜸했던 5·18의 참상에 대한 전국적 분노를 다시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5·18 참상의 주범인 전두환과 신군부를 다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5·18특별법을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키겠다고 밝혔고 헬기 사격과 전투기 폭격을 조사하기 위한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여기에 80년 5월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 암매장된 시민들에 대한 제보도 제기되면서 5·18기념재단은 발굴 계획에 착수하는 등 5월의 진실을 향한 움직임이 다방면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전두환, 집단살해죄 국제재판 세워야"
#그림2중앙#
공소시효 없는 반인륜적 학살 행위 5·18대책위와 재판 회부 검토 중
수사권 없는 국방부 특조위 한계 기소권 갖고 위증·불응 엄벌해야
"5·18민주화운동 발포명령과 최종책임자 처벌을 위해 신군부를 집단살해죄로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야합니다."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의 전기를 맞아,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기존 국내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두환 등 신군부를 처벌하도록 국제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는 "신군부의 가혹·야만적 행위를 그간 국내법 절차로 규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왔다"며 "반인륜적 행위는 공소시효가 없다. 집단살해죄와 반인도범죄로 다뤄 전두환과 그 일당이 끝까지 처벌받게 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왜곡과 폄훼에 맞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것도 고려중이다"면서 "관련해서 '광주시 5·18민주화운동 진실규명과 역사왜곡 대책위원회'의 변호사들과 더불어 논의중이고 향후 추진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김 상임이사는 5·18진상규명을 위한 지역사회의 지지와 응원을 촉구했다.
특히 지난해 9월 7일 옛 전남도청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 센터 개소식에 난입해 행사를 저지한 것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
김 상임이사는 "5월 단체가 행사를 망쳤다고 비판이 심했었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더 이상 침묵한다면 옛 전남도청을 사수할 수 없을거란 절망감 속에서 했던 행동이었다. 실제로 그때부터 시작된 천막농성이 결국 옛 도청 복원의 거점이 됐다"고 돌이켰다.
최근 새 정부 들어 5·18과 관련된 새로운 팩트가 드러나는 것은 반겼으나 주의도 당부했다.
김 상임이사는 "광주시는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사격이 80년 5월 27일로 특정했지만 이는 21일과 24일 발포 가능성이 힘을 잃게 만든다"라며 "충분히 검증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역 언론들에 대해서는 여러 힘든 환경 속에서도 5·18에 대한 열정적이고도 돋보이는 취재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고마움도 표했다.
김 상임이사는 "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된 이후로 일요일 오후부터는 전화기를 꺼놓을 수가 없었다"며 "상당히 많은 기자들이 5·18 취재 열기를 보여주는 것이 희망적이고 광주 언론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번을 5·18진상규명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상임이사는 "정말 지금까지 해 온 노력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들여야 진상규명의 대상에게 접근할 수 있다"며 "진실규명을 통해 나온 결과가 각각의 집단의 사상과 신념에 맞지 않을 경우 갈등도 빚어질 수 있다. 끝까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진실만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5·18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라며 "헬기 조종사들이 발포한 적 없다고 했는데도 탄흔이 나온 건 조종사들이 거짓말 한 것 아닌가. 위증이나 증언 거부에 대해서는 구속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강력히 천명하고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충섭기자 zorba85@naver.com
- 광주·전남 여성단체 "5·18 성폭력 사건 소수의견 첨부는 의의 퇴색"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2일 공개한 5·18 당시 계엄군 성폭력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에 포함된 일부 전원위원(이종협·이동욱·차기환)의 반대 의견. 5·18조사위 조사결과 보고서 캡처 광주·전남지역 여성단체들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5·18 당시 계엄군 성폭력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와 관련 전원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나온 일부 위원의 의견을 첨부한 것은 스스로 조사 의의를 깎아내린 행위라고 지적했다.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5·18조사위의 직권조사 과제에 대해 매번 진상규명 결정을 반대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 전원위원의 의견을 소수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첨부한 것은 매우 아쉬운 결정이다"며 이같이 밝혔다.단체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다른 조사와 다르게 사건의 유형을 철저하게 분류하고 피해자들의 치유와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가 책임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해 큰 의의가 있다"며 "소수 의견은 소수 의견으로 뒀어야 한다. 따로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5·18조사위는 소수 의견을 공개해 지난 4년간의 조사 활동의 의의를 스스로 퇴색시켰다"며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종합보고서는 권위있는 형식을 갖춰 공개돼야 한다"강조했다.앞서 지난 2일 5·18조사위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조사한 개별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계엄군이 성폭력 가해자일 개연성이 있다거나 가해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진상규명 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 등의 일부 전원위원(이종협·이동욱·차기환)의 반대 의견이 첨부돼 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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