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영화관 살리기 지역의 힘으로

지역 영화관 살리기,'지역의 힘으로' <12> 세계 最古 영화관 에덴극장의 부활

입력 2017.09.20. 00:00 이윤주 기자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로 영화 상영
에덴극장 바로 옆 벽화에 뤼미에르 형제가 '라시오타역에 도착한 기차'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120여년전 첫 영화를 마주하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마르세이유를 거쳐 도착한 라시오타는 전형적인 프랑스 남부 작은 바닷가마을이다.

 기차역에서 내려 10여분을 달리면 중심가가 나타난다.

 한여름에도 그늘에만 들어서면 시원해지는 지중해풍 날씨에 푸른 하늘과 바다가 교차하는 바닷가, 요트가 즐비한 항구의 풍경은 '휴양지'라는 이름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120여년전 뤼미에르 가족이 이곳을 가족휴양지로 선택했던 이유들이 느껴진다.

 라시오타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관광안내소를 중심으로 왼쪽은 조선소와 항구, 노천카페와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고 오른쪽은 해수욕장과 휴양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관광안내소 오른쪽 바닷가를 따라 5분쯤 걸어가면 밝은 노란색 건물이 보인다. 에덴극장이다.

 극장 근처에 다다르면 여러 조형물들이 에덴극장임을 알려준다.

 건너편 광장에서는 각종 영화스틸컷으로 장식된 소가 자리하고 있다. 광장과 극장 사이에 놓인 도로는 필름으로 수놓아져 있다.

 영화제나 행사가 열릴때면 에덴극장에서 이곳 광장까지 모두가 스크린으로 변한다.

 또 영화관 바로 옆에는 '라시오타역에 도착하는 기차'를 촬영하는 뤼미에르 형제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인상적이다.

 에덴극장 왼쪽 입구에 들어서면 여느 영화관처럼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다.

 매표소 앞에서 상영관까지 극장 내부 곳곳이 에덴극장의 역사를 말해주듯 다양한 자료들로 꾸며져있다.

 상영관 내부는 온통 붉은 색이다. 작은 테라스가 있는 복층 형태로 복원돼있다.

 외부로 통하는 카페는 꼭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커피 한잔 하고픈 곳이다.

 카페 한켠, '라시오타역에 도착하는 기차'의 스틸컷을 보고있자니 120여년 전 스크린을 통해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를 처음 보고 혼비백산해 달려나갔던 이들에게 이런 여유가 있었을까 싶다.

 

 ◆영화의 탄생…뤼미에르와 에덴극장

 라시오타는 뤼미에르 형제가 1985년 세계 최초 영화를 촬영, 제작한 곳이다.

 바로 '라시오타역에 도착하는 기차'. 50초짜리 무성영화였지만 당시 관객들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에 혼비백산해 영화관을 뛰쳐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뤼미에르 형제는 프랑스의 발명가다. 이동식 카메라인 시네마토그라프를 만들어 스크린을 통한 영사의 기능을 영화에 부여하며 수백여명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그 출발이 바로 이곳 라시오타와 에덴극장에서 이뤄졌다. 여름이면 가족들이 찾던 휴양지, 라시오타에서 수십편의 작품을 촬영했고 에덴극장에서 입장료를 받은 첫 상업영화 상영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1889년 6월 개관한 에덴극장은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을 가미한 오페라 하우스 형태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곳은 연극, 음악콘서트, 오페라 등 공연은 물론 복싱, 레슬링 같은 스포츠경기까지 열리는 다목적 공간이었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상영 후 그들이 전 세계를 돌며 제작한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상영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곳은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는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명소였다.

 주민들은 대부분 에덴극장의 행사를 통해 만남을 이어가며 문화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82년 이곳에서 불미스러운 강도사건이 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고 1년에 단 일주일만 작은 영화제를 위해 문을 열었지만 1995년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결국 폐관됐다. 당시 라시오타는 주력산업인 조선소가 강제폐쇄될 위기에 처하며 도시 전체가 침체기에 빠져들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덴극장은 이듬해인 1996년 2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

 

 ◆지역의 노력, 에덴극장의 부활 이끌다

 에덴극장에 대한 지역민들의 애정과 자부심은 특별했다.

 극장이 처음 문을 닫은 1980년대부터 끊임없이 재개관에 대한 여론이 이어졌다.

 특히 19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첫 상업영화 상영 100주년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개최되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에덴극장 재개관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가 시작된 것은 2002년 뤼미에르 형제 중 한 사람인 루이 뤼미에르의 증손자, 트라리유 뤼미에르가 '레 뤼미에르 드 레뎅(Le lumiere des l'eden)협회'를 설립하면서부터다. 60여명의 배우와 감독들이 참여해 기금모금에 동참하는 등 소중한 문화유산인 에덴극장의 부활을 이끌었다.

 마침내 2007년 에덴극장 재개발 논의가 구체화됐고 2008년 마르세이유 프로방스 문화수도 프로젝트를 통해 에덴극장 리노베이션이 공식화됐다. 다양한 방식이 논의됐지만 에덴극장은 첫 개관 당시의 모습을 복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100년 이상된 노후된 건물인데다 오랜기간 방치돼 복원이 쉽지 않았지만 극장 정면과 상영관 내부는 개관 당시의 모습을 거의 담아냈다. 순수 리노베이션 공사기간만 16개월이 걸렸으며 비용도 600만 유로가 투입됐다. 시비 280만 유로를 제외한 나머지는 프랑스 국립영상센터와 주정부에서 부담했다.

 오랜 세월 주민들의 염원이었던 에덴극장은 2013년 10월9일 다시 주민들 그리고 영화인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에덴극장은 건물 전체가 스크린으로 변신,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선보인 첫 상업영화 '라시오타역에 도착한 기차'로 채워졌다.

 재개관된 에덴극장의 외부는 옛 모습으로 복원됐지만 내부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영화관으로 거듭났다.

 35mm 필름, 디지털, 3D 영화를 모두 상영할 수 있는 영사시설을 구비했으며 171석의 객석을 갖추고 있다.

 현재 에덴극장은 재개관을 이끌었던 레 뤼미에르 드 레뎅 협회가 2014년부터 공식, 운영하고 있다. 협회 창립 당시 60여명의 회원들은 이제 200여명을 늘었다.

 이들은 세계적인 감독들의 기획전을 비롯해 젊은 영화 제작자들의 프리미어들을 발표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이지만 방문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18세 이하 청소년들이다. 매주 금요일 초등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며 수요일은 지역 대학생들을 위한 특별상영회가 있다.

 또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밤' 행사도 지난해 12월부터 열고 있다.

 특히 에덴극장의 역사와 가치를 알리는 상설프로그램과 뤼미에르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레 뤼미에르 드 레뎅 협회 미셸 코넬 대표는 "에덴극장은 영화사뿐만 아니라 라시오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건물"이라며 "라시오타 사람들 중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에덴극장에서 만났다고 말할 정도로 도시와 세대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인 에덴극장의 보존에는 3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도시의 문화 유산 향상을 위해 많은 이들의 노력과 동참이 뒤따랐다"며 "영화관을 다시 갖게 됐을때 너무나 기뻐서 많은 사람들이 울었고 우리 스스로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라시오타=이윤주기자 storyboard@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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