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MICE 이야기

■김기태의 마이스이야기 - 제1장 사람을 모아야 산다 (3) ‘MICE’의 등장

입력 2017.01.17. 00:00
대형 국제회의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MICE산업의 꽃으로 참가자들에게 우리의 맛과 멋, 볼거리, 즐길거리 등‘우리의 매력’을 맘껏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된다. 사진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 정상회의’모습.

102년 전 단순 집회 기능 컨벤션서 복합관광 개념화

광주 미래는 '사람이 찾는 도시'가 답

회의·전시회·이벤트에 ‘놀거리' 부가

‘모든 것 해결해 주는’ 인간 위한 공간

‘회의’를 뜻하는 ‘컨벤션(convention)’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쓰게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예식장 이름에도 갖다 붙일 만큼 흔한 이름이 됐지만, 우리나라에서 ‘컨벤션’이라는 말은 2000년대 초 지방 컨벤션센터들이 생겨나면서부터 대중화됐다고 할 수 있다.

‘컨벤션’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주장들이 혼재한다. 우선,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유럽에서 전쟁 수습을 위한 자리가 필요했다. 나폴레옹을 엘바 섬으로 추방한 뒤 체결한 파리조약에 따라 프랑스가 포기한 영토 처분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렸다. 유럽 9개 나라가 모여 1814년 9월부터 시작된 이 회의는 이듬해 6월까지 지리하게 계속됐다. 이 회의 도중 진전이 되지 않거나 교착 상태에 빠져들면 즉석에서 흥겨운 향연과 무도회가 베풀어졌다. 정확치는 않지만 이 회의를 ‘컨벤션’의 출발로 보는 주장이 있다. 203년 전의 일이다.

‘컨벤션’에 대한 마땅한 기록이 없어 체육행사가 잦았던 로마시대부터 ‘컨벤션’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컨벤션’에 대한 또 다른 주장도 있다. ‘컨벤션’은 지난 195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됐다는 설이다. 미국 외에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달한 ‘엑스포(expo)’와 ‘페어(fair)’,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메세(messe)’가 발전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유럽에서 발전된 ‘엑스포(expo)’, ‘페어(fair)’, ‘메세(messe)’ 등은 주로 교역을 위한 전시 기능과 이벤트가 강조되고 부수적으로 회의 등이 곁들여지는 개념이 강하다. 반면, ‘컨벤션’은 집회의 기능이 강조되고 전시 기능이 부가되는 개념으로 구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102년 전인 1915년 서울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전(全) 조선 기자대회’를 근대적인 의미의 ‘컨벤션’의 시초로 보는 시각이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에 코엑스(COEX)가 태어나면서 지금의 ‘컨벤션’ 모습으로 진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사전적 의미의 ‘컨벤션’은 영어 ‘CON(together) + VENE(to come)’의 뜻이 합쳐진 ‘함께 와서 모이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의 개념이라는 것. 유럽의 ‘메세형(messe)’은 국제적인 단위의 기관·단체들에 의한 회의와 전시를 뜻하고, 미국의 ‘컨벤션형(convention)’은 기업·단체들의 회의·대회 및 집회를 강조하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컨벤션’은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다 보니 먹거리와 볼거리를 찾게 됐고 그러다 보니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전시회’까지 추가할 생각을 하게 됐다. 전시회도 단순히 물건을 쌓아 놓고 “내 물건 사 가시오!”라고 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놀이와 재미가 더해졌다. 이름하여 ‘이벤트(event)'가 ’컨벤션‘과 ’전시회‘ 사이로 끼어들었다. 이렇다보니 ‘컨벤션’은 회의·전시회·이벤트까지를 ‘한 덩어리’로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놀거리(amusements)' 또는 흥행적인 요소들이 ‘컨벤션’과 함께 공존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으로서 ‘컨벤션’은 본래의 기능에다 교통·통신·숙박·음식·유흥·관광·레저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적인 산업 형태까지 곁들인 ‘종합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컨벤션’은 사람이 모였을 때 필요한 요소들을 산업화한 것이므로 어쩌면 ‘사람이 존재하는 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컨벤션센터들은 인간의 애경사(哀慶事) 가운데 경사스러운 일인 각종 돌잔치, 회갑잔치와 같은 연회·혼례는 물론이고 럭셔리한 호텔과 뷔페, 쇼핑몰까지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입만 갖고 오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컨벤션’이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그림1오른쪽#

이렇듯 회의(Convention)와 전시(Exhibition)를 합친 ‘전시·컨벤션 산업‘은 2000년대 초반 각종 모임(Meeting)과 포상관광(Incentive)을 더해 ‘MICE’라는 이름으로 확장,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전시·컨벤션’에다 ‘관광’의 속성을 더해 확장된 산업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시작된 MICE용어를 여과없이 수용한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관광’까지 포함한 확장된 의미로 MICE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MICE’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 없는 ‘MICE’는 없고, ‘MICE’는 어떤 경우든 사람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컨벤션 강국으로 키우고, 광주를 ‘MICE 도시’로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사람이 답이다. 사람이 만족스럽게 이동하고 먹고 자고 마신 뒤 끊임없이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면 된다.

‘MICE’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많은 매력의 대가에 만족하게 하고, 그들이 기꺼이 광주나 한국에 더 머무르고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MICE’ 참가자들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즐기고 느끼게 할 것인지를 찾는 것이다. ‘MICE’ 참가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는 물론 그들이 좋아하는 우리만의 매력과 재미를 찾고, 다듬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 김대중컨벤션센터 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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