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묻지마 투표는 옳고 그름과 사회 정의를 무너뜨린다

입력 2015.04.22. 00:00
김갑제 주필

모를 심어 싹이 웃자라면 이윽고 이삭 대가 올라와 눈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 이삭이 양분을 받아 알곡으로 채워져 고개를 수그릴 때 추수의 보람를 거둔다. 하지만 처음 올라오는 이삭 대 중에는 아예 싹의 모가지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있고, 대를 올려도 끝이 노랗게 돼 종내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은 결국 농부의 손길에 솎아져서 뽑히고 만다. 싹의 모가지가 싹아지, 즉 싸가지이고, 이삭 대의 이삭 패는 자리는 싹수(穗)라고 한다.

싸가지는 있어야 하겠지만, 싹수가 노래서는 안된다. 공자는 논어' 자한(子罕)'에서 이렇게 말했다. “싹만 트고 꽃이 피지 않는 것이 있고, 꽃은 피었어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이 있다.”(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 묘이불수(苗而不秀)는 싸가지가 없다는 말이고 수이불실(秀而不實)은 싹수가 노랗다는 뜻이다. 싹이 파릇해 기대했는데, 대를 올려 꽃을 못 피우거나, 꽃 핀 것을 보고 알곡을 바랐지만 결실 없는 쭉정이가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싹수가 노란 후보를 선택하면

사람도 마찬가지. 일주일 후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이다. 호남에서는 광주 서구 을 지역에서 유일하게 치뤄진다,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떠들어 시끄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관심을 꺼버리거나 피해서는 안된다. 유심히 살펴 누가 싸가지가 있고, 싹수가 노란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까지 인물은 뒷전이고 묻지마 투표로 싹수가 노란 사람을 뽑아서야 무슨 염치로 자식들의 얼굴을 바라 볼 수 있을 것인가.

옳고 그름이 무너지고 사회 정의가 계속 짓밟히는 세상을 원한다면야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2년 2개월 동안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그 기준은 유권자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나아졌고 대한민국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보낸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가개조와 국민통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성완종씨 자살로 떠오른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도 이번 선거의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 마땅하다.

특히 광주에서는 집권세력을 비판·견제하고 대안 정치세력으로서 믿음을 주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명백히 가려내 선택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호남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불이익과 설움을 당해왔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차별과 무시를 받아 온 암담한 세월을 생각해 보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는 강건너 삼식이도 알 터이다.

조선조 한여유(1642-1709)도 '양절반씨자치통감총론(陽節潘氏資治通鑑總論)'에서 이렇게 말했다. “겉은 은인데 속은 쇠이거나(外銀裏鐵), 바탕은 양인데 껍데기만 범인 자(羊質虎皮)들은 평소에도 착하지 않아 못 하는 짓이 없고 제멋대로 굴며 사치하여 거리끼는 바가 없다. 이를 두고 소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자들에게 높은 지위를 맡기면 충신과 어진 이를 배척하여 몰아내고 백성을 벗겨서 제 이익만을 취한다. 아래에서 사람이 원망하고 위에서 하늘이 노해 해침이 동시에 이르고 세상은 탁해져 어지럽게 된다”

"소인 뽑으면 세상은 어지럽게 된다"

김조순(1765-1832)도 자기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애초에 의리(義利)의 공교로움을 따져 살피지 않고 그저 듣기 좋은 소리와 웃는 모습으로 공손하고 삼가며 바르고 중도에 맞는 듯한 태도를 짓는 자는 또한 양질호피의 부류일 뿐”이라고 적었다.

위 두 글에 나오는 양질호피란 말은 한나라 때 양웅의 '법언(法言)' 중 '오자(吾子)'에 처음 나오는 말로 이런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여기 제 입으로 성이 공(孔)씨이고 자는 중니(仲尼)라는 사람이 있다 칩시다. 그 문에 들어가고 그 집 마루에 올라 그 책상에 앉아 그의 옷을 입는다면 중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 “겉만 그렇지 바탕[質]은 아니다.” “바탕이란 게 뭔데요?” “양의 바탕에 범의 껍질을 쓰니 풀을 보면 기뻐하고 승냥이를 보면 벌벌 떤다. 제가 범의 껍질을 뒤집어 쓴 것을 잊은 게지.”

중니를 자로 쓰고 성이 공씨라 해서 다 공자가 아니다는 말이다. 보통 때는 겉만 보고 대단하게 여겼지만 막상 하는 짓을 보니 고작 승냥이 앞에서 두려워 납작 엎드리고 풀만 보면 침을 흘리며 달려가는 소인배더란 얘기다. 그 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벌벌 떨며 그 앞에서 꼼짝 못하는 여우 토끼도 딱하기는 한 가지다.

이런 사람을 뽑아서도 안된다. 한나라 때 양웅의 아들 자오는 나이 아홉에 어렵기로 소문난 아버지의 책 태현경(太玄經)의 저술 작업을 곁에서 도왔다. 두보의 아들 종무도 시를 잘 써서 완병조가 칭찬한 글이 남아 있다. 중추(中樞) 벼슬을 지낸 곽희태는 다섯 살에 이소경(離騷經)을 다섯 번 읽고 다 외웠다는 전설적인 천재다. 권민은 그 난해한 우공(禹貢)을 배운 즉시 책을 덮고 다 암송했다. 하지만 이들은 후세에 아무 전하는 것이 없다. 천재도 세상을 위해 노력치 않으면 갑남을녀와 똑 같고 그 보다 더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는 뜻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광주의 유권자 만큼은 허심공관(虛心公觀), 즉 마음을 비워 공정하게 살펴서 진실하고 정의롭고 깨끗하고 실력있는 사람을 뽑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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