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명절인 설을 코 앞에 두고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에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사람과 차량 이동이 많은 연휴여서 확산에 최대 고비가 된다며 농림축산식품부가 대책을 발표하고 자치단체마다 방역에 야단법석이다. 지난해 설 무렵과 너무나 비슷한 상황이다. 1년 전에도 AI 확산을 막기위해 농식품부 장관이 담화를 하고 대국민 협조요청을 했다. 마치 데쟈뷰를 보는 것 같다.
왜 이렇게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가 매년 혹은 몇 년 주기로 되풀이 되는 상황을 맞게 됐는가. 방역과 살처분에 따른 각종 부작용, 철새에 대한 공포, 동물질병 확산에 따른 이동제약 등이 트라우마가 될 지경이다. 심각한 문제인데도 단기처방에만 급급하다 잦아들 기미를 보이면 느슨해지는 등 너무 소홀히 대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의 양돈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두 달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남, 경기, 경북, 세종시로 번진 데 이어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까지 뚫리고 청정지역인 강원도까지 비상이 걸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확산 일로에 있다. 지난해 9월 처음 발생한 AI는 98개 농장에서 260만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확산 속도가 만만찮다. 지난달 오리농장에서 사육중인 개에서도 AI 바이러스가 검출된데다 서울에서 처음 중랑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AI가 발견됐다.
전남에서는 올 들어 40여일 만에 나주, 구례, 무안 등 오리 농가 15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30여만마리의 오리가 살처분됐다. 지난해에는 전남 오리 농가 114곳에서 AI가 발생해 276만1천여마리의 오리가 매몰처리된 바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3년만인 지난해 발생한 AI가 '사계절·토착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설을 앞두고 AI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구제역 청정지역인 전남의 경우 차량과 사람들이 충청지역 등을 거쳐 오면서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는 큰 피해를 입고도 방역 체계, 차단시스템이 허술한데다 사육환경 개선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대재앙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고 있는 내용들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정부의 예방백신 접종 도입에도 불구, 구제역 첫 발생지인 진천농가의 항체 형성률이16.7%에 불과하고 미접종 농가도 상당수에 달했다. 접종만 장려했지 실제로 했는지, 제대로 된 부위에 주사를 놨는지, 항체형성 여부 등의 확인은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부패된 음식물쓰레기 사료를 닭에게 먹이면서 밀집사육을 하는 열악한 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사전에 약을 주입하지 않고 산닭을 생매장하는 모습도 충격적이다.
구제역과 AI 국경 검역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악성 가축전염병 발생국에 다녀온 축산 관계자 367명이 신고하지 않고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래 가지고는 가축전염병을 막을 수 없다.
설 명절을 맞아 구제역과 AI 때문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방역은 더욱 어려워졌다. 당국은 설 연휴 가축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16일에 이어 23일에도 전국적으로 일제소독을 실시하고 축산차량은 물론 귀성차량에 대한 소독도 강화한다고 한다. 고향 방문객들은 축산 농장과 철새 도래지 방문을 자제하고, 부득이 방문할 경우 불편하더라도 차량 내외부와 탑승자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하는 등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담화문이나 홍보, 협조요청은 구제역이나 AI의 근본적 차단대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구제역은 최초 발생 원인과 확산 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의 규명과 함께 허술한 방역체계, 국경검역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AI도 방역·사료차량과 인력관리, 수칙 등 예방시스템을 보완하고 공장식 집단사육 환경, 비위생적인 사료 개선 등을 통해 발병원인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이를 거울삼아 똑 같은 대책이 아닌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강도높은 가축질병 차단대책을 촉구한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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