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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이 꼭 이런 식으로 ‘유식’을 뽐내야 하나

입력 2015.01.07. 00:00
윤종채 논설주간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가 시작됐다. 해마다 이맘 때쯤 이면 각 기관이나 기업, 또는 특정인들이 네 글자로 함축된 사자성어(四字成語)에 그들의 새해 희망과 각오를 담아 발표한다. 고사(故事)나 역사, 고전과 문학작품 등에서 연유된 성어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많이 쓰인다. 특히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가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면서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로 자주 등장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듯 온갖 종류의 그럴듯한 사자성어가 난무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통인화(政通人和)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임중도원(任重道遠)과 정본청원(正本淸源)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를 밝혔다.

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매년 국내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일정 수의 교수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후 투표로 순위를 결정, 발표하는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일 시무식에서 이미 언급한 정본청원을 비롯해 회천재조(回天再造), 사필귀정(事必歸正), 거직조왕(擧直錯枉)이 1·2·3·4위로 나란히 선정됐다. 하지만 해마다 교수들의 희망은 바람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연초와 상반된 '올해의 사자성어'가 그해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생각한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인것처럼 사자성어의 풀어 논 뜻이 어느 한해 희망대로 맞아떨어진 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 잘하는 정치인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국무위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공행공반(空行空返)을,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선우후락(先憂後樂)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유지경성(有志竟成)을,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마부위침(磨斧爲針)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줄탁동시(口+卒啄同時)와 파부침주를,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이 만강혈성(滿腔血誠)의 정신을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승풍파랑(乘風破浪)을,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무본자강(務本自强 )을, 송광운 광주 북구청장이 집사광익(集思廣益)을, 박홍률 목포시장이 중심성성(衆心成城)을 인용했다.

시·도 교육감은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금선탈각(金蟬脫殼)을,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이 천고행건(天高行健)을,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시·도의회 의장은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이 초윤장산(礎潤張傘)을, 명현관 전남도의회 의장이 동주공제(同舟共濟)를, 김윤근 경남도의회 의장이 고장난명(孤掌難鳴)의 자세를 밝혔다.

또한 농협맨들인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진비일호(振臂一呼)를, 임금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중심광익(衆心廣益)을,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개원절류(開源節流)를,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회사후소(繪事後素)를 2015년 화두로 내세웠다.

공공기관·단체장은 임환수 국세청장이 산중수복(山重水複)을,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일신월이(日新月異)를, 유상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이환위리(以患爲利)를,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점적천석(點滴穿石)을, 김부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해현경장(解弦更張)을,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안불망위(安不忘危)를,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이 사석성호(射石成虎)를 예로 들었다.

이래저래 유식은 점점 더 새끼를 친다. 기업 대표들도 한 마디 안할 수 없다. 2015년 경영방침으로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제시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이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자세와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의 지혜를,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호시우행(虎視牛行)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선승구전(先勝求戰)을,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출기제승'(出奇制勝)을,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철단익강(鐵鍛益强)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마부정제(馬不停蹄)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기자쟁선(棄子爭先)을, 김덕수 국민카드 대표가 천하지사(天下之事) 불변즉멸(不變則滅)을 제시했다.

천학비재(淺學菲才)한 필자로서는 어쩌면 이토록 언제 한번 듣도 보도 못한 사자성어를 4서 3경같은 고전에서 잘도 찾아내 현학(衒學)을 한껏 자랑하는지 참 신기할 정도다. 최소한 이 정도는 박식해야 교수도 하고 정치도 하고 기업도 경영하는 것일까. 정치권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기관, 문화·예술·체육 분야까지도 모두들 사자성어를 동원해야만 폼이 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찌 됐든 사자성어 만들기도 경쟁이 붙은 듯하다. 어떤 이는 정확한 뜻이나 알고 말하는지 의심스럽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떠오르고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사자성어 사전을 뒤적이는 보좌진만 헛고생시킨다는 생각까지 든다.

지도층이 꼭 이런 식으로 ‘유식’을 뽐내야 하나. 알아듣기 힘든 말의 ‘겉멋’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진짜 뜻을 실천하고 모범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는 늘 내세우기를 좋아하고 칭찬받기에 귀가 엷은데,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좌우지간 내년 이맘때쯤이면 만사형통(萬事亨通), 일취월장(日就月將) 등 귀에 익숙한 사자성어가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지면이 한정돼 사자성어 뜻을 풀이하지 않았으니 번거롭겠지만 사전을 찾아봤으면 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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