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구성 방식 개선 필요성 제기…불복 논란 가능성 우려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조가 '우려'에서 '비판' 쪽으로 바뀌고 있다.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전제는 유지하면서 통진당 노선과의 선긋기 보다 헌재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강조점을 두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새정치연합은 2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우윤근 원내대표 발언을 통해 헌재 재판관 구성방식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행 헌법에서 헌재는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 3명을 지명하고, 이들 중 대통령이 재판소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우 원내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민주적 정당성 확보가 가능한지, 구조적 편향성을 탈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헌재 결정에 정치적 판단이 실려있다는 인식을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헌재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결코 정치적이어선 안된다"고 가세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여러가지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여권이 '원죄론'이나 '종북몰이' 카드를 꺼내 수세에 몰린 흐름을 뒤집고 정국을 일방적으로 주도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통진당 해산 결정이 내려진 다음 날 검찰이 이정희 전 대표 등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며 "사회 전체를 종북몰이로 몰아가려는 것 아닌지 경계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종북몰이라는 쉬운 길을 택하는 건 독배를 들이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의 강경모드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비리) 국정조사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논란의 '불씨'가 꺼질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재야를 중심으로 시작된 진보진영 재편 논의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통진당의 공중분해로 생긴 공백을 선제적으로 메우고 자신들 것으로 만들어야 전대 후 분열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일찌감치 총선의 전초전으로 바뀐 내년 4월 재보선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헌재 '때리기'의 강도를 끌어올리면 국정원 댓글 정국 때와 마찬가지로 여권의 '불복 프레임'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
당 관계자는 "당 전체적으로는 정부·여당이 당분간 종북몰이로 갈 것이라서 헌재 결정에 특별하게 대응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가능하면 자원외교나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불씨를 살려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 여야, 13일간 총선 레이스 돌입···'거야 심판' vs '정권 심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사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용산살리기' 지원유세에서 권영세 용산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여야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4·10 국회의원 총선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각기 '거야 심판'과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총력전을 시작했다.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함께 선거운동이 허용된 28일 오전 0시 서울 가락 농수산물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0시 행사를 거르고 오전 10시 대통령실 인근 용산역 광장에서 '정권심판·국민승리' 선대위 출정식을 진행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내 최대 규모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며 "국민의힘은 땀 흘려 일하는 생활인을 대변하는 정당이고, 그런 분들이 더 잘살기를 바라는 정당"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이 전진할 것인가 후진할 것인가, 융성할 것인가 쇠퇴할 것인가, 곤경해질 것인가 불리해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라며 "그 전제로 범죄 세력을 심판하겠다. 그걸 넘어서야 민생과 경제를 제고해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 위원장은 곧이어 같은날 오전 서울 한강벨트 등 수도권 격전지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심판이 곧 민생이라고 역설하고 있다.한 위원장은 한강벨트인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거리인사에서 "범죄자 세력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범죄자 세력이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해야 한다. 그것은 네거티브가 아닌 민생"이라고 강조했다.인 위원장은 한 위원장과 함께 가락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같은날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5·18을 폭동으로 비하하는 것은 광주시민을 두 번 죽이는 것으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호남 표심을 공략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오전 7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출근길 인사에서 "지금 정치가 잘못됐다면 바꿔야 하고, 정치를 바꾸는 일은 결국 국민들이 해야한다"며 정권 심판 동참을 호소했다.이 대표는 이어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도 "지난 2년의 시간은 국민에게 하루하루가 절망 고통 그 자체였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 열차가 국민 승리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지금 출발한다. 윤석열 정권 심판은 대한민국 정상화와 민생 재건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반한 윤 정권에게 이제 주권자가, 민주 공화국의 주인이 심판할 때가 됐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압도적 심판 의지를 확실하게 실천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한강벨트인 서울 중·성동갑 등에서 지원유세에 나선다.민주당은 범야권 200석 전망을 일축하며 지지층 이완과 보수층 결집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범야권 200석' 전망에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과반인) 151석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민주당 주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윤영덕 의원은 같은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은 시대적 과제"라며 "모든 걸 걸고 압도적으로 승리해 민주주의, 민생, 평화, 미래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고 지지를 요청했다.제3지대 정당들도 일제히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녹색정의당은 같은날 오전 0시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골목을 방문한 뒤 서울시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개혁신당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소방서를 찾아 지역 치안과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새로운미래 지도부도 같은날 오전 0시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후 대전 대덕구 박영순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선대위 출정식 및 출근인사를 진행했다.조국혁신당은 같은날 오전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출정식을 개최했다. 조 대표는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부산에서부터 동남풍을 일으켜 전국으로 밀고 올라가겠다"고 선언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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