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불구 사재기에 품귀 현상…클리닉 2배 급증 대응 제각각
애연가들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혹독하다.
앞으로 열흘 후면 두배에 가까운 전례없는 담뱃값 인상에 내년부터 금연구역이 대폭 늘어나는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내년 1월1일부터 담뱃값이 일제히 2천원씩 오라 열흘 뒤부터 담배 한 갑을 사려면 최소 4천500원 가량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가게마다 한정 공급된 담배가 다 떨어져 손님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가 하면 하루 두갑 이상 피우던 이들도 금연클리닉을 찾는 통에 각 지자체의 금연클리닉은 평소보다 두배 가까운 금연희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22일 오후 광천터미널 앞. 많은 인파가 오가는 이곳 흡연구역에선 여러 남녀가 얼마 남지 않은 흡연기간을 즐기며 향후 방침을 고민하고 있다.
여수에서 온 김진현(30)씨는 "10년째 하루에 한갑 정도 담배를 피워왔는데 새해 첫날부터 끊고 전자담배로 갈아타 점점 줄여갈 생각이다"며 "예전 500원 인상 때는 피부에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 2천원 인상은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친구들과 함께 끊기로 했다"며 손을 내저었다.
휴가나온 해병대원이라는 A(22)씨는 "솔직히 담뱃갑 인상에 대해선 아무 생각이 없다"며 "힘든 일상을 버티는 요인 중 하나이고 군인인 입장이라 쉽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편의점은 담배를 사려는 이들이 몰려 1인당 담배 판매를 두 갑으로 제한했지만 수시로 동이나는 바람에 손님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 일쑤다.
광천동 한 편의점 점장 이모(33·여)씨는 "이번달 들어서 담배회사에서 평균판매량을 근거로 한달치 담배만 납품했고 그 이상은 현재 주문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남은 담배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손님들이 담뱃값 인상을 우려해 두갑씩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지난달에 비해 2배 정도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편의점 점주는 "담배를 두갑 이상 팔라고 하거나 보루로 팔라고 종용하는 손님들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는 상황이다"며 귀뜸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자며 금연클리닉의 문을 두드리는 흡연자들도 크게 늘었다.
서구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금연클리닉을 방문한 금연치료 등록자가 107명이었지만 12월은 이날까지 171명에 달하는 등 두배 가까운 인파가 몰려 금연의지를 드러냈다.남구보건소도 하루 평균 10명이던 신규 금연치료신청자가 2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이날 서구 금연클리닉을 찾아 금연치료등록을 마친 박상명(40)씨는 "20년간 하루에 한갑씩 담배를 피워왔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금연을 시작하기로 했고 가족들도 반기고 있다"며 "그냥 물건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아니라 세금을 더 많이 거두기 위해 2천원이나 올렸다는 것이 속상해 아예 피우지 않기로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달 들어 방문한 흡연자들은 하루 두갑 이상 피우는 애연가들이 많은 실정이다"며 "특히 60~70대 뿐만 아니라 40~50대도 많이 찾고 있다"고 귀뜸했다.
KT&G광주지부 관계자는 "현재 에쎄, 디스플러스 등 주요 인기담배는 이미 공급된 물량이 바닥난 상태다"며 "일부 매장 업주들이 담배를 숨기고 판매하지 않기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각 판매장마다 이같은 사항이 없도록 고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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