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역사적으로 갑오년이 동학농민혁명 등으로 변화와 격랑을 겪어온지라 대내외적으로 평온하길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대형참사가 빚어지고 반목과 갈등, 오만과 독선, 양극화 심화 등으로 얼룩진 한 해가 되고 말았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1년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불거진 일련의 정치적·사회적 사건들은 우리의 일그러진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전히 ‘갈길이 멀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올 봄 어린 학생들을 차가운 물속으로 보낸 세월호 참사는 탐욕과 부패, 성장에만 매몰된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구명에 솔선수범해야 할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은 차마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과 상식을 뛰어넘는 부적절한 행동을 일삼아 공분을 샀다. 당시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도, 잊어서도 안 된다고 수 차례 되뇌였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금,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정윤회씨 국정개입’을 둘러싼 파워게임을 벌이면서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진실게임으로 비화되고 있는 ‘이전투구’는 국민들의 극심한 정치혐오와 불신을 낳고 있다. 도덕적 책무를 가져야 할 사람들의 행태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은 어떤가? 재벌가의 오만과 독선을 드러내면서 갈수록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활주로로 향하던 항공기의 기수를 돌리게 한 뒤 사무장을 내리도록 한 오너일가의 ‘수퍼갑질’은 황당함 그 자체다.
승객들의 안전을 도외시 한 행동에 대한 엄격한 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갑과 을이 존재하는 고달픈 현실에서 수모를 당한 을의 입장을 눈꼽 만큼이나 생각해 봤는지 그저 먹먹할 따름이다. 이번 사건은 승객들의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면서 대한항공의 진실왜곡에 따른 여론의 뭇매가 계속될 불씨를 남기고 있다.
재벌3세의 부적절한 처신은 세계적으로 국가 망신을 시키면서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 훼손은 물론 자사의 호텔사업, 주가에 까지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말았다. 어이없는 행동에 대한 대가가 이렇게 까지 클 것이라고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대학가의 성추행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최고의 지성인 일류대 교수들의 파렴치한 행동도 문제거니와 처리과정에서 발본색원해야 하는데도 어물쩡 넘어 가려는 대학측의 태도 또한 어처구니 없다. 이런 사람들이 강단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처벌강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직원들에 대한 폭언, 성희롱, 인사전횡을 둘러싼 잡음과 정명훈 예술감독의 비리혐의 폭로 등으로 곳곳이 시끄럽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의 부적절한 행동이나 처신, 힘 있는 자의 ‘갑질’이 안 그래도 힘든 서민들을 더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그 동안 고속성장 과정에서 재벌이나 정치인, 지식인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나 타 계층,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도외시 되기 일쑤였다.
재벌위주 성장정책이 이어지면서 양극화의 민낯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하위 40%의 소득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는 최근 연구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
권력과 힘을 맘껏 휘두르는 반면 약자에 대한 배려나 사회적 책무는 철저히 외면하는, 이런 행태들이 우리사회의 근간을 흔들면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근본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버거운데 재벌 등 가진자의 ‘갑질’이나 정치인, 교수 등 지식인의 파렴치가 계속된다면 우리사회의 미래 희망은 없을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책무가 요구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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