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동에 도로명과 학교명 등으로 공식 사용돼 온 '백일'이라는 명칭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인 김백일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드러나 광주가 들끓고 있다. 90년대 택지지구 개발 당시 역사적 검증없이 백일사격장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빚어졌다고는 하지만, 참으로 황당하고 무지몽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백일로에 3·1운동 이후 최대 독립운동으로 꼽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을 기념하는 기념관과 기념회관, 기념탑 등 독립운동 상징물과 교육적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우선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 국민이 이곳에 우편물을 보내거나 찾아가려면 백일로 30을 반드시 봉투에 적어야 되고 차량으로는 내비게이션을 눌러야 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친일파 이름 위에 독립운동 현충시설을 세운 잘못을 날마다 되풀이 하는 꼴이며,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일파의 이름을 영웅으로 기억케 하는 일이다. 백일길(화정4동)에 자리한 백일초등학교와 백일어린이공원, 백일산 등의 명칭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모른채 여지없이 자존심을 구긴 이 학교 졸업생과 지역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여기에다 451가구 1천216명의 주민들은 주민등록상 주소지도 백일로다. 진정 순국선열들이 통곡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백일(본명 김찬규)은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일제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활동한 친일파 군인이다. 1937년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해방 직전까지 상위(대위)로 복무한 전력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됐다. 만주군 간도특설대는 우리나라 독립군부대를 전문적으로 토벌하기 위해 일본군이 창설한 대대급 전위대였다. 독립군부대를 진압하기 위한 무자비한 작전을 수행했고, 민간인들까지 학살하고 체포 고문했으며 약탈과 강간을 일삼았던 잔인무도한 특수부대였던 것이다.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에 복무한 군인 중 소좌(소령)이상만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등재했지만 간도특설대 출신은 그 악랄한 활동으로 장교는 물론 사병까지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 됐다. 그만큼 잔인하고 악질들만이 모인 군부대였다.무등일보 보도 이후 뒤늦게 나마 광주시와 시교육청, 서구청 등 관계기관에서 개명을 서두르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어어없고 황당한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갑자기 아베의 저주가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유난히 친일파인 극우세력과 그 후손들의 망언 망동이 참기어려울 만큼 드세졌기 때문이다.
조선의 마지막 총독은 아베 노부유키(阿陪信行·1875~1953)이다. 현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安倍 あべ晋三 )의 조부이기도 하다. 그는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총독부가 폐지되자 1945년 9월 12일 일본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는 고별 연설에서 "일본은 졌다. 그러나 조선이 승리한것은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이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란 세월이 훨씬 더 걸릴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국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사관을 심어 놓았다. 결국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사람을 살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는 끔찍한 저주를 남겼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그의 예언이 현실화 되고 있음에 가슴이 서늘해 진다. 우리나라 독립운동가의 대명사인 백범 김구 선생이 난도질 당하는가 하면 극우 세력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폄훼와 편견이 세를 타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친일이 정당화 되고 독재가 미화되는 세월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미홍이라는 아나운서 출신의 여자는 지난 6월 한 언론사 초청 강연에서 "지금 김구 선생이 최고의 애국자라고 되어 있지만 그분은 김일성에 부역한 사람이고, 좌파 역사학자들이 영웅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백범 선생이 김일성 만세를 불렀다는 광언(狂言)도 서슴치 않았다.
광언을 이은 사람은 KBS 이사장 이인호씨다. 그녀는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수반까지 하면서 독립운동가로 대단히 훌륭하지만 1948년 대한민국 독립에는 반대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건국 공로자로 거론한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공영방송 이사장 입에서 그것도 백범 선생을 두고 '대한민국 공로자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씨는 심지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에 대해서도 "상해 임시정부는 임시정부로도 평가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는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정면으로 부인한 발언이다. 대한민국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공영방송 이사장이 공공연하게 그리고 정면으로 백범 선생과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한 것이다.
지금도 이 땅의 극우세력은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절’로 내세우고, 독립운동가 대신 친일파들을 ‘건국의 주역’으로 삼고자 광분하고 있다. 1948년을 건국절로 할 경우 선조들의 친일행적이 사라지고, 독립운동사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친일파가 부활하며, 아베의 저주가 현실화 되고 있는 나날들. 참으로 섬뜩하고 가슴시린 세월이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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