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타난 아이 가슴에 묻지 못해…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등에 국민 동참 호소
따뜻이 맞아주고 함께 울어준 광주에 감사
"죽을 때까지 아이들을 가슴에 묻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단지 죽은 다음에 하늘에서 아이를 만난다면 문제해결을 위해 열심히 다녔다고 이야기 할려고 합니다. 국민 여려분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주세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국민간담회가 23일 오후3시 광주 YMCA 무진관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광주시민대책회의의 주관으로 안산 단원고 최진혁군 어머니 고영희씨와 제세호군 아버지 삼렬씨가 함께했다.
간담회는 사전 영상 상영과 가족들의 삶, 현재 특별법 진행사항과 의문점, 앞으로의 대책 등에 대핸 이야기를 했다.
제씨는 영상 상영에 앞서 "2학년8반 부모님들의 동의를 얻어 일부 학생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만들었다"며 "부족하지만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영상에는 같은 반 학생들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과 함께 개개인의 증명사진과 각종 메시지가 담겼다.
영상을 보는 내내 유가족들은 물론 일부 참석자들도 눈물을 흘렸다.
해남 출신이라던 유가족 고영희씨는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함께 울어주셔서 광주시민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며 "세월호는 사고가 아닌 사건이며 개인적으로는 학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씨는 "아직도 진혁이가 가방을 메고 집을 나가던 뒷모습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야간자율학습이 끝날 때 쯤 맛있는 것을 해놓으라고 말하던 시간과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이 올 때마다 무섭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사연과 고충을 설명할 때는 눈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두달 전 크게 혼낸 적이 있는데 진혁이가 '그래도 난 아빠보다 엄마가 좋아'라고 말해줬고, 이번 사고가 나기 전에는 '다녀와서 엄마 선물사줄께' 하고 갔는데 애가 오지 않았다"며 "칠흑같은 물 속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얼마나 살려달라고 했을까…."
고씨는 "아이들은 어른들을, 대통령을 믿고 있었을 것인데… 부모들은 항상 죄인처럼 살아가고 있다"며 "진혁이가 '엄마, 엄마보다 약한 사람을 안아주고 다 용서해주면 안되냐'고 꿈에 나타난다"며 "하지만 '엄마보다 약한 사람은 안아주겠지만 용서는 안된다'고 답하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제세호 군의 아버지 삼렬씨는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사진이 온 것이 8시35분에 갑판에서 찍은 모습이다"며 "15분만 갑판에 있었더라면 살았을 것인데…"라고 흐느꼈다.
제씨는 "처음에는 떠나간 자식이 가슴에 돌처럼 남아 바위로 커지더니 지금은 산처럼 커져 옮길 수가 없게 됐다"며 "부인과 죽을 때까지 아이를 가슴에 못 묻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죽으면 하늘에서 아들을 만나 내가 이 정도까지 쫓아다녔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진실이 밝혀질때까지,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을 때까지 용기를 내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일부 가족들이 힘들고 지쳐서 못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향해 달리고 있는 만큼 옆에서 같이 용기를 북돋아 주고, 같이 울어주면서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들의 이야기가 끝난 뒤 세월호 특별법과 진상조사 등에 대해 국민대책위 주제준 정책기획팀장은 특별법과 진상조사추진위원회가 갈수록 후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었지만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바꾸면서 진상규명에서 멀어지고 있고, 특별법도 3차까지 논의가 됐지만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준석 선장이 해경의 한 경장 아파트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점과 삭제된 CC-TV 등 각종 의문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팀장은 "반쪽짜리 특별법으로는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모든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긴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족들은 10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진상규명에 앞장설 각오인 만큼 국민 모두가 팽목항을 잊지말고, 정치권에 경종을 울릴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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