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맥주 예찬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4.09.22. 00:00

요즘처럼 햇살이 따가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더위를 달래는 사람들이 많다. 연일 치솟는 물가와 팍팍한 살림살이로 답답한 심정을 맥주로 삭히는 사람들도 있다. 값 싸고 적은 양으로도 취기를 느낄 수 있어 노동자의 설움을 달래주는 술이 소주라면, 맥주는 서민의 표상과 같은 술이다. 최근 들어 자유무역협정(FTA)이 속속 체결되면서 고급술로 여겼던 와인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맥주의 대중성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맥주의 본고장이라고 하면 단연 독일을 꼽는다. '맥주 순수령'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독일이 맥주의 본고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맥주를 즐기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맥주 6병은 밥 한 끼다. 7병째부터가 술로 마시는 것이다'라는 독일 속담이 있을 정도니 충분히 짐작이 된다.

술이야말로 인류의 희노애락과 함께 해온 것이니만큼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따라다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왁자지껄한 맥주집에서 다함께 잔을 부딪칠 때만큼 세상은 근심과 시름을 잊을 수 있다. 그래서 맥주 예찬론자들은 맥주를 '공동체의 술'이라고까지 치켜세운다. 오죽하면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라는 영화까지 나왔을까.

1996년 한재석, 방은진 등이 출연한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는 1. 맥주는 내가 다른 맥주를 마셔도 질투하지 않는다. 2. 맥주는 내가 처음 오픈한다. 3. 맥주는 친구와 나누어 마실 수록 더 맛있다. 4. 맥주는 누구라도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다. 5. 맥주는 언제 어느 때나 망설임 없이 따 먹을 수 있다. 6. 맥주는 겉만 봐도 그 내용물을 알 수 있다. 7. 한번 마신 맥주를 평생 마셔야 될 의무는 없다.

맥주의 대중화는 갈수록 가속화되는 추세다. 독특한 맛과 향의 맥주를 만드는 홈브루(home brew)가 유행인데다, 음주패턴이 질적으로 변해가고 있어서다. 일본에서는 '차별없는 건배'를 한답시고 알코올이 없는 어린이용 맥주까지도 등장할 정도다.

맥주를 두고는 온갖 찬사가 쏟아진다. 그 거품 속에서 낭만을 즐기고, 고독을 달래고, 상쾌함을 맛본다고 법석을 떤다. ‘음료수를 대체하는 알코올’, 이것이 맥주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윤종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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