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의 두려움을 어떻게 용기로 바꾸려 하십니까?" 영화 '명량'에서 아들 이회가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적선을 상대하려는 이순신 장군에게 감히 던진 화두다. 윤장현 광주시장 취임 2개월이 지나고 있다. 흔히 언론은 취임 3개월을 부드러운 관계라는 의미에서 '허니문 데이'라 한다.
하지만 '시민 시장'을 표방한 윤 시장의 현재 상황은 언론과의 허니문 데이는 고사하고 각종 시정의 방향타를 잡는데 녹록치 않은 듯 하다. 윤 시장도 할 말은 많고,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시민 시장'을 표방하며 내놓은 '광주시 조직개편안'이 시의회와의 줄다리기 끝에 어렵게 통과됐다. 취임 초기 윤 시장과 시의회 모두 상처를 입었다. 광주비엔날레 '세월오월' 특별전시 파문도 윤 시장의 문화정책에 생채기를 남겼다. 홍성담씨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아직 미봉책이다. 앞으로 윤 시장이 문화예술 정책 수행에서 '예산의 실질적 지원자인 정부'와 '광주의 예술적 표현' 사이를 어떻게 절충해 나갈지 숙제로 남겨졌다. 또 '도시철도 2호선'으로 상징되는 굵직한 시정 현안에 대한 윤 시장의 돌파 능력 또한 검증대에 올랐다. 2호선을 신설하지 않을 것인가, 건설 방식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방향이 제시되지 않아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산하 공기업 인사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과 새롭게 차지하려는 세력을 어떻게 조정해 나 갈지 고민일 듯싶다.
초기 만만치 않은 세력들의 발목잡기
집권 초기 윤 시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까닭은 복합적이다. 먼저 강운태 전 시장 측으로 분류할 수 있는 구 권력과의 쟁투다. 이들 세력은 산하 기관 또는 시청 내 엄존하면서 호시탐탐 윤 시장의 리더십이 약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때로는 버티기로, 때로는 발목잡기로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표현이 이들의 축약된 논리다. 윤 시장 취임 직후 산하 기관장들이 모여 임기를 모두 마치자는 결의를 했다는 후문이 이를 뒷받침 한다. '세월오월' 걸개그림 파문 확산 또한 문화권력 내 신구 세력의 암투로 보는 시각이 있다.
두 번째, 선거과정에서 윤 시장의 지지세력 내 치열한 경쟁이다. 지지세력은 다시 둘로 나눌 수 있다. 윤 시장을 시장후보로 끌어들인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로 포괄되는 정당세력이다. 당시 독수리 5형제로 표현되는 지역 국회의원과 선거과정에서 공천으로 당선된 지방의원들이 이들이다. 헌데 애석하게 윤 시장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격이었던 안철수 대표는 고문으로 당내 핵심세력에서 물러나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그에 대한 새정치 기대도 한풀 꺾여 '이 빠진 호랑이' 꼴이다. 윤 시장의 힘이 약화된 가운데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은 서로 세력 확장에 안간힘이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시정 발목잡기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앙당과 시의회에 자신의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윤 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지지세력 내 또 다른 암초는 측근 세력 내 분열이다. 윤 시장이 아직 뚜렷한 자기색깔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몇몇은 외유를 떠났고, 몇몇은 자기 일을 찾는 등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면서 누가 누가 핵심측근이라는 등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조직 장악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윤 시장이 선거과정에서 조직과 시정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한계일 수 있지만,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은 스스로의 몫이다.
'시민 시장' 가치 흔들리면 지지 철회할 것
마지막 암초는 자신을 지지해 준 시민들의 민심 이반일 것이다. 초기 여러가지 시정 방향이 꼬이면서 시민들이 역량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 보이지만, 민심은 바람과도 같다. '시민 시장'을 표방한 그의 정책들이 확신 없이 흔들릴 때 시민들은 주저 없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그럴 경우 윤 시장뿐만 아니라 광주시의 퇴보라는 불명예를 짊어져야 한다.
하여 취임 초기 흔들림을 극복하기 위한 윤 시장의 리더십은 자명하다. 시민 시장이 되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모든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충은 백성에 대한 충이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신념은 '시민이 먼저여야 한다'는 윤 시장의 시장출사표와 일맥상통한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백성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핵심은 두 가지다. 울돌목 회오리 물길을 간파한 것이 하나다. 이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어부들(백성)과의 대화를 통해 가능했다. 두 번째는 대장선을 타고 솔선수범 하는 자세가 부하들에게서 두려움을 몰아내게 했다.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리더십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의 편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결정이 나면 전광석화 같이 휘몰아쳐 가는 윤 시장의 리더십을 시민들은 보고싶어 한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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