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생 지역사회부장
농촌이 시끄럽다. 장마철인 요즘 농촌은 비교적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여기 저기서 아우성이 들린다.
정부가 내년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8일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쌀 시장이 개방된다. 관세를 최고 500%까지 매겨 국산쌀을 보호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농민단체와 야권은 농민들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5천년 전통의 우리 농업이 푸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이후다. 산업화·도시화가 되면서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기 시작했다. 쌀 증산 정책에 따라 마구잡이로 농약을 뿌려대면서 농촌 환경은 오염됐다.
90년대 이후 농촌은 빠르게 고령화로 접어들고 있다.서구 음식이 식탁을 점령하면서 쌀 소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한마디로 농촌은 피폐해지고 농업은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
경제논리로 농업을 바라본 결과다. 농업을 경제논리 이외의 시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이후 본격적인 조명을 받아온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그것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란 '농업 생산과정에서 동시에 생산되는 것으로서 시장의 실패가 있을 경우에 존재한다'고 정의하고 있다.(OECD 2001)
쌀 농사의 경제외적 가치라고도 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국가와 사회유지에 필수적인 공공재로서 그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WTO 농업협정에서도 논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비교역적 기능으로 규정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는 우선 국토 보존기능이 있다. 논은 항상 빗물을 저장하는데 홍수 예방이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토양유실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한마디로 농업이 국토보존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논은 엄청난 양의 물을 표면과 땅 속에서 저장하는 수자원 함양기능도 있다.
논에 가두어진 물은 점차적으로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일부는 서서히 흐르는 냇물로 되돌아가 급속한 방류를 방지한다.
논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아 있어 자연환경 보전기능도 하고 있다. 농경지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인간과 동물들에게 필수적인 공기조성을 유지시킨다.
농경지와 저수지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해 자연을 보호한다.
여기에 농촌에는 다양한 전통문화가 있으며 도시민들은 마음의 평온과 휴식을 위해 농촌을 찾고 있다.
농업이 전통문화 계승과 휴양 오락기능까지 갖고 있는 것이다.
농업의 가치는 또 있다. 농산물 판매를 위해 운송사업, 포장, 가공 등의 유통체계가 진행돼 수많은 직업을 창출해 지역사회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식량의 안보기능이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쌀 자급률이 지난해 말 기준 89.2%다. 2011년 100%가 깨진 뒤 매년 줄어들고 있다. 식량 자급률은 47.2%이고 곡물 자급률은 23.1%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머지않아 우리 주식인 쌀의 주권도 남의 손에 넘어갈 판이다.
농촌진흥청이 2006년 기준으로 환산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가치는 67조6천632억원이다.
이는 2000년 기준 24조703억원 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눈 여겨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 년 전 정부가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환경 및 생태계 기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식량안보기능과 국토균형발전도 중요한 기능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쌀 전면 개방에 앞서 농업의 가치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농업 가치에 대한 재해석과 함께 대국민 홍보활동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우리 목숨을 남의 손에 넘겨줘서야 되겠는가.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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