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맥주 삼국시대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4.04.18. 00:00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이미 맥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麥酒'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1755년 영조가 금주령을 내리면서 제외한 술이 맥주와 탁주라고 한다. 그만큼 농민의 애환이 담긴 술이라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 현대식 맥주가 소개된 것은 구한말이었다. 개항 이후, 일본인 거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본 맥주 '삿포로'가 선보인 것이다. 1910년 합방을 계기로 일본 맥주회사들이 서울에 출장소를 내면서 맥주 소비량은 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맥주는 값이 비싸 일반 대중이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웠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 전통주인 탁주의 비중이 전체 주류의 50% 이상을 차지했고, 맥주는 겨우 6% 선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맥주가 이제는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술이 됐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966년 연간 맥주 출고량이 4만3천598㎘에 불과했으나, 46년 뒤인 2012년에는 203만1천㎘로 무려 46.58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마치 맥주의 질주를 보는 것 같다. 반면 탁주 소비는 3분의 1 이하로 뚝 떨어졌다.

OB맥주(60%)와 하이트진로(40%)의 양강 체제로 굳혀진 국내 맥주시장 진출을 선언한 롯데주류가 우리나라 맥주로서는 유일하게 맥주 발효원액에 물을 섞지 않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해 거품이 풍부한 첫 제품 '클라우드'를 4월 말 선보인다고 한다. 이에 맞서 OB와 하이트는 새롭게 에일맥주를 내놓은데 이어 기존 제품의 맛과 디자인을 바꾸고 일부 제품의 가격까지 낮추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맥주가 생산된 지 80년 만에 벌어지는 제대로 된 맥주 전쟁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맥주 500종 중 455종이 수입맥주다. 자유무역협정(FTA) 확산으로 다양해진 수입맥주는 대형마트에서 매년 30%씩 급신장하고 점유율도 3분의 1까지 치고 올라갈 정도다. 국내 맥주 3사가 사활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면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수입맥주에 버금가는 맛있는 맥주가 생산되지 않을까 싶다. 애주가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종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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