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서울 캠퍼스 신학기의 설렘도 잠시, 벌써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남쪽 고향땅은 벙글어진 꽃들이 춘정을 이기지 못한 채 꽃잎을 흩뿌립니다. '꿈과 희망이 꽃피는 요람' 남도학숙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는데, 벌써 '긱사' 선후배들 간 눈에 익어 다양한 대화로 벙글어지겠죠. 기자생활 막 시작한 1991년 남도학숙이 서울 동작구에 세워진다는 당시에는 생소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광주광역시와 전남도가 출자해 부지를 마련, 기숙사를 지어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광주·전남 출신 '유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보통 기숙사는 학교에서만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400만 지역민의 건립 프로젝트
당시 착공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었답니다. 1988년 지역의 유지들이 뜻을 모아 지역인재 키우자는 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 열풍은 서울 유학생들에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숙건립'으로 모아졌습니다. 400만 광주·전남민의 인재키우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지요. 당초 전남위주의 학숙만 건립하려던 것이 광주지역 여론까지 합세해 '남도학숙'이 된 것입니다. '상경 유학한 내 자식들이 기죽지 않게'라는 심정으로 '너도나도 벽돌 한 장'의 성금모금에 동참한 사연부터, 종로구 구기동에 착공했으나 정부측의 위치 변경요청으로 다시 현재의 위치에 자리잡기까지. 난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20%의 공정률을 보인 구기동 부지의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답보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인재를 키우자는 지역민의 열화와 같은 바람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17만여명의 시·도민이 동참했고, 66억원의 성금이 모아졌습니다. 3년 여의 준비기간과 또다른 3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1994년 2월8일 역사적인 개관을 한 것입니다. 헌데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9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남도학숙을 다녀갔다죠. 그들 중 지난해까지 국가고시 103명, 자격시험 50명 등 모두 153명의 합격자를 배출, ‘남도인재의 요람’이 되어 달라는 지역민의 바람에 화답했습니다.
남도학숙 20주년을 생각하면 '청출어람'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릅니다. 순자의 '靑出於濫 靑於籃'(청출어람 청어람)이 축약된 말로, 쪽(마디풀과에 속하는 1년생 풀로 열매는 청색염료의 색소로 사용)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남을 표현 합니다. 순자는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공자의 유교 계통에 속한 사람으로 같은 유학자인 맹자가 '성선설'을 주장한 것에 반해 '성악설'을 주장해 학문적으로 대립했습니다. 청출어람의 출처는 '순자'의 첫머리 '권학편' 입니다. 순자는 '배움은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 차다'고 했습니다. 공부는 결코 중도에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같이 부지런히 공부한다면 제자도 스승 보다 뛰어나게 된다는 뜻일 겁니다. '청출어람'의 보기는 중국역사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는데, 그 중 유명한 것이 이밀과 공번의 '사제 이야기'입니다. '북사'라고 하는 중국 역사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5세기에서 6세기에 걸친 중국 남북조시대 학자 공번의 제자가 되어 공부를 하던 청년 이밀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로 일취월장 했답니다. 몇 년 뒤 공번은 이밀이 자신보다 학문이 뛰어난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 스승인 공번은 자신보다 학문이 뛰어난 것을 알고 나서 자청해 이밀의 제자가 되었답니다.
인재 양성의 '보고'가 되길
스승인 공번이 제자가 뛰어나다는 것을 아는 지혜, 그리고 그의 제자가 되겠다는 결심은 공부가 시작과 끝이 없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실력으로는 제자인 이밀이 낫지만 결국은 공번이 훨씬 뛰어난 인물인 것 같습니다. 청출어람은 스승과 제자 뿐만 아니라 선배와 후배, 그리고 연령을 떠나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남도학숙을 거쳐 간 9천여 명이 넘는 남도의 인재들이 그랬듯이 여러분들도 서로가 서로에게 또는 선후배 간에 '청출어람 형' 인재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남도학숙이 지어질 당시 지역민의 열망이 여러분과 늘 함께 할 것입니다. 저는 남녘땅에서 봄꽃 만발한 쪽의 창을 열고 남도학숙의 또 다른 20년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그려 봅니다. 남도학숙이 지역 인재 양성의 보고가 되길 지역민과 함께 기원합니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 전남 공공배달앱 먹깨비, 농협카드과 손잡고 경품 이벤트
- · '당신도, 광주에서는 e스포츠 선수'
- · 시암송
- · 현대차 美 전기차공장, 조지아로···6.3조원 투입 '年30만대'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