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의 전령사인 매화와 산수유의 꽃망울을 시샘 하듯,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민은 민주대 안철수 신당(안 신당)의 본선을 기대하며 들떠 있었다. 선거 입지자들 또한 정치적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반겼다. 하지만 민주-안 신당의 '제3지대 신당 창당'이라는 메가톤급 기류가 '넓은 선택지'를 기대하던 이들을 얼어붙게 했다. 지역민과 입지자 모두 통합신당 창당의 대강에는 찬성을 하면서도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특히 기초의원부터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광역단체장 후보군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최대 관심이 돼 버린 '경선 룰'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지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민주당은 그동안 일부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예선=당선'이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지역에서 독주했다. 그 과정에서 정책이나 인물, 유권자는 없었다. 중앙당의 눈치를 보며,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중을 살피며 예선전에 올인했다.
하지만 올해 지방선거에 '안 신당'의 지지율이 뜨면서 지역민들은 오랜만에 유권자들이 대접받는 본선을 기대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창당은 이같은 지역민의 기대를 블랙홀로 흡수한 채 인물과 정책대결 보다는 '경선 룰'을 최대 이슈로 만들어 버렸다. 통합신당의 시·도지사 ‘경선 룰’을 둘러싸고 당원과 시민의 비율을 몇%로 할 것인가, 결선투표를 도입할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오죽했으면 '시민참여+공론조사' 방식의 이른바 '국민참여경선 2.0'(숙의형 오픈프라이머리)이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출마예정자들은 가급적 당원의 비율을 많이 반영한 경선을 원할 것이고, 안 신당쪽 후보들은 시민지지율이나 전략공천을 더 선호하고 있다.
새 정치를 명분으로 내건 양쪽 모두 '지분 나눠먹기'라는 벽을 넘기 위해 '룰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지역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경험했던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이 곧 통합신당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적 대안 제시보다 누구 줄을 어떻게 서느냐는 줄서기식 선거구도로 보고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인 지역 일꾼의 선택이 아니라, 중앙당의 계파 줄서기식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참신한 정치신인 등용을 통한 새 정치의 기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또 통합신당 창당은 여야 모두에게 상대지역을 포기함으로써 지역독재를 다시 인정해 주어버린 꼴이 됐다. 3자 구도에서 양자구도로 재구성되면서 영호남 지역 구도를 이번에도 깨기 힘들게 된 것이다.
'안 신당'이 갑자기 소멸 하는 바람에 영호남 지역 구도를 비집고 들어갈 제3의 세력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여야 모두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유권자인 지역민은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통합신당의 핫바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선서 승리한 통합신당 소속 광주시장, 전남도 후보는 또다시 지역의 맹주로 군림할 것이다. '안 신당'이 본선에서 경쟁했다면 정치신인들의 지방정치 진출의 폭이 넓어졌을 것이고,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인물대결이 본선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다시 되살아날 '예선=당선'의 오만
결국 호남지역은 6·4 지방선거의 전국적 추이를 기다리는 형국이 됐다. 지역 유권자들은 주변수가 되지 못하고 종속변수가 됐다. 결과에 대한 예측은 두 가지로 가능하다. 통합신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할 경우 그래도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명분을 가질 수 있다. 지역을 포기한 대신 야권이 전체적으로 약진한다면 정국의 풍향이 달라질 것이고, 그럴 경우 '호남 배려'는 아닐지라도 '호남 소외'는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6·4선거에서 야권이 수도권에서 패한다면 호남지역은 또다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지해준 호남지역 야권후보들이 당선 후 유권자들을 의식해 준다면 모를까, 지역의 또 다른 패권자로 유권자 위에 군림하려 할 것이다. 이럴 경우 호남지역민들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최악의 선거결과에 암담해 할 것이다. 신당창당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권자와 출마자 모두 진정 지역의 이익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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