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속 명품 열기 '양극화 심화'
생활 물가가 상승을 보이면서 서민경제의 지표인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의 판매는 소폭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고가로 분류되는 명품과 고급 가전제품의 소비는 급증하여 내수 경기 곡선과 반대로 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꺾일 줄 모르는 명품의 호황세는 ‘명품불패신화’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의 상승으로 서민경제는 둔화되는 현상이 뚜렷해져 계층 간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 명품시장 아시아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영어로 ‘럭셔리 브랜드’로 한마디로 사치품이라는 뜻이다. 명품은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유럽의 부유한 상류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명품은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흥시장 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발전이 이뤄지면서 일반인들도 명품 한두 가지 정도는 갖게 되었다.
현재 세계 명품시장은 약 8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아시아 명품시장의 규모는 전체의 37% 정도 차지하고 있다. 에르메스, 까르띠에, 구찌,루이뷔통,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는 전체 매출의 50~60%가 아시아 소비자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명품소비가 활발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아시아 명품시장의 62%를 차지할 만큼 명품소비 대국이다. 도쿄에 사는 20대 여성의 경우, 무려 94%가 루이뷔통 제품을 소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루이뷔통의 전체 매출에서 일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8%에 달하고 있다.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위의 명품시장은 홍콩으로 35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홍콩 명품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것은 홍콩이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경제가 번성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로 명품 브랜드 매장 숫자는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같은 세계 주요 도시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 년 동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명품소비가 급증한 한국은 비중이 10%를 차지하면서 아시아 3위의 명품시장이다. 한국의 명품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의류, 신발, 가방 등에 대해 수입을 자유화한 1987년 무렵으로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가 더해지면서 한국인들의 해외 명품 열병은 급속히 번져나갔다.
시장개방 이후 불과 10년의 세월이 지난 1990년대 후반, 한국은 본격적인 명품소비 사회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 사회에서는 명품소비를 과소비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른 분위기이다.
오히려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일부 계층에서는 명품을 갖지 못한 것이 열등감을 낳는 원인마저 되고 있다.
유럽 명품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일부 소수의 최상류층 고객만을 고집하지 않고 대중화를 통한 명품 기업을 키우고 있다. 세계 각국에 매장을 늘리는가 하면 새롭고 젊은 고객층을 노려 전통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 비쌀수록 잘 팔리는 명품
소위 ‘명품 빅3’로 불리는 루이뷔통·샤넬·구찌의 올 상반기 매출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 제품은 최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AT)이 7월1일 잠정 발효됨에 따라 10% 안팎의 관세가 없어져 명품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던 기대와는 다르게 오히려 명품 브랜드 가격은 상승했다.
루이뷔통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2% 증가한 2천42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샤넬은 무려 54.8% 늘어난 1천300억원, 구찌는 19.5% 증가한 948억으로 나타났다. 샤넬의 경우 매출 증가폭이 가장 컸다. 4월 제품가격을 평균 25%나 인상했음에도 도리어 더 잘 팔렸다. 루이뷔통도 마찬가지로 지난 2월과 6월 가격을 올렸지만 루이뷔통은 여전히 판매율 1위 명품이다.
대부분의 유럽산 명품 브랜드가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 성장률 정체를 보인 것에 비한다면 국내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는 유럽 일본과 달리 명품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뜨거운 명품 열기는 경기불황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경기가 나빠지자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매출이 평년보다 25%가량 줄었다.
그러나 국내시장에서 명품소비는 경기불황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불황속에서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현상까지 보였다.
지식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대형마트의 경우 매출비중(51.4%)이 가장 큰 식품의 매출이 전월 보다 소폭 증가(4.0%)하면서 전체매출 상승(2.4%)세를 이끌었다. 또 백화점은 명품(21.1%), 가정용품(18.4%) 등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으나, 의류부문의 매출 부진으로 지난 3월 이후 한 자리수 증가(8.7%)에 그쳤다. 주요 대형마트의 상품군별 추이를 보면 식품(4.0%), 스포츠(2.7%), 가정생활(0.7%), 의류(0.1%) 매출이 소폭 증가한 반면, 가전·문화(-1.9%)의 매출은 감소했다. 주요 백화점의 상품군별 추이를 보면 명품(21.1%), 가정용품(18.4%), 아동스포츠(9.6%)·, 식품(8.2%)의 매출이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매출액 1천689억원을 기록한 루이비통이다. 구찌가 매출액 1천457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 페라가모, 프라다, 불가리, 펜디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매출순위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지만 지난 5년 간 루이비통, 구찌, 샤넬, 펜디, 버버리, 프라다, 크리스찬 디올 등이 국내 명품시장에서 매출액 상위 10위를 차지했다.
■ 베블런 효과
값싼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를 ‘립스틱 효과’라고 한다. 경기가 불황기일 때는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게 되는데, 사람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므로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지출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최소의 지출로 최고의 만족을 주는 제품을 찾게 된다. 여자들은 옷을 사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돈이 많이 들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자신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립스틱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리는 상품도 있다. 이를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인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이뤄진다’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뭐든지 최고급으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있다. 가격이 아주 비싸야만 아무나 살 수 없는 것이 되고, ‘희소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 물건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만족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이 높아도 희소하지 않으면 가치는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세계적인 명품가방은 무척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성들 사이에 불티나게 팔려 너도나도 가지고 다니는 바람에 ‘3초백’, ‘5초백’, ‘지영이백’ 등 모두 명품 가방에 붙어 있는 애칭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3초에 한 번씩 마주칠 수 있다고 해서 3초백, ‘지영’이라는 여자 이름만큼이나 흔하다고 해서 ‘지영이백’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또 다시 더 비싸고 흔하지 않은 제품을 찾게 된다. ‘베블런 효과’는 결국 자기 과시욕이 만들어낸 것이니 합리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멀다.서강고 수석교사 봉병탁
겉치레보다는 현명한 소비문화를
장성고 1년 김지원 #그림1오른쪽#
내수 경기는 하루가 다르게 바닥을 치고 있는데, '명품 불패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의 명품소비 열풍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양 국가는 한두 세기에 걸쳐 점진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그에 걸맞은 소비규범을 함께 만든 반면,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은 불과 수십 년 만에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만한 고도성장을 달성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규범의 부재 상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동양 특유의 '체면' 문화는 이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비싸야 소비욕구 올라간다'라는 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때 한국 사회에서는 명품소비를 과소비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지금도 그런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의 저항감이 크게 옅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1997년 우리가 맞은 외환위기에 외채를 갚기 위해 온 국민들이 벌였던 금모으기 운동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도 되새겨 보자. 지금 우리가 비싼 로열티를 주고 명품으로 몸치장을 하며 외화를 낭비한다면 제2의 외환위기가 우리를 덮칠지도 모른다. 우리도 이제는 체면을 위한 겉치레보다는 우리 경제 상황에 걸 맞는 소비규범을 만들고, 실행하는 현명한 소비문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삶의 만족감을 이웃과의 비교로 결정하는 과시적이며 모방적인 소비보다는 제품을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최소가격으로 최대효과를 누리는 알뜰한 소비문화를 조성하도록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우리 청소년들이 앞장서야 하겠다.
<생각나무>
1.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의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의 유난스러운 명품열기는 강한 동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가 명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
2. 서양 사회는 서서히 부를 쌓아가면서 그에 걸맞은 소비규범을 함께 만들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단기간에 부자가 되면서 합리적인 소비규범의 부재 상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품을 찾는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써보세요.
3. ‘베블런’효과는 무엇이며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전개하기 위한 홍보용 광고를 만들어 보세요.
4.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는 무엇이 있는지 조사하여 정리해보세요.
5. 요즘 유명 브랜드나 명품브랜드 만을 찾는 청소년이 많다. 이런 브랜드만 찾는 청소년에게 우리 것, 필요한 것을 찾아 쓰는 의식을 키우기 위해서 자신의 주장글을 써보세요.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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