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성 고근호 한희원 등
광주 내로라하는 작가들
캄보디아 시골서 예술봉사
꽃과 동물, 설경으로 채운 벽화
사생대회 70명 몰리며 성황
"광주 따뜻함 잊지 않겠다"
12살의 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크레파스를 손에 쥐었다. 빨주노초파남보하고도 10가지 넘는 색이 더 있다. 흰 종이에 대고 슥~하고 문질렀더니 금세 꽃밭 하나가 만들어졌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늘 머릿속에 상상하곤 했던 '눈 오는 우리집 풍경'도 캔버스와 크레파스만으로 뚝딱 만들어 냈다. "그림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 줄 몰랐어요. 커서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될까봐요. 꿈이 생겼어요. 어꾼(감사합니다)."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이 국경을 넘어 희망을 심고 돌아왔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 떨어진 캄보디아. 그곳의 수도 프놈펜에서도 비포장도로를 3~4시간 더 달려야만 닿을 수 있는 남부의 작은 마을 크롱깹(krongkep)에서 말이다.
열악한 생활환경만큼이나 부족한 교육시설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오고 있는 현지 아이들은 "덕분에 꿈이 생겼다"며 고마워했다. "기회가 되면 광주에 찾아가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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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성 작가를 비롯해 고근호, 김영태, 문정호, 박광구, 임종두, 전현숙, 한희원(가나다 순) 등 광주의 내로라하는 미술 작가들과 구혜란, 모지형, 문희진, 염동훈, 이승기, 정정숙(가나다 순) 등 아마추어 작가들 그리고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같이,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며 대거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광주 정신과 가치를 널리 퍼트리고자 하는 사회적 책무를 가진 이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데 공감해 준 덕분에 가능했던 일정이었다고 김해성 작가는 설명했다.
광주지역 국제의료봉사 단체인 광주국제협력단(Organization for Gwangju International Cooperation·OGIC) 문화분과 이사이기도 한 김 작가는 일행들과 함께 지난 7일부터 열흘간 캄보디아 현지에서 사생대회, 나눔장터, 벽화조성, 작품 활동 등을 하고 돌아왔다.
사생대회와 나눔장터는 지난 2017년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등 SRB미디어그룹의 해외 1호 우정도서관이 설립된 앙프놈터치초등학교에서 진행됐다. 언제 지어졌는지, 제대로 칠을 해본 적은 있는지 가늠 할 수 없는, 한눈에 봐도 낡은 콘크리트 건물 2채가 전부인 작은 초등학교다.
"광주에서 누군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운동장을 가득 채웠던 아이들이 건넨 첫 인사 '쫌리업쑤어(안녕하세요)'가 아직도 생생하다. 생애 첫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또 이번 경험을 계기로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벌써 그립다."
김 작가는 인터뷰 중간에 잠시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사상대회에는 사전접수를 통해 70여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온 몸이 땀범벅 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흰 도화지 위에 색색의 크레파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들의 얼굴엔 시종일관 웃음꽃이 피었다는 게 김 작가의 전언이다.
사생대회에 참여한 모든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그림 그릴 때 쓴 크레파스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 크레파스 역시 국내의 한 단체가 쓰고 남은 자투리 크레파스를 재생해 만든 나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고 김 작가는 설명했다. #그림5중앙#
우수작을 내놓은 20명의 아이들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전달했다. 이 중에서도 5편은 광주로 가져왔다.
김 작가는 "동행했던 작가들이 현지 일정을 소화하며 작업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작품전을 기획하고 있다. 이때 캄보디아 아이들이 그린 우수 그림작 5편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회 장면은 사진으로 남겨 현지 아이들에게 다시 보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생대회에 이어 나눔장터도 마련됐다.
김해성 작가 일행의 캄보디아 행 소식을 듣고 660만원 상당의 의류와 스포츠용품을 지원한 광주 무등 아디다스(대표 서정의), 300만원의 지정기부금을 쾌척한 화인데코(대표 이상철), 25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해 준 광주국제협력단(이사장 최동석)을 비롯해 지역민이 모아준 1천여점의 물품은 모두 현지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아이들이 한국 돈으로 1천원 남짓한 돈을 내면 3가지씩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김 작가는 "아이들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보다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받은 보너스'같은 따뜻함을 선물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아이들이 낸 돈과 조덕선 SRB미디어그룹 회장의 사비를 더해 학교 측에 도서와 학용품 구입 비용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들 일행은 사생대회와 나눔장터에 앞서서는 이곳 마을의 또 다른 학교, 스보우초등학교 건물에 벽화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곳은 광주지역 또 다른 국제봉사단체인 사단법인 '세상을 이어가는 끈'이 지난해 캄보디아 깹 주정부 교육국과 함께 조성한 '캄보디아·광주 교육문화센터'가 위치해 있는 곳이다.
이들은 일행은 광주에서의 지원과 현지 도움을 받아 신축된 건물 1개 동에 세가지 콘셉트의 벽화를 입히고 돌아왔다.
김해성 작가와 한희원 작가 팀은 각각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동심을, 전현숙-임종두 작가 팀은 기후 탓에 눈을 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설경을 담은 벽화를 선물해 현지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해성 작가는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 혹시나 현지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불편함으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나눔 활동에 기꺼이 동참해준 일행과 도움 준 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림6중앙#
그리곤 "언어는 언어일 뿐, 감사한 마음을 담은 눈빛 교환만으로도 진심을 나누기에 충분했다"며 "준 것보다 더 많이 행복을 얻고 돌아 온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작가는 이번 일정에 '아트펀딩'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예술 제작과정에 물질적 지원을 하는 '메세나'의 개념을 뛰어넘어 사회적 활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아트펀딩에는 박희란 (주)메종드보네르 대표 등 18명의 지역 오피니언 리더와 활동가들이 동참했다. 통합뉴스룸=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사진=김해성 제공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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