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이 희망이다

[마을기업이 희망이다3] 귀농 경험 나누고 서로 의지해 살아간다

입력 2020.12.02. 13:30 선정태 기자
곡성 항꾸네협동조합
지속가능한 농촌생활위한 공동체 생활
귀농 꿈꾸는 청년들 ‘농사·기술’ 습득
카페 ‘농담’, 작은도서관 ‘책담’ 꾸미고
고효율 화덕 제작, 집수리법 등 ‘공유’
곡성군의 '항꾸네'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은 귀농 희망청년들과 함께 한 농촌 체험.

곡성군 겸면 한 마을 입구, 나무로 만든 '항꾸네'라는 입간판이 서있다. 항꾸네는 '함께'라는 전남 사투리다.

항꾸네협동조합은 '혼자 말고 함께(항꾸네) 잘 사는 세상'을 위한 마을공동체다. 곡성에 귀농한 사람들이 경험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고 지내다가, 2013년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

'항꾸네'는 쌀이나 지역 특산물을 기르고 판매하는 여느 협동조합과는 다른 형태의 협동조합이다. '적정 기술'을 활용한 화목난로를 제작·판매하기는 하지만 주로 귀농·귀촌하는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인재양성소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인 것이다.

곡성군의 '항꾸네'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은 마을까페 농담 전경. 

◆ 자연스레 여무는 마을공동체

'항꾸네'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삶'과 '조합원 행복'이다. 이를 위해 조합원들은 적정기술 공방, 마을 카페, 귀농 청년 돕기를 목표로 살고 있으며, 해를 거듭하며 목표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적정기술 공방 '다짜고짜', 마을 카페 '농담', 작은 도서관 '책담', 귀농 청년 쉐어하우스 '꿈엔들'을 함께 지었다.

조합원이 땅을 무상 제공하고, 건축과 운영에 관련한 기획, 행정, 구매, 연구개발 등의 일을 모두 자발적인 기부와 봉사로 해결했다.

2018년부터는 곡성군의 지원으로 청년 조합원 두 명을 정식으로 고용, 보다 짜임새 있게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이 무상으로 빌려준 땅에 조합원들이 직접 건물을 지었으니 임대료가 발생하지 않아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조합이 문을 닫을 일이 없다.

조합원은 물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마을카페 '농담'을 지었고 카페 절반은 '책담'이라는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여러 공간이 생기고, 생태와 자립을 위해 귀농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니, 자연스레 공동체적인 마을이 새로 생겨나더군요. 품앗이 농사도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하게 되고, 적정기술 난로도 함께 만들고,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영화도 보고, 축하할 일에는 파티도 하고, 그러다 음주가무로 이어지기도 하고." 재능 있는 조합원에게 천연 염색과 옷 만들기와 목공을 배우고, 스스로 몸을 돌보는 몸 마사지도 하고, 조합원 집짓기도 함께 했다. 인근의 위해시설 막는다고 떼 지어 데모도 하고, 마을뿐 아니라 지역의 일에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 공간이 생기고, 함께 하는 마음이 모이고, 그 가운데 새로운 사람들이 더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공동체성'이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아간다.

곡성군의 '항꾸네'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은 카페 '농담' 안의 도서관 '책담'.

▲ 귀농 청년 쉐어하우스 '꿈엔들'

'항꾸네' 조합원들은 대부분 청년 시절을 지나 귀농하는 바람에, 좀 더 일찍 삶을 바꾸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협동조합 설립 초기에 젊은 청년들이 아쉬움과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먼저 정착한 조합원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을 해 보자고 했다. 귀농 청년들이 당장 필요한 것은 거주할 집이다. 항꾸네는 귀농 귀촌 청년들이 일정기간 머무르면서 자기 농사와 에너지 적정기술을 배우는 쉐어하우스를 먼저 짓기로 했다. 38평 규모에 정원 10명인 쉐어하우스 '꿈엔들'은 2018년 4월 완공돼 현재 청년들이 입주해 있다.

대안의 삶을 찾는 청년들이나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 시골생활을 해보고픈 39세 이하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짧게는 1개월,길게는 6개월이나 1년동안 머물며 귀농을 준비한다. 비용은 쉐어하우스 '꿈엔들' 기본사용료는 월 4만원에, 전기료, 상수도료, 인터넷비 등 관리비는 사용자들이 분담한다. 넓은 거실에 공동주방이 있어 식사는 함께 해결한다.

항꾸네가 준비한 '청년귀농 지원 프로그램'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 농업'으로 지정됐다. 덕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됐고, 청년들도 적은 비용부담으로 참여가 가능해졌다.

곡성군의 '항꾸네'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자연과 자립, 공유를 뜻하는 플그램 '청년 자자공(自自共) 과정'을 통해 논·밭 농사, 자연탐방, 남도 탐방을 통해 자연스런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또 적정기술, 목공, 건축, 자연염색, 몸살림, 술 빚기, 옷만들기, 시골요리를 배우면서 자립하는 힘을 기른다. 공유란 항꾸네가 직접 지은 청년공유주택, 마을공방, 공유부엌, 작은도서관 등을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삶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구술생애사 글쓰기 특강, 농촌인문학 프로그램 등 항꾸네 마을공동체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혹시 이 과정에 참여한다고 꼭 곡성에 정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영규 '항꾸네' 이사는 "꼭 귀농할 청년이 아니어도 되고, 2박3일도 가능하고, 한 달만 살아보는 것도 가능하다"며 "귀농 귀촌을 생각하는 청년들이 와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머물러 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곡성군의 '항꾸네'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 지역실정에 맞는 적정기술을 배우다.

다짜고짜 공방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활용하기 좋은 에너지와 생활의 '적정기술'을 교육하고 보급한다. 에너지 적정기술이란 산업화되고 유한하며 고비용인 석유와 원자력 에너지를 대신해 에너지를 자립하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햇빛온풍기, 햇빛건조기, 햇빛온수기, 고효율 화덕, 고효율 화목난로, 개량구들, 축열식 벽난로 등이 그것이다. 생활 적정기술이란 귀농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것을 자본주의적 소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적정기술이다. 창고, 구들방, 생태뒷간 등 건축물 손수 짓기, 집고치기, 용접, 목공, 구들 놓기 등이다.

다짜고짜 공방에서는 낯익은 빈 고추장 통, 가스통, 드럼통들이 난로와 화덕으로 재탄생된다. 또 '내 손으로 내 난로 만들기 워크숍'을 통해 참가자들이 재료비와 참가비를 내고 교육을 받아가며 직접 난로를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곡성군의 '항꾸네'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사진은 '항꾸네'에서 제작한 화목난로.

'항꾸네'에서 적정기술로 만든 화목 난로는 발열량과 내구성이 좋아 기존의 난로에 들어가는 나무의 20% 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난로에 빵을 구울 수 있는 오븐이 장착되고 상판을 화덕처럼 이용할 수 있는 난로로 활용할 수 있다. 다짜고짜 공방의 적정기술 제품은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져서 구매신청도 들어오고, 어떤 것을 개발해 달라고 프로젝트 같은 일도 들어온다.

'항꾸네'는 주문이 들어오면 난로를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적은 연료로 따뜻하게 살수 있는 기술을 나누고자 한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소형주택 장기 임대해 고민 해결해줘야"

[인터뷰] 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상임이사

청년들 집없어 귀농·귀촌 망설여

농촌 생활 시작 부담 줄여줘야

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상임이사

"귀농하려는 청년들은 몰리는데, 이들이 거주할 집이 없어 못 오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지방정부가 이들을 위한 소형 주택 건설에 나서야 합니다."

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상임이사는 "항꾸네가 쉐어 하우스를 지어 곡성군에 귀농·귀촌하려는 청년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을 만들어 쉽게 적응하고 정착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지금도 젊은이들이 계속 귀농·귀촌을 문의하지만 머물 수 있는 곳이 없어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집과 논이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로 당장 주거 공간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어 농사는 물론이고 자립 생활의 기초가 되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 이사는 "농촌이 무너지고 있다"며 "20~30년 전에는 800만 명이었던 농민들이 지금은 100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10여 년 후에는 50만 명이나 그 이하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식량 자급률이 가장 낮은 국가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져 식량 수입이 안되고 농산물 생산도 줄어드는 상황이 닥치는 미래를 생각하면 암담할 뿐이다"며 "농촌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 건강한 먹거리를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이사는 "농사를 '돈 안되는' 산업의 한 분야로만 인식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농촌에서 살만하다는 구조를 만들어야 농업에 몸담으려는 청년들이 늘어날 것이고, 귀농·귀촌하려는 청년들을 지자체가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가 나서서 귀농·귀촌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실질적으로 지원해 경제적 압박을 해결해줘야 한다"며 "10평 미만의 소형 임대주택을 귀농·귀촌 청년들에게 장기간 임대해줘 못 오는 사람들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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