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마을공동체

[우리동네 마을공동체⑥] 양산동 김옥진 활동가

입력 2021.04.12. 19:05
양산시장 골목 상인의 삶, 예술로 꽃 피다
중연 여성들과 생각 공유
낡은 마을, 문화공간으로
김옥진 양산동 마음놀이터 대표.

"예전엔 이 골목에 사람이 많아 지나가기도 힘들었어. 지금도 그랬지만 당시에 목돈 20만원으로 코트를 샀었는데 장사하느라 입어보지도 못했어"

과거를 회상하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알록달록한 그림에 담겨 한 편의 책으로 기록됐다.

11일 광주시 북구 양산시장골목에서 만난 김옥진 활동가는 "시장 골목의 모습이 곧 어머님들의 삶의 모습"이라며 그림책 한 권을 건넸다. 골목의 맛집, 길가에 난 풀,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그림책 한장한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김 활동가는 그림·음악·연극 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양산시장에 펼쳐왔다. 골목 사람들과 함께 골목을 배경으로 한 연극을 공연하기도, 주변모습을 스케치로 기록하기도 했다.

얼핏 변화하는 골목을 기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시선 끝에는 '장소'가 아닌 '인물'이 있다. 김 대표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이야기를 기록해보고 싶었다. 내 삶을 변화시킨 예술의 힘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내성적이었던 김 활동가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도록 이끈 키워드는 '중년 여성'이다. 그는 40살이 되던 해부터 알 수 없는 복잡한 마음과 함께 변화를 갈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삶을 한번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일거라 생각해서 주위의 중년 여성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처음에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그러다보니 '우리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잘하는 일인 예술을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데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그림을 통해 골목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벽화나 새로운 간판을 그려 가게를 꾸미기도 했고 중년여성들과 함께 골목의 모습을 알록달록하게 스케치해 출판하기도 했다.

'우리 가게는 낡고 헤져서 그림으로 남을 가치가 없다', '죽을 때까지 이대로 살아가다가 끝날 것 같다'며 쓸쓸해 하던 노인들은 출판된 책을 보며, 변화하는 골목의 모습을 보며 '내 삶도 가치가 있었나 보다', '나도 아직 변화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김 활동가는 "매일매일을 똑같이 보내던 노인들이 마을의 변화를 보면서 자신의 변화도 기대하게 되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면서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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