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원나라 무역선 난파-소실-복원 과정과 인양된 해저유물 체험
3D 이미지로 배·바다 등 실제처럼 재현…16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2관
9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문화창조원 복합2관. 입구에서 몇 발짝 걸어 들어가자 어둠이 짙게 깔린 체험공간이 나온다. 동시에 어둠 속 한편에서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귓전에 메아리친다. 발아래에는 은빛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가 펼쳐진다. 프로젝션 맵핑(대상물 표면에 빛으로 이뤄진 영상 투사) 기술로 구현한 가상 바다와 실제 파도 소리는 관람객들을 심연의 바다 세계로 인도한다.
바다를 감상하며 생각에 잠길 겨를도 잠시, 눈앞에 일렁이던 바다가 사라지고 푸른빛을 내뿜는 배 한 척이 등장한다. 신비한 이 배의 정체는 과거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된 '신안선'이다. 신안선은 14세기 중국에서 일본으로 항해하던 중 풍랑을 만나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나라 무역선이다. 1975년 최초 발견돼 이듬해부터 1984년까지 11차례 수중 발굴을 통해 도자기 등 유물 2만여점과 동전 28t이 인양됐다. 보물을 노린 도굴꾼들에 의해 '신안보물선'으로 불리기도 했다.
신안 해저 발굴은 국내 최초 수중 발굴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신안선에서 나온 해저유물은 동아시아 해상 교역로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귀중한 증거이자 국내 수중고고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날 전시관에서는 체험공간 바닥을 가득 채운 길이 34m, 폭 11m 규모의 신안선을 3D 이미지로 만나볼 수 있었다. 실제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선체가 좌우로 휘청거리며 항해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배가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곳저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체험공간 천장에 설치된 미디어 샹들리에는 신안선을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만든 '풍랑'을 재현했다. 천둥·번개는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는 led 패널과 실제 소리로 표현했다. 전시는 풍랑을 맞아 침몰한 신안선이 심해에서 조각조각 흩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면서 끝이 난다.
2층 전시관에서는 신안선에서 발견한 유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화면 속 해저지형에 나타난 손바닥 모양을 관람객이 터치하면 청자접시 등 유물을 볼 수 있었다. 터치스크린처럼 작동하는 손바닥 모양을 하나하나 눌러보는 체험은 전시의 즐거움을 더했다.
ACC는 '보물선을 깨우다, 아시아 해양실크로드'展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상호작용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체험공간에서 선보인 콘텐츠는 신안선의 난파-소실-복원 과정을 가상으로 재현한 작품이라는 게 ACC의 설명이다.
실감형 콘텐츠 개발에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사일로랩이 함께 참여했으며, 이들 연구진은 문화유산 3D 스캔 정보를 포인트클라우드 데이터(3D 위치정보를 가진 점의 집합 데이터)로 재가공하고 게임엔진으로 시각화해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ACC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14세기 난파선과 해저유물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콘텐츠와 유무형 전통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였다"면서 "아시아 해양문화유산인 신안선을 다채롭게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6일까지.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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