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진상조사 '고의 삭제' 판단
"아시아문화원·광산구 수수방관"
지난 5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진행된 하성흡 작가의 전시를 앞두고 사전 검열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 시민단체가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단체는 홍보 포스터에서 '전두환을 찢…'이라는 문구가 삭제된 배경으로 전시를 주관한 아시아문화원과 광산구가 실제 사전 검열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19일 아시아문화원 검열·작품 훼손 진실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작품을 사전에 검열한 아시아문화원과 이를 수수방관한 광산구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조사단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원과 광산구는 지난 5월 하성흡 작가의 '역사의 피뢰침, 윤상원-하성흡의 수묵으로 그린 열사의 일대기' 전시를 공동주관하고 포스터를 배포했다. 하 작가의 작품을 인용해 제작된 포스터에는 전면부를 흰 천으로 감싼 트럭과, 트럭 위에 올라타 유인물을 뿌리는 광주 시민들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흰 천에 원래 쓰여있어야 할 '전두환을 찢…'이라는 문구가 삭제된 채 포스터가 배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6월부터 한달 간 자체 진상 조사를 벌인 조사단은 관계기관이 하 작가의 작품을 사전 검열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단은 "이번 사건은 아시아문화원 직원 개인의 검열과 삭제 지시를 광산구가 수용한 점 및 ACC가 사실상 동의한데 따라 발생한 사건이다. 이러한 문구 삭제 행위는 단순 직원 개인의 책임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문화원의 역사인식 부재와 표현의 자유 및 검열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구조적으로 만연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아시아문화원과 광산구, 문화체육관광부에 검열 및 삭제 행위에 대한 책임자의 사과와 구체적인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편, 아시아문화원은 사전검열 논란이 확산되자 5월27일 '담당자의 실수'라며 사과하고 원상 복구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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