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부상자회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
법률대리인 통해 제출 사실 확인돼
이 와중에 회장직 유지하려는 '야심'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사업 비리에 연루돼 해외도피중인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5·18구속부상자회의 임시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고도 해외로 도피해 석 달째 귀국조차 하지 않으면서 구속부상자회의 회장직을 유지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조차 비판이 거세다.
7일 5·18구속부상자회에 따르면 지난 6월9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돼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문씨는 같은달 13일 미국 시카고로 도피해 경찰 수사망에서 벗어났다.
문씨는 붕괴 참사가 발생한 학동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관련 수억원의 금품을 가로채고 계약 수주에 개입하는 등 비리 전반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학동 참사 이후 총 23명이 입건돼 일부가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했으나 핵심인물인 문씨의 신병은 아직까지 확보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문씨가 자신의 5월 단체장직 유지를 위해 국내 변호사를 통해 법률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구속부상자회는 지난 4일 임시총회를 열어 문씨를 회장에서 해임하고 조규연씨를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런데 문씨가 이에 앞선 지난달 30일 임시총회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법에 제기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총회가 개최될 경우 자신이 맡고 있는 구속부상자회 회장직이 박탈될 것을 우려해 개최를 막고자 한 의도로 읽힌다.
문씨는 가처분 신청에서 "회장이 유고상태가 아님에 따라 수석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하는 것은 정관에 어긋난다. 회장의 직무는 반드시 대면해 집행할 필요가 없고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해 외국에서도 실시간으로 집행할 수 있다"며 자신의 회장직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주지법 민사21부(심재현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문씨의 해외 직무 집행능력과 관련해 어느 한가지도 소명된 사실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문씨의 가처분 신청 진위 여부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21세기 법률사무소 김종귀 변호사는 "판결문의 채권자(신청자)가 문흥식씨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문씨가 직접 가처분 신청을 청구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가처분 신청은 타인의 명의를 빌려 제3자가 신청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문씨가 직접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문씨가 자신의 단체장직 유지를 위해 가처분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구속부상자회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 60대 회원은 "지난 6월 해외 도피 이후 경찰 조사에 협조 않고 공개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단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 회장의 궐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적임자를 세우고 단체 정상화를 꾀해도 모자랄 판에 가처분 신청은 문제가 있는 처사다"고 비판했다.
조규연 신임 구속부상자회 회장도 "문씨의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귀국 후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귀국해도 형사입건된 상태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가 회장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문씨는 해외출국시 사용한 3개월짜리 관광 비자 만료 기간이 오는 12일로 다가오면서 귀국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씨가 귀국하면 변호사법, 건설산업기본법, 도시정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관련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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