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반성이나 책임은 역시나 없었다. 오히려 한술 더 떠 '내가 안 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에 집중했다.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에 대한 항소심 4번째 재판이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전씨는 지난 9일 항소심에 부쩍 야위고 눈에 띄게 노쇠한 모습으로 출석, '대역설'까지 제기되다가 24분 만에 호흡곤란으로 퇴정했었다. 2019년 3월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 법정에 출석할 때 취재진에게 거칠게 쏘아붙였던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건장했던 전씨는 9개월 만에 기력이 쇠잔한 구순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최근 퇴원한 전씨는 재판부 허가에 따라 선고 전까지 법정에 나오지 않는다.대신 이날 재판에는 전두환 정권 당시 공보비서관을 역임한 민정기씨가 증인으로 나와 회고록을 본인이 썼고, 퇴고 과정에도 전씨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억지변론을 했다. 지금도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건지. '전두환 회고록을 전두환이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말인가? 가당치도 않은 증언으로 국민과 사법부를 기망해선 안된다. 그럴수록 국민들의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전씨는 41년간 기존 입장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고 있다. 죄스러운 기색이나 사죄하려는 움직임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들은 "뻔뻔함의 극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 5·18 진상 규명과 가해자들의 속죄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 전 국방장관도 전씨가 끝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직접 망월동 묘지를 찾아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는 수차례 광주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아버지 대신 머리를 숙이고 진정성 있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전두환만 잘못한 게 없다며 어금니 꽉 깨물고 버티고 있는 셈이다.
전씨가 역사 앞에 진실해지고, 국민 앞에 고개 숙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죄는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전씨는 최후의 사죄 기회마저 걷어차 버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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